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평가를 마무리하고 나면 어느새 새해가 시작되어 있어 뭔가 기분이 이상합니다. 아직 작년에 작성한 평가에 대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는데 올 해 목표를 어떻게 세워야하나 싶어서요. 어떻게 일해야할지 고민이 들면 제가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과거의 평가피드백을 다시 읽어보기입니다. 내가 뭘 잘한다고 썼었지? 그걸 보고 리더들은 어떤 이야기를 해줬었지? 하며.

20년 종합평가, 때는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제가 팀장 1년차였고 지금은 저희 회사의 CPO인 기호님이 제 직속 리더였을 때 받았던 평가 중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가감없이 그대로 복붙했습니다. 언젠가 이 문장으로 글 하나를 쓰리라 했는데 4년만에 성공 😏)

미경님이 성과라고 적어준 부분을 보니 아쉬운 점이 있는데요. 기획자, PM, PO, 팀장 뭐라고 불러도 서비스의 런칭을 성과라고 적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프로덕트를 만들고 오픈하는 사람이 아니라, 특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프로덕트를 만들고, 만든 프로덕트를 운영하면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어야 하니까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미경님이 충분히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본인 평가 내용에 적혀 있지 않아서 아쉬움을 남겨봅니다.

처음으로 피드백으로 쓰여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 쫓아가서 “그래서 뭐가 성과인데요?”하고 따지듯이 물었던 기억도 납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서도 어렴풋이 이해를 했고 ‘완료란 성과가 아닌가?’라는 블로그 글을 쓰면서 정리해보겠다고 덤볐다가 실패해서 draft 로 남아있는게 오늘 유독 눈에 들어오네요. 제가 나누고 싶은, 그리고 올해의 저에게 다시 해주고 싶은 말인가봅니다.


완료는 성과가 아닌가요?

프로젝트를 실제로 고객에게 전달(배포)했다는 사실 자체는 ‘완료’ 상황일 뿐, ‘성과’라 보기 어렵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배포 후 만들어낸 가치결과입니다. 가령 배포 이후의 사용자 만족도 변화, 매출 증대, 시장 점유율 향상, 유지율 등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성과 지표를 확인해야 비로소 프로젝트의 성패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 배포 = 단계적 성취: 프로젝트가 완성되어 제품(서비스) 형태로 공개된 것.
- 성과 = 가치 증명: 배포 후 고객에게 주는 가치와 비즈니스 목표 달성 여부로 평가해야 함.

예전에 서비스 배포한 것만 쓰셨던 분들도 요즘에는 정량적/정성적 지표를 성과에 써야한다는 것을 고려하시는 것을 많이 봅니다. 그래서 서비스 오픈 후 사업 매출 증대, 사용성 지표 개선 등의 제품성과나 사업성과를 기재하게 되죠.

평가를 하는데 결정적인 첫번째 핵심관점인 결과와 목표 달성도는 평가 항목 중에서도 가장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자, 최종적인 가치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설정했던 목표(매출, 전환율, 유지율 등)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는지를 객관적 수치로 보여줘야 하며, 이를 통해 “이 과제나 업무가 실제로 얼마만큼 성과를 만들어냈는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목표 달성 여부’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어떻게 선정했고 왜 중요한지까지 서술하면 평가자 입장에서 과제의 전략적 의의를 파악하기에 훨씬 수월합니다. 가령 “광고비 대비 전환율 15% 개선” 혹은 “이탈률 10% 감소”처럼 구체적 데이터를 제시하면, 본인의 성과를 정확히 이해시키는 데 효과적입니다.

제 프로젝트 성과인데, 제 성과가 아니라니요?

