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 '프로덕트 매니저(PM)는 다양한 부서와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역할이니 당연히 외향적이어야 하지 않나요?'라고 말이다. 당연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내 이야기를 하면 나에 대해 아는 많은 분들이 놀라시지만 사실 내향인(I)이다.

많은 사람들이 PM이라는 역할을 생각하면 외향적인 성향(E, Extraversion)을 떠올리곤 한다. 각종 기획리뷰, 설득, 발표 등 남들 앞에 나서야 하는 일이 다른 직군에 비해서 많은 편이고, 특히나 하루 종일 회의에 시달려야 하는 직군이다 보니 사람을 상대하는 능력도 중요하니까. 만약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면 업무적으로도 위축되게 하는 요인일 수 있다.

하지만 외향적인 프로덕트 매니저가 더 일을 잘한다 평가할 수 있을까. 사실 MBTI와 PM의 역량은 상관관계가 없다. 내향적인 성향(I, Introversion)을 가진 PM들도 그들만의 강점을 발휘해 성과를 낸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말하기보다 듣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사용자 인터뷰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다. 그들은 상대방의 말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며 그 안에서 미묘한 요구와 불편함을 포착하는 데 탁월하다. 외향적인 사람들은 때로 대화를 주도하는 데 중점을 두지만, 내향적인 PM들은 사용자와의 대화에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깊이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이는 제품 전략에 중요한 통찰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나의 일상에서 이런 면이 발휘되는 때는 '동료들과의 티타임' 인 것 같다. 잡담을 나누다가도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이야기를 멈추고, 동료들의 표정을 관찰하고 의미있는 단어들을 감지한다. 전체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대해서 어떤 감정선 위에서 일하고 있는지, 지금 가지고 있는 에너지레벨은 어느 정도인지 정보를 얻으면 전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큰 힌트가 되니까.

내향적인 PM이 가진 또 다른 장점은 깊이 있는 문제 해결이다. MBTI에서 E와 I의 차이점에 대해서 에너지의 원천이나 대인관계 소통, 야외 활동 선호도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들 알고 있다. 하나가 더 있다면, 바로 사고와 표현 방식의 차이다. 내향형(I)의 경우는 생각을 먼저 정리한 후 표현하거나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선호한다. 반면에 외향형(E)는 말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내향적인 성향을 활용한다면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며, 최적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하는 과제에서 성과를 보이기에 유리하다. 외향적인 성향의 PM이 빠르게 결정을 내리고 추진하는 과제에서 두각이 드러난다면, 내향적인 PM은 한 걸음 물러서서 전체 그림을 보며 신중하게 계획을 세워야 할 때 진가가 드러난다.

나 역시 전체 그림을 이해하고 그 복잡성 속에서 일의 의미를 찾아냈을 때 가장 큰 동기과 만족을 얻는다. 그래서 2~3년에 걸친 장기적인 전략 수립을 할 때도 있고, 오래된 레거시 시스템을 쥐잡듯이 뒤져서 문제의 근원을 다르게 정의하고 해결해가는 과제들을 주로 발의한다. 물론 당면한 문제들의 빠른 해결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면밀하게 분석해 복잡한 문제의 솔루션을 찾아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PM의 일은 꼭 외향적인 사람들에게만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외향적인 PM들과 똑같이 "말을 많이,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놔 보자.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PM도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여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으며, 실제로 많은 성공적인 PM들이 내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향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팀과 사용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장점과 강점에 알고 있는 리더라면, 여러분에게 어울리는 PM의 역할을 어떻게 다르게 정의해 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일을 더 잘하게 만들려면 어떤 걸 해봐야 할까?

프로덕트 매니저가 내향적(I)이면 어떡하냐구요?
MBTI로 바라보는 PM의 일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