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을 돌아보며 - 괜찮았던 아홉수였다.
올해는 2019년이고, 내가 일을 시작한지 9년째 되는 해이다. 회사도 아홉수(서비스 9주년)이어서 거의 트리플 아홉수에 가까운 해였는데, 다음 10년을 준비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았던 한 해였던 것 같다.
생각나는 몇 가지 키워드로 뽑아본 올해의 회고.
상반기
이직 – 1월
올해 1월 7일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했고 수습기간동안 왜 배민 갔어요?(부제:수습 2개월 차에 부쳐) 라는 글을 써서 올렸다. 4개월차 쯤 되면 정직원 통과 기념으로 글을 또 쓰고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사실, 수습기간동안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이 많지 않았고 그렇다고 막 일을 시키는 사람도 없어서 방황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3월말까지 전사적인 시스템개편으로 인해, 모든 팀들이 정신없던 중에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내야 하는 우리 팀은 뭔가를 시도하기 어려운 분위기였고, 나는 이런 경우 아주 많은 무기력함을 느끼곤 한다.
문제는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이 한번에 변해서 (회사, 팀, 업무…) 이게 타이밍의 문제인건지, 회사에 적응을 못한건지, 업무가 적응이 안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역량이 부족한건지 매우 혼란스러웠다. 전직장 동료들을 만날 때마다, ‘다시 돌아갈까 고민하기도 해’라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니 글을 쓰면 ‘이직을 잘한건지 모르겠다’는 쓰게될 것만 같았다.
정신차리라는 의미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수습이 끝나기도 전에 미션이 떨어졌고 덕분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아주 까맣게 잊어버렸다. 지난 프로젝트 이야기는 May the Force be with you – TF가 함께하길 에서 다뤘다. TF가 끝나면 또 올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던 것 같다. 프로젝트가 너무 길었어..
엄마와 할아버지
설 연휴 첫날, 온 가족이 모인 날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오랜 병환끝에 돌아가신것이라 가족들 모두 마음의 준비는 몇달 전부터 하고 있었다. 명절중에 상을 치루는 것은 많은 분들에게 두 배로 고마움과 미안함이 들었다. 명절 날, 상가집에 와달라 이야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주시고 챙겨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입관식 때에는 엄마는 끝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가장 믿어주던 큰며느리, 친정 아버지만큼 정이 들기도 들었을거라.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집에서 모시고, 요양원에 계시는 동안에도 항상 할아버지를 챙기느라 고생했던 엄마.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엄마는 그 때 가장 심한 마음고생 중이었다. 1월 초에 직장인건강검진을 하면서 암 소견이 발견된 상태로, 서울 큰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 결과를 기다리던 사이, 그렇게 할아버지 상을 치뤘고, 장례가 끝나고나서 암이 확진되었다. 너무 초기이고 그 크기가 작아 0기라고 생각했지만, 수술 후 떼어낸 조직으로는 1기였다. 다행히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직전에 수술하여 천만다행으로 항암치료도, 방사선치료도 하지 않고 단 한번의 수술만으로 끝났다.
환자의 옆에서 병간호를 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회사, 집이 가까운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하여 한동안은 출퇴근을 전후로 계속 병원을 들락거렸다. 퇴원하고 집에가서 있겠다는 고집쟁이 엄마를 한달쯤 더 요양병원에 모시고서야 엄마는 전주로 내려갔지만.
이렇게 가정사가 겹쳤었던 연 초, 나는 정말 회사 덕을 많이 보았다. 할아버지 상중에는 장례용품을 지원받아 많은 비용을 아낄 수 있었고(3일동안 소비하는 종이컵 같은 일회용품 비용 절대로 우습지않다.) 입사하면서 회사에서 든 상해보험 덕분에 엄마의 수술비도 상당부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나 입사일과 엄마의 진단일이 고작 1주일도 차이나지 않는걸 생각하면 정말 타이밍이 절묘했다고 할 수 밖에… 어릴 땐 몰랐지만, 나이가 들수록 복지가 좋은 회사에 다녀야 한다는 얘기가 이런데서 느껴지는 것 같다.
