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쓴다. 작년 12월 회고 이후로 올 한 해 동안 단 1개의 글만 올렸다. 올해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내놓지 못한 글이 많다. 글쓰기를 삼가다 못해 삼켜야만 했던 글과 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먼 미래에 기억에 남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글을 썼던 해라고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요약이라고 하기엔 긴 글이 될 것이 뻔하지만 올해 회고를 담담하게 시작해본다.

세 번째 암초를 만난 배는 침몰했다.

다시 읽어본 2021년 회고에서는 ‘두 번의 암초를 만났다’는 표현을 썼더라. 선물하기팀으로의 조직발령, 쇼핑라이브를 품는 라이브선물스쿼드라는 조직발령. 팀의 DNA를 두 번이나 바꾸어야 했던 시기에 조직장으로서의 위기를 그렇게 표현했던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회고 글을 올리고 며칠이 되지 않아 다시 조직개편이 검토중 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니, 나한테 왜 그래요? 라고 했다. 실장님 죄송..ㅋㅋ) 배민스토어TF가 종료되면서 서비스를 맡을 새로운 팀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스쿼드는 이미 3개의 서비스를 맡고 있었고, PM 15명, 개발 35명 (백엔드, 웹, iOS, Android, SRE…) 정도의 거대한 조직이었다. PO와 TL이 열심히 해도 50명의 인원을 팀 레벨로 케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거기에 한 개의 또 독립적인 신사업을 붓는다? 사실상 팀의 캐파를 넘어서는 일이었고 결국 스쿼드는 100일을 채우지 못하고 해산하기로 결정되었다. 조직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담당자와 파트를 재배치하고 이제 막 스프린트 1개를 돌았을 때였다. (날짜도 기억하네 1월 15일임. 하.. 인생무상..)

2개 서비스, 3개의 개발팀을 합쳤던 스쿼드는 새로운 조직구조를 위해 재정비되면서 4개 팀으로 소분됐다. 몇몇 개발자들은 기능조직으로 전배되기도 했다. 그 중 선물하기, 배민스토어, 쇼핑라이브 3개 팀의 서비스팀이 생겼고 내가 2개의 조직을 겸직해야하는 상황이 왔다. 선물하기팀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시니어가 있었고, 쇼핑라이브는 아직 사업 요구사항에 비해 프로덕트가 불완전한 상태였으며 배민스토어는 이제 막 시작 단계였기 때문에 나는 원래 맡고 있었던 선물하기팀 대신 쇼핑라이브와 배민스토어를 새롭게 맡기로 논의됐다.

다른 대안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지 않나? 하고 내렸던 결정이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섣불렀던 것 같다. 선물하기팀은 내가 처음 팀장을 맡아 팀원이 3명일 때부터 15명이 될 때까지 정말 열심히 키워내고 성장시킨 팀이었다. ‘서비스’를 내려놓는다고 생각했던 결정이 사실은 ‘팀’을 내려놓는 결정이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었다. 그동안 고마웠다, 앞으로 선물하기와 더불어 새로운 팀장님을 잘 부탁한다는 메일 한 통을 보내고 나서야…

나 홀로 떨어져 나왔다는 공허함, 2년을 동고동락했던 팀원들과 생긴 거리감, 내 사람들이 더 이상 나를 찾지 않는 다는 상실감, 많은 인원의 스쿼드 구성원들의 도메인과 업무 프로세스 정비를 위해 (감정적으로 힘든 점도 많았기에) 더욱 애썼던 것까지 보태어 깊은 허탈감까지. 번아웃이었다. 너무 많이 울었다. 엉엉 울었다면 차라리 나았으려나. 갑자기 생각이 스미면 그냥 눈물이 흘렀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충격을 받으니 더 아프고 힘든 시간이었다. 새로운 팀이긴 했지만, 잦은 조직개편으로 상처받은 팀원들을 케어하면서도 내가 진정으로 위로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상황을 아는 옆 팀장들과 이야기할 때면 울먹이기 일쑤였고 나는 서서히 가라앉았다.

우아한형제들은 외부 전문기관과 연계하여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갑자기 복지소개;)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20회(대략 6개월 정도)나 되는 장기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는 그 도움을 받기로 했다. 혼자선 이 터널을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으니까.

어느 순간, 생각해두기를 그만두었다.

상담을 지속하면서 나는 스스로 가혹할 정도로 높은 기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나는 일상이 허술하고 끈기가 없어서 완벽주의나 만점 받기를 추구하지 못한다. 어느정도 수준을 달성할 수 있으면 충분히 만족해왔고, 적당히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사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상담 선생님은 그 기준점수가 남들보다 너무 높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고, 너한테 이런 일을 해야 한다고 누가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여러 차례 물었다.

