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워본 적이 있는가. (번아웃에 대하여)

열정을 온 몸으로 태워본 적이 있는가. 난 없는 것 같다. 태워보려고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은데, 아직도 나는 타지 않은 것 같다. 몸을 태워버릴 정도로 열심히 산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본인 의지로.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싶고, 누워면 자고 싶은게 사람이다.

요즘 번아웃 증후군이 유행이다. 돌고 도는 이야기였지만, MBC 방송에서 한번 더 다룬 이후로 SNS에서 급격하게 공유되고 있는 이슈 중에 하나다. 방송도 보고 글을 읽어도 봤는데, 처음엔 내가 번아웃 상태인 줄 알았다. 요즘 일어나는게 왜이렇게 힘든지..

대한민국 직장인 중 85%가 번아웃 상태라고 하는 이야기. 방송을 찾아봐도 좋고, 네이버 검색을 해도 좋다.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 전문적인 글을 읽는데는 어려움이 좀 있지만, [위키피디아]에서 잘 설명해 둔 것 같으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기서부턴 생각.

적어도 내가 아는 직장인의 85%는 번아웃 될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슬렁슬렁 일하다 야근하니 체력이 딸려 피곤한 경우, 직장생활에 재미가 없거나,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없어 무기력한 경우가 대다수. 그걸 번아웃, 타버린걸로 죄다 몰아넣기엔 조금… 새로운 병이 나타났대! 로 불안을 조성한다는 느낌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에는 재미가 계속 늘어난다. 하면 할 수록 더 잘하고 싶고, 배우면 배울수록 더 많이 알고 싶으며, 배우고 공부한걸 해보고 반응을 보게되면 신나서 더 하게 된다. 이정도 되면 잘하게 되고, 잘하면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도 잘 할 수 있다.

스타트업을 한다고 경영수업, 마케팅리서치, 시스템 디자인까지 하면서 하루를 2배로 쪼개살아도 지금도 번아웃 상태는 아니다. 요즘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기준으로 보면 보통 12-16시간 정도 일을 한다. 회사에서 8-10시간정도, 나머지는 출퇴근시간과 집에서. 그중에서 내 Role에 맞는 일을 하는 시간은 5시간 정도다. 그 외에는 수다떨고, 생각하며, 사람들을 보고 관찰한다. 트위터도 하고, 페이스북도 하고, 쓸데없는 #이상한모임 같은 걸 운영하기도 한다. 개발자 옆에앉아 소스코드도 구경하고, 남들이 만드는 서비스들 받아서 써보기도 하고, 종종 스트레칭같은 운동도 한다.

하루에 12시간을 일에 매달려 있긴 한데, 100% 집중하는건 안된다ㅋ 의도적으로라도 어떻게든지 관심을 다른데로 돌린다. 일일업무효율은 낮을 때 40%정도, 정말 높을때 70% 정도. 정말이지 하루종일 일하지 않는다. 그렇게 보일 뿐. 언제든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메모리를 비워둔다. 컴퓨터도 메모리를 100% 꽉 채워서 돌리면 버벅대다가 뻗는다. 컴퓨터도 이러는데 사람인들.

번아웃 자체는 개인적인 과로보다 사회현상에 가깝다고 본다.
졸업은 언제할래, 취직은 하겠냐, 왜 결혼안하냐, 혼수는 그게 뭐냐, 집도 장만해야지, 빚도 어서 갚아라, 애는 안낳니, 둘째는 안낳니, 딸만 낳아서 되겠니, 아들도 낳아야지. 어이 김대리, 오늘까지 마감하고가, 끝나고 회식하자, 참석은 필수, 사장님이 잠깐 보자시는데, 이것도 지금 일이라고 했냐, 니가 얼마 버는줄 알긴 해? 빡빡한 프로젝트 일정, 상사의 눈치, 부모님의 잔소리, 사회의 계급장…

우리는 들들볶지 못해 안달난 사회에서 살고있다. 이런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치고 타버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자기가 스스로하는 일로 타버리지 않는다. 주위에서 태우는 거지. 주위의 관심과 기대치를 맞추려고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뭐.. 회사일정은 맞춰야지만..) 번아웃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법을 늘 고민합니다. 일이 되게 하는 것에 간혹 목숨을 겁니다. 지금은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