취미생활과 네일아트 – 5월
우형으로 이직하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저녁이 있는 삶이다. 심지어 6시 퇴근인데 집에 돌아와서 밥먹으면 6시 반… 잠을 늦게 자는편이라 최소 6시간 동안은 할 게 없는 거다.
물론 네일아트를 배우고 싶어서 배운건 아니다. 심심해서(…) 네일받으러 한번 가봤다가 몇 만원이나 하는게 너무 아깝고 지우는데도 돈이 든다고 해서 직접 해야겠다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재료비로 몇 십 깨지는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어리석은 것.. 직접 해보는건 어렵지 않았다. 유튜브에는 모든 것이 있었고 영상을 본 후, 여러번 연습하면 되는 일이었다. 손가락이 10개밖에 안돼서 아쉬운 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어설픈 연습에 손톱이 상하기 시작하면서 발톱에도 바르기 시작했는데 페디큐어는 자세가 힘들어서 포기했다. 여튼 그렇게 두어달 연습하니 이제 곧잘 혼자 간단한 네일들은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원하는 아트는 똥손이 따라주지 않고, 재료를 컨트롤하는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조금씩 성에 차지 않기 시작했고, 이후로 한참을 맨손으로 지냈다. 지금은 샵에 가서 받는다. 역시 비싼 돈을 받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여전히 비싸다는 생각을 하고 있긴 하지만.
대출과 상환 – 5월
나는 2013년도에 창업을 했고, 약 2년간 회사를 운영했던 적이 있다. 투자유치의 절실함도 없었고,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간절함도 없었고, 단지 제품개발에만 몰두했던 패기는 나에게 1억이라는 큰 멍을 남겼다. 남의 돈을 벌지 못했던 나는 거치기간이 끝나자마자 어쩔 수 없이 다시 직장인이 되었다.
주니어 기획자 월급에서 기초생활비를 제외하고 모든 월급을 밑빠진 독에 부어야 했고, 티끌같은 돈을 모아서 갚는 것보다 빨리 연봉을 높여서 더 많은 돈으로 갚아가는게 더 빠르겠다 생각했기에 정말 열심히 일을 배우며, 역량을 쌓으려고 했고, 회사에서 인정받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올해 5월, 드디어 1억이라는 모든 대출을 상환하였다. (그 긴 시간동안 함께 책임을 져온 코파운더들에게 이 모든 영광을) 그때 시절에 남긴 <대출받아 창업해도 된다.> 글은 지금까지 내 블로그에서 가장 많은 외부트래픽을 발생시키기도 하면서, 가장 많이 읽힌 블로그 글이기도 하다.
6년이 지나 묻는다. 대출해서 창업해도 될까?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유효한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대출을 선택하는 사람이라면 플랜B는 마련했으면 좋겠다. 지금에 와서 가장 잘했다 생각한 것은 스타트업을 중단하기로 결심한 날, 다시 한 번 대출받아볼까하는 다른 결심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 그러고보니 하나가 더 있다. 바로 학자금이다. 등록금을 제외한 8학기의 학자금, 총 36,826,790원을 모두 상환했다. 10년만에 졸업한 느낌이 이제야 든다.
학자금과 창업대출을 상환하던 관성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하니, 정말 돈이 빠르게 모이는게 보여서 요즘 좀 즐겁다. 경력 10년차의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해외여행을 떠나고, 차를 사고, 집을 살 때, 내 손에는 겨우 천만원 남짓한 통장 하나 뿐이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인내의 시간이 있었는지 알기에 전혀 조바심나지 않는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성실하게 살아야지 다짐한다.
글쓰기와 발표 : 이력서, 인사평가 – 4월, 6월
올해는 외부 발표도 많이 하려고 했다. 4월에는 Women TechMekers에서 기획자는 어떻게 SQL을 공부할까 라는 발표를 했다. WTM2019 발표후기에서도 썼지만, SQL은 개발언어라는 생각때문에 공부를 시작하는데 많은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개발언어가 아니라 데이터를 다루는 언어이니 만약 상용 데이터들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꼭 배워보셨으면 좋겠다.