이렇게 일이 흘러가다 보면 결국 그 일이 생길 거에요. 그 일이 생겼을 때의 영향이 너무 커요. 제가 그걸 아는데 막지 못하면 안 되잖아요. 실패하는 걸 어떻게 그냥 지켜만 봐요. 그건 너무 괴로운 것 같아요.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상상하거나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네가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이 너를 혹은 그 상황을 도울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예측되는 상황이 있으면 주변에 도움을 청해보자…. 등등 많은 조언 끝에 나는 조금씩 미리 생각해두고 준비해두려고 작업해두는 것들을 점점 하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아무 대책 없이 일하면 내가 무슨 기여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을 접어두고 출퇴근만 반복하는 시간을 보냈다. 간간이 어떤 일이 생기면 ‘거봐 그럴 줄 알았지!!!’ 하고 덤벼서 해치웠던 적도 있었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미리 생각해두는 습관을 더 강화할 것 같았다. 그래서 매번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라거나 ‘어떤 걸 도와줄 수 있을까요?’ 정도의 질문을 던졌고, 내가 해주길 바라는 것까지만 하고 슥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질 거야, 불안해’ 보다 ‘난 이걸 하고 싶어’ 라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대안을 마련해두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 그 지옥을 벗어났다. 첫 상담할 때만 하더라도 우울증이 심해 약을 처방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선생님의 걱정이 무색하게, 약을 먹지 않고도 아주 천천히.

자갈밭에는 꽃이 자라지 않는다.

새로운 팀이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기도 있었다. 새로운 미션을 받은 TF가 생겼고, 팀원들이 모두 차출되었다. 3개월이면 끝날 거라던 프로젝트는 6개월이나 지나서야 끝났다. 나도 후발주자로 합류해 프로젝트 실무를 함께 진행했다. 워낙에 복잡도가 높았고 업무 강도도 높은 프로젝트여서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워룸이 세팅됐다. 매일 출근과 철야를 반복하다 보니 끝이 보이지 않던 프로젝트도 결국 배포하더라.

프로젝트에 합류하기엔 너무 늦게 입사해버린 뉴비를 제외하고 2개의 팀원의 대다수가 TF에 참여하게 되니, 팀원들을 케어할 수 없었다. 너무 힘든 프로젝트다 보니 서로 극도로 예민해져 있기도 했지만, "팀"으로서의 빌딩이 될 물리적인 기회가 없었다. 퇴사의 시그널이 뜬 팀원들이 많았고 붙잡은 사람도 있고 놓친 사람도 있다. 팀장으로서 해준 게 없지만 뭔가를 해줄 수도 없었던 시간이었는데, 나는 이해받지 못했다. 이 팀을 따르지 못하겠다며 몇몇 팀원들이 떠났다.

나는 팀장으로서 문제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이 팀에 문제가 있었던 걸까? 지난 팀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인데, 그 팀이 특수해서였을까, 그냥 내가 못나서였을까. 이제까지 내가 쌓아왔던 리더로서의 철학들과 그걸 실천으로 옮겨왔던 지난 활동들마저 모두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가까스로 번아웃을 벗어나서 이제 서서히 일을 손에 잡아보자 생각했는데, 또 이런 시련이 올 줄이야. 새로운 팀원들이 자리 잡기엔 너무 자갈밭이었나, 씨만 뿌려놓고 물을 안 준 건지 못 준 건지 어쨌거나 다 내 탓인가? 아. 진짜 때려칠까…

그리고 그 일은 실제로 벌어졌다.

그렇게 TF는 끝났고. 나는 상처투성인 손으로 나를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팀원들에게 돌아갔다. 이제 정상적으로 일해보자, 우리 팀이 된 지 오래되었지만 한 번도 팀으로 일해본 적이 없지 않냐. 건강도 회복하고 32시간 잘 지켜보면서 워라밸 챙겨보자. 이렇게 다독이며 조직 강화를 다시 리셋하던 찰나에.

미경님, 커머스 말고 푸드(배달의민족) 쪽 팀으로 옮기는 거 어때요? 팀장 말고 팀원으로요.

네???? ? ???????