하지만 프로젝트 성과를 개인의 성과로 소유할 수 있을까요? 프로젝트 성과는 여러 부서와 팀원이 공동으로 달성한 결과물입니다. 작업을 직접적으로 하지는 않았더라도 분명히 주변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있을거예요. 성과는 특정 개인의 공적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협업, 커뮤니케이션, 역할 분담이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개인 역량은 프로젝트 성공의 일부를 구성하지만, 전체 성과로 환산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 평가를 작성할 때에는 위키나 과제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과제의 성과를 중복기재하는 것이 아니라 겉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기여감이 느껴져야 합니다. 특히 이력서에서 해당 과제에 혼자 참여했을 때 ‘기여도 100%’ 등으로 기재하는 것이 가장 큰 실수인 것 같아요. 대신 과제의 어려움이 잘 드러나고, 여러 상황에서 본인이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과정을 적어주세요.

프로젝트 성과 ≠ 개인 성과
- 프로젝트 성과는 여러 부서와 팀의 협업 결과로 나타난 종합 지표입니다.
- 개인 성과는 그 중 내가 직접 담당한 업무와 기여도에 해당합니다.

무엇보다 이력서나 연말평가를 작성할 때 프로젝트 성과와 개인의 성과를 혼동하면, 본인이 실제로 기여한 바가 희석되거나 과장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아래 3가지를 고려하여 성과를 다시 작성해볼까요?

  • 먼저 프로젝트 결과(숫자, 지표)를 제시할 때, 뒤이어 본인이 기여한 부분(아이디어, 실행 내용, 리더십 등)을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 주요 역량과 학습 포인트 강조합니다. 개인의 성과는 프로젝트 과정에서 어떤 역량을 발휘했고, 어떤 성과를 내었으며,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 팀 성과도 적절히 언급하는 것도 잊지 마세요. 개인 성과를 서술하면서도, 프로젝트가 팀/조직 단위로 달성한 목표니까요.
역할
- 사용자 시나리오를 기획, 개발팀과 디자인팀 일정 조율

성과
- 월간 활성 사용자(MAU) 20% 증가
- 결제 전환율 10% 개선
프로젝트 결과
- MAU 20% 증가, 광고 수익(YoY) 15% 증가
- 개인 기여: 프로모션 기능 기획 제안 결과로 프로모션 코드 적용 프로세스 간소화. 이탈율을 기존 12% > 7% 로 감소

개인의 성과
- 발휘 역량: UX 분석, 이해관계자와 빠르게 협의해 AB테스트 진행하여 효율적인 시나리오 발굴
- 성과: 프로모션 기능이 CVR 8%p 상승
- 배운점: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데이터 기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하였음. 이후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바로 A/B 테스트 전략 적용

팀의 성과
- 팀 성과 : PM 3명과 디자인·개발 팀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 각 PM이 맡은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플랫폼 전체의 사용성을 개선함
- 개인+팀 시너지: 프로모션 기능 담당이었지만, 팀 차원에서는 중단된 이슈(인앱 메세지 기능)도 적극적으로 정보 공유하여 빠르게 의사결정. 협업 문화를 강화하여 프로젝트 속도 20%가량 단축
- 가치 : 조직 단위 목표(사용자 확대, 매출 증대)를 달성과 팀원 간 소통 체계 개선 동시 달성

과정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두 번째 핵심 관점은 과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어떤 도전적 상황이 있었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최종 성과가 있더라도, 과정 전반에서 드러난 문제를 형식적으로 넘겼다면 조직 전체의 학습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산이 부족하거나,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거나, 협업 파트너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 등 현실적인 난관은 프로젝트마다 늘 발생합니다. 이때 본인이 어떤 가설을 세우고, 누구와 협업해서, 어떤 단계를 거쳐 문제를 해결했는지 자세히 풀어내면, ‘해결 능력’을 평가받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를 작성할 때에는 문제 → 원인 분석 → 해결 전략 → 실행 결과의 흐름을 간결하게 구분해 서술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장애물을 어떻게 뛰어넘었는지를 보여줘야 과정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검증 시스템이 미비해 A/B 테스트 결과에 오류가 잦았다”는 문제 상황이 있었다면, 엔지니어와 협력해 어떤 모니터링 절차를 추가로 마련했고, 그 결과 재발율이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수치와 사례로 제시합니다. 이러한 구체적 과정을 통해 평가자는 본인의 문제 해결 역량협업 능력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게 됩니다.

태도가 성과에 무슨 도움이 되나요?

