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이기만 한 사람
엄청 적극적인 사람과 함께하지만 뭔가 잘 안 되는 느낌, 조용하고 소극적인 것 같은 사람인데 뭔가 잘 되는 느낌을 받았던 경험이 있나요? 저도 그런 것들을 느낄 때마다 '이게 뭔지 모르겠는데 묘하다', '어떤 사람은 일하기에 편하고 어떤 사람은 어렵다'와 같은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저는 그것이 어떤 차이에서 오는지 깨달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적극적인 말이나 행동 속에서 '네가 결정하는 대로 하겠다'라는 속뜻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패턴을 알아차리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적극적인 사람'과 '능동적인 사람'이라는 표현을 혼용합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입니다. 적극적인 것도 나서고, 능동적인 것도 나서는 면이 있으니까요.
적극성은 주어진 상황이나 과제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에너지 수준도 높아서 자주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에도 어렵지 않게 참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빠른 행동과 결정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러한 적극성 자체에는 방향성이나 주도권이 담겨있지 않습니다.
반면 능동성은 상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태도를 말합니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는 것, 문제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 의사결정을 하고 결과도 받아들이는 것이 포함됩니다. 변화를 주도하면서도 혁신을 추구합니다. 즉, 능동성의 경우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깊이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 입니다.
'적극'이 만드는 착각
우리가 쉽게 속는 사람은 바로 '적극적이지만 수동적인 사람'입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속담이 여기서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주어진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지만, 그 일의 필요성이나 방향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습니다. 또 의견을 제시하지만 대부분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에 반응하는 수준에 그칠 때가 많습니다. 빠르게 행동하고 결정도 하지만, 그 결정이 타인이나 외부 환경의 피드백에 의해 크게 좌우됩니다. 본인의 중심과 방향성이 없을 때 벌어지는 일이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경력이나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부족한 경우도 있겠죠?
저는 이 차이를 알게 된 이후로 예능 <백패커>에서 쓰이는 자막들이 조금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시즌2에 들어서 안보현, 고경표 씨는 능동인의 캐릭터를, 이수근 씨와 허경환 씨는 수동인 캐릭터가 만들어졌는데요. 예전에는 단순히 주방일에 대한 자신감의 차이 정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목표에 맞춰 능동적으로 주방일을 찾아하는 것과 누군가의 지시나 가이드가 있어야 일을 하게 되는 차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특히 이번 20화의 경우는 정말 무릎을 탁 치는 장면이 두 개나 나왔습니다.
- 같은 수동인에겐 절대 묻지 않는다
- 언제나 확인받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는 수동인들
상대가 자신에게 가이드를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질문하지 않는 것, 그리고 확인받고 싶은 마음에 질문을 하는 것. 반대로, 능동인을 살펴보면 딱히 질문하지도 않습니다. 해야 할 주방 일들에 대한 브리핑이 되어 있으니, 순간순간 눈으로 해야 할 일을 수집하고 판단하고 결정하여 그냥 하는 것이죠. 질문을 하고 하지 않고로 수동과 능동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 의도가 무엇이냐는 한번 쯤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요?
예능이지만 능동인들과 수동인들의 모습들이 구체적으로 언급되는 이런 장면을 계기로 회사에서 일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던 것 같습니다. 특히 ‘어떤 사람은 일하기 편하고, 어떤 사람은 불편하거나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명확해졌습니다. 그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해서가 아니라 모든 질문에 다음 할 일, 어떻게 결정해야 되는지 방향성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일하기 어렵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예능을 보다가 여기까지 생각이 닿고보니 '나는 상대를 가려가면서 질문하고 있지는 않은가', '무언가를 확인하고 싶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 '전체의 목표 달성을 위해 나는 스스로 결정하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까지 이어진 것 같습니다. 벌써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이 시작하는 에너지를 적극적인 것에 쓰고 싶으신가요, 능동적인 것에 쓰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