이상한모임 99콘에서는 인사평가를 주제로 2번이나 무대에 올랐다. 영혼까지 끌어쓰는 자기평가 는 내가 평소에 하지 않았던 이야기여서 준비하면서도 재미있었고, 발표하고나서도 피드백이 많아서 즐거웠던 것 같다. 이 발표는 사내에서도 수차례 공유도 됐고, 심지어 인사지원실에도 공유됐다..(음…-_-;;) 이 발표자료가 사내에 잔뜩 공유된 직후에 상반기 인사평가가 시작되어서, 잘 써야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머리를 쥐어뜯었던 것 같다. 다른 의미의 과거의 나를 규탄……
연말정산으로 구성돼 다시 발표할 기회가 생긴 4회 99콘(12월)에서는 6월 발표자료에 하반기 평가에 대한 내용을 더 추가하여 발표했다. 내가 차린 밥상 위에 올라가는 건 정말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혹여나 내가 만든 반찬이 맛이 없어 다른 반찬들까지 욕을 먹을까봐 더 많이 준비하고, 더 많은 내용을 말하려고 욕심을 내기도 했다. 행사만족도 평가에서 말이 너무 빨라서 아쉬웠단 이야기가 있어서 상반기 버전까지 합쳐진 풀버전을 다시 녹화&녹음해서 공개할 예정이다. 역시 욕심은 독이 된다.
하반기
운동과 다이어트 – 하반기 전체
작년에 퇴사를 하고 두달정도 필라테스를 다닌 적이 있다. 통증이 더 심해져 그만두었는데, 그리고나서 운동을 아예 하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먹지 않았던 것 같은데, 한번 불기 시작한 체중은 꾸준히 늘어나 6-7월 쯤에는 정말 인생의 최대 몸무게를 찍었다. 아마 필라테스를 그만둔 후 3kg 정도가 더 쪘던 것 같다.
그 상태로 6월에 건강검진을 했고, 결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좋지 않았다. 어디에 어떤 소견이 보이고…가 검진표 구석구석에 기록되어 있었다. 몸도 아팠다. 몸에 염증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급성방광염으로 응급실에 가서 2주 가까이 항생제 칵테일을 먹어야했고… 그 떄부터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했던 것 같다.
미용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하는 상태에 이르렀고, 바로 PT를 등록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오른쪽 그래프에서 선그어진 부분부터~) 7월부터 PT를 시작해 지금까지 6개월째 받고 있고, 결과적으론 Max 2 Min 을 비교했을때 8kg 정도가 빠졌다. 당연한건지 모르겠지만, 체중계의 Max와 앱에 기록된 Max가 다르다. 왜냐면 기록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잠깐 올라갔다가… (눈물…) 그래프에서도 찍히지만, 12월에 들어 춥고 다이어트도 지쳐서 일반식을 먹고 운동도 쉬고 있어서 더이상 감량은 없고 유지하는 수준에서 1kg 정도가 왔다갔다 한다.
체중이 엄청나게 빠진건 아니지만 부종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체형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가장 컴플렉스인 복부와 허벅지는 정말 가장 마지막에 빠질 것 같다. 아직도 체지방률은 35%가 넘은 상태라서 갈길이 멀지만, 10년동안 아주 서서히 찐 살을 단기간에 뺄 수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10년동안 늘어난 거니, 2년만에 빠질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제 6개월이 지났으니 스프린트 1개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남은 스프린트 3개도 잘 마무리 해봐야지.