위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평소 Plan B가 아니라 최악의 경우도 항상 생각해두는 성격인지라 늘 조직개편 쿨타임이 돌아오면 이번엔 내가 대상이 될지 안 될지, 된다면 어떻게 될지BCDEF…를생각해두지만, 푸드 쪽은 정말상상도 못 했던 제안이었다. 심지어 팀장 아닌 팀원?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푸드에 대해 어떤 미션이 크게 있다기보다.. 팀 리더 역할에 대한 나의 그간의 고생과 고민, 고통에 대해 충분히 살폈을 때, 리더를 내려놓고 조금 쉬어가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고민을 해주셨던 것 같았다. CPO님의 제안이었다.

그동안 커머스 섹터의 여러 팀과 프로젝트를 돌면서 고생하고 고민하고 고통받았던 것, 맞다. 팀 리더를 그만두고 싶단 생각을 했던 것, 맞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어쩜 그걸 다 알고 계시지? 싶었지만… 하지만 팀빌딩을 하거나 매니저로서 일하는 것의 보람이 큰 편이었기에 팀장을 하기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만 정정해 의견을 드리곤,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TF를 하면서 이미 쇼핑라이브팀은 다음 리더에게 인계를 한차례 했었다.) 1년에 3번이나 팀을 떠나야 한다는 부분은 앞선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또 내리는 결정이라 많은 고민과 걱정을 했지만 내가 여기서 버텨준다고 해서 내가 팀을 위해 나은 선택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지금은 내가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때가 아니다는 결론에 다다랐기에 정말로 미안한 마음에 팀을 한 번 더 떠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팀원들에게는, 그리고 그다음 팀장에게 정말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계속 지켜봐주고 응원해주고 멀리서 도울 수 있는 일은 돕고 있는데 그게 잘 전달이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우형은 아직 개발직군을 제외하고는 커리어 패스가 이중화되어 있지 않다. PM 역량 레벨을 올해 초에서야 재정립하고 도입하다 보니, 현재 기준으로 PM으로서는 팀장, 실장으로 승진하는 방법을 제외하고선 조직 내에서 인정받거나 성장하는 것을 가시화할 방법이 없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팀원이 되는 것이 회사 내에서 나의 성장이 정체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조금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결정을 내리고서도 많은 고민이 들어 리더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가장 힘이 되었던 이야기는 "한 팀의 리더로 쓰이지 않더라도 회사에 충분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이 들었기 때문에 결정 된거니, IC(individual contributor)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이것저것 시도해보라" 는 이야기였다. 이 때 생각의 중심을 잡는 데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책이 <스태프 엔지니어> 인데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분이라면 한 번씩 읽어보길 추천한다. 개발자의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지만, 머지않아 PM에서도 분명 이와 같은 포지션이 필요할 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새로 합류한 팀에서는 Product Lead, PL 이라는 포지션으로 전배됐다. 개발자인 팀장님이 있었고 팀원의 80%가 개발자였다. PM이 적었고, 일은 많았다. 팀장으로서 내가 이제까지 해왔던 일들은 주로 사업 팀과 프로덕트 팀이 제대로 일하게끔 돌아가게 만드는 일들이었다. 서비스의 방향을 세우고, 업무 프로세스를 유관부서들과 협의하며, 작은 과제들부터 큰 과제들까지 마일스톤에 따라 빠르게 고도화해왔다. 지난 몇 년간 나의 상위리더들은 ‘높은 적응력으로 새로운 업무를 빠르게 hands-on 하는 강점’이 있다 칭찬받아왔는데, 새 팀에서는 무쓸모였다. 하 쉬운게 없다ㅋㅋ

새 팀은 울트라콜, 배민1 등의 광고 상품 시스템을 만드는 팀으로 아주 오래된 팀이다. (내가 입사하기 전에도 있었을 테지만) 배민의 코어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맡은 플랫폼 조직이다. 내가 우형에 광고 상품을 잡는 비즈상품기획팀으로 입사했던 팀에서 하던 업무를 구현하는 팀이니 도메인에 대해서 아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개발팀의 스프린트가 수십, 수백 번 돌았던 팀이기 때문에 그 업무 방식을 배우는 게 절대 쉽지는 않았다. 이건 마치 스타트업에서 구르던 야생의 PM이 대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기분이랄까.

