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종종 '심각한 문제'라고 여겨지는 상황에 처합니다. 진짜 큰 문제인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는 '내가 크게 느끼고 있어서 커 보이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큰 문제라고 해서 반드시 크고 무거운 해결책만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문제를 너무 크게 인식해서 스스로를 더 주눅 들게 만들고 해결방법만 어렵게 꼬아서 생각하는 것 뿐입니다.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관점을 바꾸거나 행동을 바꿔보는 것만으로도 "커 보이는 문제"를 작게 만드는 것, 이것을 리프레이밍(Reframing) 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것을 '문제정의의 묘미'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관계의 문제는 시간도 필요하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도 필요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내가 이 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문제의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어요. 이런 측면에서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것이 PM의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다녔지만, 사실 PM에게만 국환된 이야기는 아니겠죠.

리프레이밍의 핵심은 먼저 상황을 판단하려고 하지 말고,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내가 판단하고 있는 생각들을 문장으로 적어보고, 마침표로 끝나고 있다면 물음표로 바꿔보세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예시를 참고해주세요. 이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생각을 넓히고 문제에서 벗어나는 방법이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문장이 아니니 참고만 하시고요!

1. 문제가 커보이는 이유

1️⃣ 결과 중심의 평가

열심히 노력한 과정은 보지 않고, 최종적으로 산출된 ‘결과’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받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부담을 크게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프로젝트 성공 여부가 매출 목표 달성 여부로만 판단된다면, 과정에서 쌓인 학습과 팀 간 협업의 가치가 무의미해집니다. 무엇보다 결과만 강조될 때는 작은 시행착오도 크게 여겨져 “이번에도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증폭됩니다.

  • 만약 결과가 좋지 않아도, 그로부터 배울 수 있는 핵심은 무엇일까?
  • 다른 사람들이 이 과정을 바라볼 때 어떤 긍정적 측면을 발견할 수 있을까?

2️⃣ 평가 기준의 부재

어떤 결과가 ‘성공’인지, 어느 수준이 ‘충분한’ 성과인지를 정의하지 않은 채 문제에 접근할 때 “이게 과연 좋은 상태인지, 아직 부족한 상태인지” 판단이 애매해집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으면 모든 것이 심각한 문제처럼 보이게 되는 이유입니다.

  • 현재 상황을 점수로 환산한다면, 얼마로 평가할 수 있을까?
  • 문제 해결 후 어떤 지표를 보면 ‘성공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3️⃣ 경험 부족에서 오는 막연한 두려움

어떤 일을 한번 도 해보지 않았을 때에는 누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낍니다. 처음으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가 된 상황이라거나,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전에 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내가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실제 난이도보다 훨씬 어렵게 느끼는 겁니다.

  • 경험 부족이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경험이 적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나 신선한 시각은 무엇인가?

4️⃣ 주변의 시선

때론 문제 자체보다, 그 문제를 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더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을 때, ‘내가 발표를 망치면 동료들이 나를 무능하게 보지 않을까?’ 같은 생각으로 압박이 커집니다. 이 상태에서는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에만 집중해 과잉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작은 실수를 할 때에도 '내가 역량이 부족한가?'로 번질 수 있습니다.

  • 주변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보고, 어떻게 평가하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 만약 친구나 동료가 비슷한 상황이라면, 나는 그를 어떻게 볼 것 같은가?

5️⃣ 미래의 불확실성

대부분의 불안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비롯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할 때 “만약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불확실성이 머리를 떠나지 않으면, 아직 나타나지 않은 문제에 대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계속 상상하게 됩니다. 이때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낮은 최악의 상황에 몰입하다 보면, 막연한 걱정이 현실보다 커져서 현재 할 수 있는 실질적 행동조차 주저하게 됩니다.

  • 만약 미래가 불확실하다면,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도 열려 있지 않을까?
  • 지금 당장 작은 테스트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일 방법은 무엇인가?

6️⃣ 부정적 감정의 강화

문제를 크게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반복되는 부정적 감정이 스스로를 압박하기 때문입니다. 불안, 좌절, 분노와 같은 감정이 누적되면, 사소한 일조차 ‘이건 큰일이야’라고 과잉 반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일정이 조금 밀렸을 뿐인데도 ‘결국 이번에도 실패겠지’라며 극단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부정적 감정이 깊어질수록 실질적인 해결 방법을 찾기보다, 감정에 매몰되어 문제를 확대 재생산합니다. 물론 일정 수준의 긴장감은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되지만,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면 해결책도 복잡하게 꼬이게 됩니다.

  • 현재 감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어떤 느낌인가?
  •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해 시도해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무엇인가?

2. 문제를 작게 만드는 방법

1️⃣ 문제 쪼개기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면 당연히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문제를 작은 단위로 나누어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전체 일정을 일단 여러 단계로 쪼개고, 각각의 목표와 달성 조건을 분명히 하는 식입니다. 취업과 같은 큰 목표도 서류합격, 1차 면접합격, 2차 면접합격, 처우협의 등 더 단계를 나누어보세요.

  • 이 문제를 5~6단계로 나눠본다면, 그 각각은 무엇일까?
  • 현재 상황에서 내가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은 무엇인가?

