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혹시나하여 서두에 밝혀두지만, 글보다는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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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셰릴 샌드버그가 “로켓엔 올라타세요”라고 말하는 바람에 모든 스타트업이 로켓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는 명함을 들고다닌 근 2년간 내가 느낀 건 스타트업은 절대 ‘로켓’이 아니라는 것이다.
로켓을 설계하는 과정, 로켓을 디자인하는 과정, 로켓의 부품을 구하러 다니는 과정, 로켓이 날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 하는 과정, 로켓의 연료를 구하는 과정 등은 기본. 로켓을 조립할 사람도 없을 수 있고, 로켓을 조종할 사람이 없을 수도 있다. 로켓에 올라타라는 건 이 모든 것들이 ‘장전’되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맞는 이야기란 의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 특히 경직된 조직에서의 문화에 진저리 난 사람들은 자유롭고 신나보이고 열정있는 창업자들이 까페에 모여 열띤 토론을 하며, 린 프로세스로 애자일하게 개발하는 것을 보면서 막연한 동경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동경은 자신의 현재상황에 대한 도피처로서 생각하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하늘을 날아가려는 스타트업도 분명 있고, 이미 날아간 스타트업도 있다. 하지만 이름없는 99%의 스타트업은 여전히 로켓을 ‘만드는’과정이다.
2.
스타트업이 즐거워 보이는 이유는 We can do it! 으로 정면돌파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그 어떤 무엇보다 We를 만드는 일. 그게 스타트업이 만드는 첫번째 로켓이다. 사람을 뽑았다고 해서, 포지션에 누군가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우리’가 되지 않는다. 서로의 성격을 맞춰가고 노력하고 안되면 다시 바꿔가고, 또 노력하고.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소수한의 인력, 정말 3-4명의 팀으로 개발을 하고 사업을 한다. 그 일이 쉽고 마냥 재밌을리 없지 않은가. 프로세스를 정하고 토론하고 이야기하고 빠르게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 하지만 그런걸 이야기하고 나눌 새도 없이 발 딛자마자 100m 전력질주를 해야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스타트업환경이다.
“잘하든 못하든, 필요하면 우선 하고봐야지”
작년 한해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인 것 같다.
3.
스타트업에 파운더가 아닌 직원으로, 아님 코파운더급으로 나중에 조인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체계가 없다”는 말을 한다. 어떤 고착화된 체계가 있으면 이미 하나의 비즈니스로 하나의 회사로 워킹하는 상태일 확률이 높다. 내가 들어갈 체계조차 내가 만들어야 하는 스타트업에서 체계를 찾는다는 건, 글쎄. 우물에서 숭늉찾는 그런거.
4.
만약 누군가 내게 면접을 보러와서 ‘이전 팀은 체계가 없어서요.’라는 말을 한다면, 체계를 만들기위해 본인은 어떤 노력을 했느냐고 물을 것이다. 반대로 ‘이전 팀의 체계가 너무 답답해서요’라는 말을 하다면, 체계를 깨기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물을 것이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곳을 내 몸에 맞추기 위해 전체를 바꿔보려는 노력, 그리고 그 노력이 통하는 곳이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게 아니라, 사람이 자리를 만든다. 내일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이러하다.
ps. 그나저나 이런 일이 생기는 날이 올까. 당장 다음 달 운명도 모르는 상태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