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야근을 하지 않는 것이다. 하루이틀이 아니라 몇달 몇년을. 야근이 아니라 철야를 하면서 뼈에 새긴 교훈이다.
(참, 이 글의 대상독자는 기획직군에만 한정해본다. 지극히 기획자의 경험이므로..)

시급에 대해

포괄임금제로 계약한 연봉이라고 하고 월급이 200만원이라 가정하면 시급이 12,500원 정도, 매일 2시간씩 더 일해서 200시간을 일했다면 시급이 10,000원이다. 야근을 하면 시간당 급여가 낮아지는건 너무나 당연한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연봉이라는 큰 숫자에 만족하고, 무한야근에 빠져 자발적 노예가 되는 일이 허다하다. 월급이 아닌 시급이라고 바꿔생각해보자. 당연히 가능한 한 적게 일하고, 많이 벌어야한다. 야근해도 월급이 똑같은 포괄임금제가 억울하다면 우아한형제들 (클릭하고) 오면 된다.

야근을 하는 이유에 대해

나는 일복을 타고나서 자주 야근을 한다. 하지만, 퇴근을 할 때 야근한 이유를 돌이켜보고, 그 원인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세운 후 짐을 챙긴다. 예를 들어 단순 반복작업이거나 예상작업시간을 초과했다면 같은 일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아보는 식이다. (예를 들면 ‘데이터 일일이 비교하다 시간이 많이 갔네. 엑셀 함수에 있지 않을까? 낼 찾아봐야지’ 하는 식이다.) 찾으면 다행이지만, 못찾으면 어쩔 수 없이 또 야근을 하겠지. 찾다찾다 못찾으면 개발자라도 붙잡고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물어보기라도 한다. 가끔 프로그램을 짜달라고 아예 조르기도 한다.

물론 내가 역량이 부족해서 야근을 할 때도 있다. 만약 화면그리는게 너무 어렵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렇다면 화면을 안그리고도 할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거나 그려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빠르게 그리는 방법을 고민을 해본다. 나는 가이드라인에 픽셀을 다 맞춰야되는 성격이라 PPT로 화면 그리는게 너무 오래걸렸고, 그래서 시간을 들여 스케치를 독학했다. 스케치 아트보드로 화면을 구성하고, 심볼 같은 기능들을 활용해서 반복수정을 최소한으로했다. 물론 다시 문서로 만드는 작업을 해서 새로운 작업이 생기긴 했지만, PPT도형으로 UI를 잡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효율이 좋아졌던 기억이 난다.

또, 일이 아니라 회의가 많은 날에는 꼭 야근을 하게 되는 것 같은데. 그런 날은 하루종일 참여한 회의록을 전부 살펴보고, 굳이 안들어가도 됐던 회의를 찾아낸다. 얼굴보지 않아도 되는 주제였거나,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안건이 아니거나 하는 것이 꼭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비슷한 주제와 멤버로 다시 회의가 열릴 때 문서나 회의록으로 대체해달라고 요구하거나, 나보다 결정권한이 더 많은 조직장을 보내 참여를 거절한다. 거절은 처음이 어렵지, 한 두번 해보면 금방 요령이 늘어난다. (일하기싫을 땐 그런 회의를 찾아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어?)

자기계발에 대해

당연하게도 ‘야근’을 하지않아야 공부할 시간이 생긴다. 앞에서 말한 건 퍼포먼스를 높여서 야근을 안하는 방법이지만, 그 방법으로 연봉이 계속 높아지진 않는다. 생산성을 높였으면, 이제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 💩은 빨리 싸도 💩이다. 아무리 빨리 완료했어도 퀄리티가 좋지않으면, 그건 대충한 것과 같다. 그러니 야근대신 퇴근을 하고, 그 시간에 하고 있는 업무의 질을 높이는 스터디를 해야한다. 굳이 스터디를 위해 회사밖을 벗어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회사에서 스터디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업무가 부르는 소리에 절대로 답하지 말자.

만약 업무에 익숙해지고,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면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는데 시간을 써야한다. 커뮤니티나 세미나 같은데 참석하거나 책을 읽자. 기획자가 읽어야하는 책들은 기획업무 자체에 대한 것 뿐만 아니라,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본인이 속한 도메인의 서적이라든지 경영, 조직관리, 프로젝트관리라든지 읽으면 도움되는 책들이 정말 많다.

앞에 말한 모든 것을 하나씩, 그리고 반복적으로, 꾸준히 한다면 기획자로서 역량자체가 서서히 높아지게 된다. 이 사이클은 연차랑 상관없이 계속 반복해야 한다. 나도 요즘 새로운 일을 하느라, 야근을 하면서 삽질을 하고 있지만 효율을 높이기 위해 조금 더 시간을 쓰고 집중을 하고 있다. 어느정도 수준에 오르게 되면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지?’ 고민할 것이다. 이렇게 하나씩 업무역량을 키워나가면서, 처음으로 돌아가면 더 많은 일들을 더 빠르게 더 정확히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기획자의 연봉을 높이는 방법, 딱 하나만 기억하길. 제발 야근하지말자.
오늘 야근한다고 내일 일이 절대로 줄지 않는다. 일이 줄어들면 그게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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