마지막 핵심 관점은 최근 더욱 강조되고 있는 조직문화와 태도입니다. 이제 성과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일했는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었습니다. 협업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했을 때 동료를 존중하며 해결했는지, 혹은 회사의 핵심 가치(고객 중심, 혁신, 실행력 등)에 부합하는 태도를 보였는지 등을 살펴봅니다. 특히 PM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동료들을 이끌어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동료들이 문제해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잡음을 내지 않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동료들을 배려하는 태도가 크게 평가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많은 부서와 협업함”이라고 쓰는 것보다는 실제 사례를 통해 신뢰 구축 과정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서술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
Vroom(1964)의 기대 이론(Expectancy Theory)에 따르면 [성과=능력x동기x기회] 로 설명합니다. 가지고 있는 능력치에 동기부여가 되면 몰입에 도달하게 되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해석입니다. 조직관점에서 적용해보면, 동료들의 일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 수 있도록 독려하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죠. 그렇게 조직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에게 더 높은 평가를, 그리고 더 많은 기회를 주게 됩니다. 세계적인 동기부여 전문가인 Zig Ziglar의 "Your attitude determines your altitude. (당신의 태도가 당신의 높이를 결정한다)"는 자주 인용되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 순간에 일희일비하지말고, 미래를 보고 지금의 태도를 결정하라는 이야기로 이해했습니다.

이런 측면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본인의 주도적 태도협업 방식을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가 필요합니다. 기여도가 낮은 동료에게 피드백을 제공해 성장을 유도했다거나, 다소 까다로운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중립적인 조정자 역할을 맡아 협상안을 제안했다는 식의 구체적 경험을 들어보세요. 평가자 입장에서는 단순 성과 이상의 가치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조직문화와 태도 평가 항목은 ‘장기적인 팀 성과’와 ‘지속 가능한 협업 환경’을 조성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며, 이를 충실히 작성하면 본인의 리더십과 인성을 함께 증명해 낼 수 있습니다.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숫자로만 채점하지 않아야 합니다. ‘태도라니, 너무 주관적인 관점아닌가요?’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이 문장을 보고 함께 욱하는 느낌이 든다면 평소에 태도에 대한 지적을 한번 쯤은 받아보셨기 때문일거에요. 정말 인간성의 문제가 있는 조직장이 피드백이랍시고 가스라이팅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차치하고, 평가자의 시야 뒤에 있는 훨씬 더 많은 관점을 생각해보세요.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 전문가가 가져야하는 성장마인드셋, 팀에서의 직책 등 사회적으로 부여된 역할에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기대수준들 말입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메신저에 불만을 갖지전에 메세지에 집중해보세요. 나에게 이런 피드백을 하는 사람은 나의 어떤 면을 본 것인가. 하고 말이죠.


사실 5년 전에 피평가자의 입장에서 평가를 쓰는법에 대한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영혼까지 끌어쓰는 자기평가 슬라이드만 보셔도 되고 후기로 남긴 블로그 글을 보셔도 좋은데요, 너무 오래전 이야기라 링크를 걸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시간이 훌쩍 흘러, 평가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조금 더 보이는 것들이 생긴 것 같습니다. 0년차인 대학생 이력서부터 경력 20년이 넘는 시니어 이력서들도 보면서, 그리고 일년 내내 진흙탕에서 구르며 일한 동료들의 피땀눈물을 단 몇 줄로 평가로 쥐어짜는 고통을 겪으면서 자연히 자라난 안타까움들인 것 같아요. 만약 4년 전 ‘완료는 성과가 아니다’라는 피드백을 받지 못했었다면 지금까지도 고민없이 지내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그때 썼던 평가를 다시보니 오픈한 프로젝트명만 썼... 근데 그것밖에 안 혼냈다니... 인내심이 대단하셨네요...)

평가자도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습니다. 저는 항상 이것을 기억합니다. 여러분들이 기여하는 마음은 어떤 성과에 닿아있나요? 그리고 그것은 누구에게 평가받나요?


✨ 오늘의 글은 여러분이 어떤 발견을 하도록 도와드렸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