커뮤니티 죄책감
4년 전, 쓰고서 퍼블리싱하지 못한 글의 제목이다. 상당한 분량의 글을 써놓기도 했었다.
여러 의미가 담겨있는 제목이다. 커뮤니티를 하면서 느낀 죄책감, 커뮤니티 활동을 못하고 있는 죄책감, 커뮤니티로 인한 죄책감 등등.. 이 복잡다난한 마음을 뭐라고 딱 찝은 단어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서 커뮤니티 죄책감이라 썼다. 잠깐..일거라 생각했던 이 마음이 계속 마음 한구석을 괴롭히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놔주기로 하고 결심하고 글을 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중
이상한모임이라는 커뮤니티 운영을 맡은지 벌써 8년차다. (돈받고 다니는 회사도 1년마다 갈아치운 인내력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기간임) 회사업무와 코로나를 핑계로 2-3년씩 휴지기를 갖고 있긴 하나 그건 운영자로서 행사운영을 중단한 것 뿐이지, 아직 이상한모임 도메인도 있고, 슬랙 사용자도 꾸준히 대화를 하고있다. 이제 슬랙 활성유저가 몇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회사 슬랙에 연동해두었으니 채널에 새 글이 꾸준히 뜬다는 것은 알고 있다. (새글 뱃지 붙는게 싫은데 설정은 안끄면서 매번 들어가서 지워주는 종족임)
더군다나 코로나를 핑계로 행사운영을 접은지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사람 만나는 재미가 있는 대면행사를 선호하는데, 비대면행사를 하는 다른 컨퍼런스를 둘러보며 굳이 힘들이며 고생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한 것도 있다. 지금까지 이상한모임의 대부분 행사는 행사준비 시간동안 개인시간을 들여 수명의 연사에게 콜드콜을 넣고 콘티를 기획하고, 필요한 물품을 디자인해서 제작까지 발주하고, 필요물품을 챙겨 D-day가 되면 현장운영을 함께하는 운영자들이 나머지를 오퍼레이팅 하는 식으로 운영돼왔다. 운영진의 반절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기도 했지만, 준비위를 매번 모집하고 일을 나누고 가이드해야 된다는 부담감에, 재사용이 가능한 행사 포맷을 만들어 여러번 반복해 쓸 수 있도록 만들고 혼자 준비하는게 가장 짧은 기간에 스트레스 없이 준비를 끝낼 수 있어 택한 방법이었다.
(...후략...)
웬만하면 다 쓴 글을 내보내지 않는 일도 많은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방구석에서 글이나 낭비하고 있다는 것 조차 죄책감이 느껴서 결국 내보내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이상한모임이 12년차가 되었다. 몇 년동안 '그냥 없앨까?' 고민을 매년 말과 연초에 나누곤 했는데 올해는 달랐다. 진짜 없앰!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짐! 🧨🧨
그리고 새로운 공간이 시작되었다. 디스코드로 이전하였고, 464명의 멤버들이 들어와 활동 중이다. 기존 슬랙은 40명 남짓의 멤버들이 활발히 활동중이었는데 채널 히스토리도 거의 보이지 않아 거의 잡담수준이었다면, 디스코드는 채널별로 대화가 매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한 분 한 분 이름을 부를 정도로 친했던 분들이 몇 년만에 다시 만나기도 했다. 내 첫 직장 동료도 있었다. (착하게 살자...) 잊지않고 돌아와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더구나 개인적으로 운영하려고 만들었던 커뮤니티들까지 합하면 6000명을 넘으니, 전체 메일을 발송한 5%만 재가입해주길 바랄 뿐이었는데 8%에 해당하는 분들이 다시 찾아와주셨으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KPI 초과달성한 느낌 조아🥳
하지만 해결해야할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생각한다. 10년전과 지금은 커뮤니티라는 의미가 많이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배운 만큼 다시 돌려주는 곳이 얼마나 될까? 수혜자는 다시 기여자가 되는 선순환고리가 되어야하는데 요즘 커뮤니티라는 간판을 단 곳들을 보면 일방적으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만 있는 것 같다. 다시 이 꺼져버린 불씨에 어떻게 타오르게 만들 수 있을까? 죽은 커뮤니티 살린 커뮤니티 매니저는 못 본 것 같은데, 그 사람이 내가 될 수 있을까? 이렇게 오래 묵은 숙제로 시작하는 2025년 1월이다.
ps. 이상한모임에 뛰어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여기를 클릭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