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온원이나 코칭을 하다 보면 본인의 전문성에 대해 고민이 거의 1티어급으로 다뤄집니다. 취직이나 이직처럼 단기의 고민부터 삶 전체를 관통하는 고민까지 연결되는 키워드가 전문성인 것 같아요. 전문성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나'의 정체성을 의미할 때가 더 크기도 하고요.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 'T자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문장은 빼놓고 이야기 하면 섭섭한 단골멘트입니다. 본인이든 타인이든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넓은 분야의 이해도까지 원한다는 의미죠. I형 인재를 지향하는 사람은 한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깊이가 없다고 느껴서 더 많은 공부와 연구를 하며 전문성을 스스로 키워가는 것 같아요. 하지만 T자형 인재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T자형 인재는 2가지 축을 가져야 합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깊이는 수직축, 다양한 분야의 이해도, 협업능력, 통합적인 문제해결력인 수평축이죠. T자형인재를 선호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협업해서 목표를 달성해내는 과정때문입니다. 혼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나는 내 일만' 이라는 태도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생활에서는 T자형 인재가 선호됩니다.

앞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수평축은 '이해도'를 더불어 '협업능력'을 중심축으로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협업만하면 이 축이 늘어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나의 전문성이 있어야해요. 내 전문성으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상대의 문제에 도움을 줄 때에 수평축이 늘어나는 것이죠.

T자형 인재가 되고 싶은데, 방법을 찾지 못하는 분들은 수직축이 없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나무도 나무가지로 잎사귀로 펼치려면 뿌리부터 내리는 법입니다. 혼자서 나의 일을 해내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일을 완수하지 못하고, 주변 동료들의 도움으로 일을 마치는 사람은 깊이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혼자 고민하고, 생각하고, 검증하고, 다시 나의 생각을 의심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스스로의 생각한 시간 끝에 오답이든 정답이든 낼 줄 아는 사람이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 이 경험들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보세요. 나의 씨앗이 다른 곳에 가서 싹을 틔울 수 있어야 가로축이 자라납니다. 다양한 직군과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서로를 이해시키고 결과를 이끌어내는 경험을 해야 비로소 T자형 인재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경계를 넘어선 영향력을 갖는 것은 경계가 무엇인지 알고, 그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자신감과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경계에 놓여진 일을 손수 챙기겠다는 책임감과 꽤 많은 오지랍도 요구합니다. 내 손을 더럽혀가며 땅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울 생각이 없다면 T자형 인재가 되기는 솔직히 어렵죠.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네요. T자형 인재가 되기 위한 훈련으로는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첫째, 일주일에 최소한 혼자서 일하는 시간을 절대적으로 확보하세요. 언땅을 파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삽질도 파본 사람이 잘 팝니다. 일주일 내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휘둘리는 일만 했다면 다음 주에는 단 하루라도 나를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세요. 뿌리와 가지의 밸런스는 누군가가 맞춰줄 수 없습니다. 둘째, 그리고 그 시간의 결과가 남을 돕는 지점에서 발휘되는 기회를 찾으세요. 혼자 배워서 혼자 뿌듯해 하는 것, 그저 자기위안일 뿐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쓸 수 있는 지식을 공부하고 훈련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어떤 것들을 공부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주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공부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