조직개편 – 10월
적성을 찾지 못해 다소 혼란스러웠던 사업팀소속에서 벗어나, 10월 중순 쯤 조직개편이 되면서 B2B서비스실(구.플랫폼실) 소속이 되었다. 물론 사업팀에 소속돼 있는 동안 시스템 쪽은 전혀 몰랐으니, 다시 이직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긴장되고 그랬다. 그래서 이직을 하고 전직을 한건지, 전직을 한다음에 다시 전직을 한건지 아리송하기도 했었다. 그래도 다시 개발팀으로 돌아오니까 마음의 평화를 얻은 것 같다.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
프랜차이즈시스템팀은 프랜차이즈들이 가맹점을 쉽게 관리하기위한 기능들을 만들어나가는 팀이다. 새로 생긴 팀이지만, 업무는 기존에 각 팀별로 흩어져 있던지라, 팀 생기자마자 인수인계가 쏟아졌다 (ㅠㅠ) 그리고 프로젝트1도 하고 있고, 또 다른 프로젝트2도 하고있고, 프로젝트3도 구상하고 있다. 대단하게도, 우리팀에는 기획자가 1명밖에 없고(지난주에 엊그제 신규입사자 발생함), 개발자도 2명밖에 없는 아주 소수민족이라는 게…. 실장님 보고 계시죠? 사람 좀 뽑아주세요? 거기 아무도 없나요? 여기 사람필요해요! 어쨋든 만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네 사람이 각자의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고 있다. 지금은 정말 백지상태의 팀이라 내년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지 진심으로 궁금하고 기대된다.
유튜브와 유튜버 – 11월
직장인 2대 허언으로 ‘퇴사할거다’ 와 ‘유튜브할거다’가 있다는데, 퇴사는 작년에 해서 또 할 수가 없고(물론 할 수도 있었다(!)) 유튜브를 시작했다. 유튜브는 도대체 왜 보는거야 싶었지만, 어느새 나도 유튜브를 보면서 웃고 즐기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TV, 넷플릭스, 라디오, 팟캐스트, 전자책을 보던 시간 전부를 유튜브 하나가 흡수해버렸다. 유튜브를 보기시작한지 1년도 안됐는데, 이미 구독하는 채널이 130개가 됐다. 그래도 여전히 심심해서, 계속 새로운 컨텐츠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렇게 유튜브를 오랫동안 보게되고, 주변 지인들이 하나 둘 유튜브를 시작하는 걸 보면서 나도 유튜브를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마이크니, 카메라니 장비를 하나씩 사기 시작했는데 결국! 채널을 개설하고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시작! 별 생각없이 일단 저지르는게 꿀잼! 채널구독해주세용 으흐흫
역시 직접 해보니, 카메라를 보면서 여러가지 리액션을 하는게 너무 어렵다. 시선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대본을 보며 녹음 한 후 영상에 넣고 있는데, 대본 리딩이 조금 더 자연스러워 진다면 카메라와 아이컨택하면서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아직 100명도 채 되지 않은 신생 유튜버지만, 내년에는 꾸준히 컨텐츠를 기획해서 올려보리라 다짐해본다.
이상한모임과 99콘 – 3월, 6월, 9월, 12월
그간 몇년은 빡빡한 프로젝트 일정때문에 커뮤니티를 챙기지 못했었다. 한동안 오프라인 행사가 없었기에, 올해는 오프라인 행사를 많이 열어보자 다짐했다. 100명 정도의 소규모로, 분기마다 한번씩 행사를 열기로 했고 그 어느 때보다 보람찬 한 해를 보냈던 것 같다.
3개월 뒤에 보자며, 참가자들을 돌려보낼 때마다 내가 뱉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다시 행사를 열어야만 할 때는 과거의 나를 규탄하기도 했었지만, 그건 올해 99콘을 운영하기에 별 문제가 안되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했고 또 이상한모임다운 행사를 해내면서 나 스스로 성장했던 것 같다.
4번의 컨퍼런스, 25명의 스피커, 400명의 참가자. 5곳의 후원사.
투잡으로 하고있지만, 컨퍼런스 주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려고 했고, 디자인 한벌로 색깔만 바꿔서 인쇄물들을 뽑아낸다거나 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퍼포먼스를 개선했던 것 같다. 다만, 나도 익숙하지 않았던 만큼 시행착오가 많았고, 아쉬운 부분들도 있다.
