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0.5배속으로 살아가기
올해가 카운트다운이 된 지 벌써 60일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직도 저는 날짜를 입력할 때 2024로 쓰고 지우길 반복하는데 말이죠. 3월 초에도 눈은 내리지만, 겨울은 다 끝나가고 이제 봄이 온다는 것을 쇼핑몰이 봄옷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비로소 눈치를 챕니다.
얼마 전에 바뀐 나이 체계가 아니었다면 올해는 30대의 마지막입니다. 앞자리가 바뀌는 것이 싫긴 하지만, 저는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이 더 싫습니다. 새해를 맞아 휘몰아치는 업무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고 나니 차마 할 말이 없습니다. 결국 올해도 이렇게 보내고 말겠구나!' 했어요. 예전 같았으면 체념했을 것 같아요. 올해는 망했다-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보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의 끝에 저는 이렇게 자리에 앉았습니다. 연말 휴가 때 써둔 글을 몰아서 발행한 후로는 글을 쓰지 못했으니, 사실상 올해의 첫 글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말입니다.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일상이 지속되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상에서 특별하거나 새로운 경험이 많을수록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르는 것처럼 느낍니다. 이는 뇌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자원을 사용하거든요.
저는 저의 시간을 늘리는 몇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독서와 글쓰기인데요.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경험을 깊이 있게 기록하고 반추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런 활동을 할 때의 뇌는 평범한 일상의 순간보다 훨씬 풍부하고 세밀한 정보를 저장하게 되고, 그 결과 주관적으로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죠. 특히나 글쓰기의 경우 새로 받아들이는 정보와 과거의 기억, 명시적이지 않은 모호한 경험을 뚜렷하고 뾰족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머리를 굉장히 많이 쓴다고 느낍니다. 도파민이 쏟아진다고나 해야 할까요?
이런 경험을 주는 활동 하나를 더한다면 코칭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코칭은 저의 에너지 박스와 같아요. 어떤 사연이 있을지 모르는 상자를 열어보는 설렘, 당혹스러움과 안도감, 안쓰러움과 설렘 등 다양한 감정을 순식간에 느껴보기도 하고요. 나의 과거로부터의 성찰이 앞에 있는 내담자에게 전달되어 작은 변화라도 한 방울 떨어트리는 순간은 놀랍게도 며칠, 몇 달의 시간이 지나도 뚜렷하게 생각이 납니다. 15분에서 30분, 길게는 1시간의 짧은 대화만으로도 우리의 에너지가 채워지는 기분을 느끼면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만약 제가 일에 치여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오는 데까지 오래 걸릴까 봐 오늘은 사설을 좀 늘어놔 봤어요. 여러분의 '삶의 플레이 속도 조절 버튼'은 무엇인지 궁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