백엔드 개발자가 대다수인 팀 문화에 녹아들어 가는 것도 문제였다. 이전에 맡았던 팀들은 신사업이다 보니 PM, 백엔드, 프론트엔드, 앱 등이 섞여 있고 비즈니스 위주로 이야기가 많이 되었지만, 광고팀은 플랫폼업무가 대부분이다보니 구현 얘기가 너무 많아서 대화에 낄 틈을 찾기가 어려웠다. 팀에 합류한다는 소식에 많은 기대와 걱정을 받았던 부분이 ‘적응하기 쉽지 않을 건데.. 힘내요’ 라는 이야기들이었던 것… 이야기의 맥락을 알아듣고, 대화에 끼기까지 꼬박 3개월이 걸린 것 같다. 수습 기간이 괜히 3개월이 아니다. 선조들의 지혜란~

어쨌거나 팀원으로 재입사.. 아니 전배된 이상, 팀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가 관건이었다. 팀장이 아니니 팀의 역할을 더 키우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새로운 팀 문화 시도는 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나는 또 언제 다른 팀으로 이동할지 모르니 섣부른 변화를 시도하기보단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움직이기로 했다.

초반에는 거의 매주 팀장님과 이야기해서 팀의 알려진 문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그 중에서 내가 시도하거나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갔다. 매일 혹은 매주 조금씩 의견을 내서 점진적으로 팀원들을 설득하는 법도 배워나갔다. (팀장일 땐 공지하면 끝이었는데… 흐ㅎ그흑 첨엔 솔직히 좀 힘들어따) PM들이 일하는 방법들을 팀장으로서가 아닌 PM으로서 조언하고 동료로서 돕는 일들을 했다.

내가 일하는 패턴도 깨달았다. 나는 의외로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많으며, 그런 시간을 통해 업무 욕구를 재충전하고 있었다. 팀장일 땐 늘 일이 많아서 야근한다고 생각했는데, 팀원이 되어서도 늘 일이 많아서 야근을 하더라? 알고 보니 estimation 이 후했던 것이다. 몰입해서 3시간 != 실제로는 5시간 이상 일해야 되는 견적인데, 늘 3시간이면 되겠지 하고 몽땅 일을 잡아두는 것이었다. 팀장이라 바빠서가 아니라 그냥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던 것..같다. -_-a

팀장일 땐 알기 어려웠던 팀원들의 클레임 실체도 많이 깨달았다. 왜 팀의 비전이나 제품의 방향성을 계속 리마인드하는게 중요한지, 팀원들과 프로젝트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싱크업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로운 제도에 대해서 충분히 설득하고 천천히 도입하는 것의 효과에 대해서, 팀원들에게도 내 상태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하는 방법에 대해서, 팀장의 의사결정 방식과 같은 업무 스타일을 미리 말하지 않으면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 회사의 중요 변경 사항이 팀원에게 언제쯤 전달되는 게 좋은지에 대해서….

팀원들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여러 책을 전전했지만 찾지 못해 그냥 내 안의 꼰대인가보다 치부하고 한쪽에 치워놨던 것들을 역설적으로 나는 팀원이 되어서야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팀장이 어떻게 일해야 팀원들이 더 잘 이해하고, 따르게 할지 말이다. 이제 다시 팀장의 역할을 맡으면,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아 벌써 기대가 된다. (그렇다. 2023년에는 새로운 팀을 다시 맡는다.😏)

2022년의 마침표.

2022년을 돌이켜보면, 참 부침이 많았던 해다. 2022년은 5개의 서비스가 손을 스쳤고, 3개의 팀의 팀리더였고, 1개의 TF를 보냈고, 지금은 1개의 실과 1개의 팀과 1개의 TF에서 서로 다른 3가지 업무를 겸직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좀 심하게 많은 변화가 있어서 아무것도 남긴 것이 없다고도 생각될 정도지만… 그래도 다음 누군가가 좋은 집을 지을 수 있게끔, 땅에 박힌 큰 돌 하나 정도는 빼주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열심히 삽질해서 유전이라도 발견했다면 오일 시추 타워를 찾았을 텐데 썸네일을 포크레인으로 고른 이유다. (Photo by Tobias Kleeb on Unsplash)

괜히 내가 역마살 꼈다 농담하는 게 아니고, 동료들도 해결사나 개척자라고 불러줄 정도니 매우 특수한 케이스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회사의 조직개편에 대해서는 항상 옳은 결정을 한다고 믿고 따르기 때문에 이렇게 굴려도 의외로 불만이 없다.

다만, 회사에서 생긴 일들을 온라인에 올리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워야 하고, 자칫하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임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나의 감정’에 집중해서 글을 썼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우형은 저렇게 일해?’라고 보일까 걱정스럽다. 그냥 내가 그렇게 일해왔고, 내가 이렇게 느껴온 것이니 회사에 대해 성급하게 일반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 그러면 다시는 회사 얘기 안써준다?


ps. 회사 일에 비하면 올해 개인적으로 있었던 몇 가지 일들은 차차 이야기할 때가 있을 것 같아서 따로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