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 설치형으로 오랫동안 블로그를 해왔다. 2013년부터 카페24에서 쓰다가, 가끔씩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을 쓰면 서버가 자주 죽어서 2016년에 디지털오션으로 이사했다. 별 어려움 없이 쓰다가 한 번씩 로그인하면 PHP 버전이 낮다는 경고 메시지가 자꾸 눈에 거슬려서 할 줄도 모르는 서버를 띄웠다 죽였다 하며 난리를 쳤었다. 그게 2020년이었다.

이제 또 4년이 지났다. 얼추 3~4년마다 한 번씩 전세집 옮기듯 이사를 하다가 이제는 블로그를 호스팅해 주는 곳으로 아예 옮겼다. 이번에는 고스트(Ghost.io) 블로그다.

옮기게 된 건 큰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또 PHP 업그레이드를 하라고... 매번 서버 띄우고 죽이고 별탈 없이 이관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개발자도 아니고... 그리고 한 번 옮긴 블로그 포스팅은 이미지 주소가 전부 달라져서 모두 표시가 되지 않았다. 블로그 테마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고, 내 뜻대로 여러 플러그인을 설치할 수 있다 보니 커스터마이징에 만족을 했지만, 비개발자인 나에게 사이트 유지보수성이 너무 좋지 않아서 이번에 크게 마음 먹고 이사를 했다.

늘 그렇듯 같은 실수와 시행착오들


이번에는 플랫폼을 갈아치우는 거다 보니, 낯설기도 하고 역시나 수월하지는 않았다.
테마는 정말 별로 없었다. 커스터마이징이 쉽지 않은 사이트니까 예쁜 유료 테마를 사려고 했지만 테마 자체가 너무 없다. 그나마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결제하고 마음의 평온을 잠시 찾았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눈에 거슬리는 것 투성이겠지만 급하니까 일단 쓴다.

기존에 사용하던 카테고리와 태그들을 모두 정리하지 않고 넘어온 터라 아주 난리가 났다. 당연히 블로그 썸네일 등으로 쓰던 이미지들은 또 표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보이는 족족 하나씩 이미지를 넣어주고 있다. 썸네일은 안 뜨면 삭제하면 그만인데, 본문에 들어간 이미지들은 하... 할 말이 없다. 당분간은 기존 블로그에서 하나씩 찾아다 꽂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존 포스팅들이 전부 본문에 HTML 태그로 들어와 앉아서 수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래서 콘텐츠 DB는 마이그레이션이 어렵다.

DNS는 더 난리였다. Hover에서 Cloudflare로, Ghost Pro까지 연결되는 과정이 너무 험난했다. 네트워크 설정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우리 집 와이파이는 가끔 끊기고, 심지어 맥북 컴퓨터조차 인터넷이 종종 끊기기에 정말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잡아주느라 정말 고생 많이 했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돼... 전 직장 동료인 성한 님께 주말 저녁에 전화해서 원격 지원도 받았다. 결론은 KT가... !@#$@#%

왜 에디터는 또 명조체인지. 워드프레스에서도 고통받았는데 여기서까지 시각적 고통이 계속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일반 사용자향 폰트는 고딕에 가깝다. 글씨도 좀 키워야 할 텐데, 커스터마이징... 또 삽질의 시작이겠지.

그래도 좋은 점 몇 가지

고스트를 예전에 봤던 기억으로는 블로그 플랫폼인지만 알았는데 최근에 블로거들의 글쓰기 생태계에 맞춰 많이 발전했다고 느낀다. 특히 뉴스레터와 블로그를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Maily.so를 통해 블로그 글을 사전 퍼블리싱하고 있었는데, 이게 나눠져 있으니 어느 글을 홍보해야될지 헷갈리고 트래픽도 분산되는 것 같고 독자들을 모으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는 고스트에서 한 번에 지원해 주니, 훨씬 편하게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최근에 막 메일링에 등록한 기존 사용자들은 어떻게 옮겨와야 하나 싶은데... 이번달까지만 두 벌로 운영하다가 한쪽으로 옮겨와야겠다.

회원제 기반으로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특정 포스팅은 유료 회원에게만 노출되도록 할 수 있다. 뉴스레터와 블로그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따로 할 수도 있다는 점(post only, mail only)도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다만 단점은 Stripe 연동이 필요하고 한국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건 이미 유료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시는 휘동 님께 도움을 받았다.

짧은 주말 동안 정말 열심히 입주 청소하고, 짐 싸고, 다시 짐 정리 시작하는 기분이라 리프레시가 되는 기분이 확실하게 든다. 앞으로는, 정말 글을 자주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