2️⃣ 목표 구체화하기

“잘해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처럼 막연한 표현은 문제를 크게 느끼게 만드는 주범입니다. 구체적 숫자나 명확한 조건을 설정하면, 지나친 불안 대신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 분기 내 앱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를 1,000명 이상 확보하자”와 같이 구체적인 목표가 있으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성취감을 느끼려면 “달성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요.

  • 숫자나 지표로 정의할 수 있는 분명한 목표는 무엇일까?
  •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검증 방식은 무엇인가?

3️⃣ 구체적 시간 제약 두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를 무한정 늘려놓으면 도리어 해결이 지연되고 부담감이 커집니다. “언젠가 해결해야지”라고 생각하면 그 ‘언젠가’가 찾아오지 않아, 계속해서 마음 한구석에 불안이 자리 잡습니다. 이럴 때는 적절한 데드라인이나 체크포인트를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3일 안에 1차 프로토타입을 완성하고 테스트를 진행하자”는 구체적 일정이 있다면, 그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을 우선순위대로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의 ‘강제 마감’은 오히려 문제를 작게 쪼개고, 빠른 실행을 유도해 자잘한 고민에 빠지지 않도록 돕습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면 작은 실패도 빠르게 회복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동기가 생깁니다.

  • 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만 주어진다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시간 제약이 없다면, 내가 미뤄두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4️⃣ 제약조건 창의적으로 해석하기

문제를 작게 만드는 또 다른 열쇠는 ‘제약조건’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조건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그 제약이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자원이 부족하면 더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찾아 혁신할 수도 있고, 인력이 적다면 멀티스킬을 갖춘 팀원을 육성하거나 외부 협업을 도입할 수도 있습니다. ‘왜 안 되는지’만 생각하면 문제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지만,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로 전환하면 해결책이 의외로 쉽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런 관점 전환은 스스로를 무력감에서 구해내고,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줍니다.

  • 지금보다 2배 더 많은 일을 같은 시간에 해야한다면 무엇을 다르게 해볼까?
  • 제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협력이나 외부 협업을 활용할 방안은 무엇인가?

5️⃣ 주변의 도움 구하기

문제를 스스로 크게 느끼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혼자 싸운다’는 고립감입니다. 동료나 친구, 선배, 멘토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공유하면, 내 시야에서는 미처 보지 못한 해결책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UI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민하기보다는, 잠깐이라도 디자이너에게 의견을 구한다면 문제를 훨씬 빠르게 풀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즉각 피드백을 받으면, 작은 문제도 조기에 발견하고 개선할 수 있어, 문제를 크게 키우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더불어 “나만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이런 과정을 거치더라”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심리적 부담도 줄어듭니다. 결국 좋은 협업은 문제를 작게 만들고 해결 속도를 높이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먼저 상담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 내 문제 경험을 공유했을 때, 의외의 해결책을 제공해줄 사람은 누구인가?

6️⃣ 작은 성취로 자신감 쌓기

큰 목표를 세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당장 시도해볼 수 있는 ‘작은 승리’를 만들어내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제품 완성 전이라도 프로토타입 일부 기능을 간단히 구현해서 사용자 반응을 살펴본다면, “이 정도 방향이라면 가능성이 있다”는 긍정적 확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얻은 작은 성공들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동력으로 작용합니다. 반대로, 너무 높은 목표만 바라보다가 중간 과정에서 좌절하면 “역시 안 되는구나”라는 부정적 인식이 커질 수 있죠. 작은 성취를 거듭 쌓아가면서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결국에는 목표 전체를 달성하는 가장 안정적이고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축적할수록, 문제는 더 이상 무겁지 않게 다가옵니다.

  • 지금 당장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계의 목표는 무엇일까?
  • 작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얻게 될 긍정적 효과는 무엇인가?

꽉 막힌 상황에서 무조건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원영적사고' 라는 밈이 한참 유행이었는데요. 원영적사고야 말로 리프레이밍을 훈련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A가 아니라고? 그럼 B를 해볼 수 있으니까 오히려 좋아" 라고 생각하는 짧은 문장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능해요. 반복하다보면 사고의 범위가 무한히 확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엘레베이터 안 거울이 한개일 때는 공간을 두 배로 보이게 하지만, 마주보는 거울일 때는 수십개로 만드는 것처럼요. 끝으로 읽어볼 만한 책 두 권을 소개하며 글을 마쳐볼께요.

대체 뭐가 문제야 - 예스24
도요타(TOYOTA) 생산시스템을 완성한 오노 다이이치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 ‘왜’를 다섯 번 반복해 보라고 얘기한다. 문제의 현상이 아니라 근원에 도사리고 있는 게 뭔지 이해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단순해 보이지만,…

'그게 문제가 아닐 수도 있잖아?' 라는 질문은 핵심을 찌를 수 있습니다.

빠르게 실패하기 - 예스24
철저한 준비와 계획? 그건 그저, 지금 생각일 뿐. 가능한 더 빨리 시작하고 최대한 더 많이 실패하십시오. 이 책의 저자 존 크롬볼츠와 라이언 바비노는 미국 진로 상담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며 교수다. 그들은 미국상담협회로부터 ‘살아 있는 전설’상을 수상했으며 협…

'더 빠르게 실패하기' 라는 개정판이 출시되었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