마지막 4회 컨퍼런스는 너무 힘들어서 내년에는 하지말아야지 생각했는데, 또 며칠 지나고 보니 2020년에는 어떤 주제로 99콘을 열어야 할까 고민을 하고있다. 내년의 나, 힘내렴.
올해의 선정
올해의 책 ‘디커플링’
회사의 자랑스러운 복지, 도서무제한. 올한해 동안 만화책을 제외하고 59권을 구입했으며, 그 중 45권 약 100만원 정도의 금액이 회사가 구매해준 도서들이다. 좋다하는 신간들, 추천하는 도서들을 일단 사다둔지라 다 읽은 책은 손에 꼽지만, 원래 독서는 읽으려고 사는게 아니라 산 책중에 읽는 거니까…
올해의 책은 가장 최근에 읽은 ‘디커플링’을 꼽았다. 관점 자체를 흔들어주고, 내가 가졌던 생각을 깨뜨려준 책이다. 정말 다양한 산업분야에서의 벌어지는 파괴에 대해서 사례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꽂히는 비즈니스모델이 다를 수 있어 누가 읽어도 최고의 책으로 추천하지는 않겠지만, 아, 나에겐 너무 시의적절한 책이 아니었나 싶다.
올해의 영화 ‘엔드게임’
올해는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다. 12개밖에? 그것도 대부분 박스오피스 탑순위인 영화들만 보러다녀서 대부분 마블, 디즈니 쪽 영화밖에 없다.
다소 충격적이었던 엔딩인 엔드게임을 올해의 영화로 꼽아본다. 알라딘이나 겨울왕국은 OST가 좋았다. 기생충은 좋은 영화였지만, 불편한 영화여서 꼽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봉준호 감독은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올해의 공연 ‘레베카’
9월부터 매달 뮤지컬을 보고 있다. 9월엔 헤드윅, 10월엔 스위니토드, 11월엔 레버카, 12월엔 또 레베카!
한번 공연을 보고나니,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은 편집이 저질이고 음성도 현장감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정말 뮤지컬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얘기가 진짜인가보다. 가수 공연은 많지 않으니, 매달 창작 뮤지컬이라도 보러 다니려고 한다.
비싼 가격이긴 하나, 한달에 한번정도는 쓸 수 있는 금액이고 (VIP석 15만원?) 이런데 쓰라고 돈을 벌고 있으니까. 매달 사이트에 들어가보면서, 좋은 공연이나 콘서트가 있으면 부모님께도 보여드리기 시작해서 왠지 뿌듯한 마음도 든다. (내 텅장~)
올해의 여행 ‘속초’
그냥 갑자기 ‘속초에 가서 물회를 먹자’라는 한 문장이 머리를 스치며 5시간동안 운전하여 속초를 간 적이 있다. 그렇게 오래걸리는 곳인지 몰랐는데, 너무 길어진 운전에 겨우 숙소를 예약해서 하루를 쉬고 돌아온 적이 있다. 즉흥적으로 떠난 1박 2일의 여행이었지만, 불확실성에 모든 것이 새롭게 보였던 것 같다. 좋았던 동해바다를 기억하며, 전사 오프기간의 휴가지로 강릉을 골랐다.
이렇게 한 해가 갔다.
올 한해를 돌아보니, 정말 다사다난했던 것 같다. 고민하기보다 행동하기롤 선택했고, 대부분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나이나믹 할 것 같기도 하고, 더 신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년은 1년 내내 다이어트를 할 계획이고 6월 쯤 건강검진을 또 받으러 가서 얼마나 건강해졌나 보고싶기도 하다.
특히나 2020년은 업력 10년을 찍는 해이니, 기획자를 위한 행사를 열어보거나, 기획관련된 책을 집필해보거나, 기획관련된 동영상 강의 등을 만들어서 사회환원(?) 같은 걸 해보고 싶은 해이다. 이렇게 떠들어두면 이 중 하나라도 걸려들지않을까.
이 2019년 회고를 끝으로, 전사오프를 시작으로, 긴 휴가에 들어간다.
내년도 더 다이나믹하고 즐거운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면서.
HAPPY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