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the Force be with you – TF가 함께하길

주의. 스크롤이 깁니다. 절대로 모바일로 보지 마세요.

4월 2일 발령. 9월 2일 해제. 장장 5개월의 여정이었다. 스펙에 따라 릴리즈 일정을 두번으로 나누고, 운영 한달이 추가되면서 3개월이면 끝날거라 생각했던 TF가 5개월까지 연장되었다. 벚꽃 필 때 시작한 업무가 끝나고보니 어느덧 추석이다. 시간과 정신의 방에서 이제 막 나온 기분이랄까. (추석전에 여기까지 써놓고 9월 말이 되어버렸다. 하, 인생.)

이제까지 경험했던 예전의 TF들은 정해진 기간 없이 소속 멤버들이 하나의 아젠다에 대해 솔루션을 찾아내는 ‘회의체’를 의미할 때가 많았다. 각자의 팀에서 솔루션을 찾은걸 공유하거나, 모여서 같이 찾거나. 이런 회의체 중심의 TF의 장점은 한사람이 동시에 여러개의 TF에 참여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단점은 다른 업무 우선순위에 밀려 충분한 리소스를 확보하지 못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우아한형제들에서의 TF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형태여서) 굉장히 생경했는데, 조직인사발령을 낸다는 것과 상근/비상근으로 구분해서 실제로 자리도 옮겨가며 미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TF도 팀이여서, 팀예산이 생기고, 결재선도 생기고, 뭔가 서류작업 해야할 것도 생기고, TF팀원의 인사평가도 해야했다.)

아래의 회고는 사업실에 공유한 회고를 다시 다듬어서 공개한 것이다. 추가된 내용도 있고 빠진 내용도 있지만, 빠진 내용들은 개인블로그에 공개할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라서 글을 읽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TF의 관점에서

1인분 TF는 사업/운영담당자와 개발팀의 기획자들로 구성됐다. 처음에 1인분을 개편하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서비스 통합 프로젝트라고 생각했는데 발령인원을 보니 개발자는 1명도 없었다. 더군다나 유관부서들을 돌며 요구사항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치가 서로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한 3주쯤 흘렀을까. 어떤 손가락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항해해야하는지 고민하다 제자리에 멈춰버릴즈음, 부사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TF의 목표가 시스템통합이 아니라 고객경험의 개선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이를 위해서 상품영업과 사업측면에서 좀 더 고려하길바래 사업실위주의 TF구성하게 됐다는 것도 알게됐다.

안그래도 프로젝트 초반은 방향성과 비전을 잡는 시간이라 허황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날릴 때가 많은데,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날린 시간이 정말 아쉬웠다. 처음부터 프로젝트 목표에 대해 얼라인하면 될 일을 물어보지 않고 혼자 세워보겠다고 끙끙된 결과가 잘못된 방향이었다는 것을 알게됐을 때는 오랫동안 부끄러워했다. 주니어들에겐 모르면 물어보라고 입이 닳도록 말하고 다녔기에, 나 또한 시니어답지 못했다는 자책때문이었다. 그래도 초반에 알게된게 어디냐 입사한지 얼마 안됐으니까 괜찮다(?) 자기최면을 걸며 전반적인 프로젝트 방향을 180도 틀어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다시 처음부터 계획해가기 시작했다.

TF 분위기 만들기

회사에 입사한지 3개월, TF는 처음, 팀장도 첨이라 어떻게 업무를 나누고 위임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더라. 시간이 계속 흐르는데, ‘제가 뭘하면 되나요’라는 팀원들의 질문에 ‘제가 어떻게 알아요’ 라고 대답할 수도 없는 노릇..
제일 먼저 각 팀별로 업무프로세스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어떻게 회의를 하는지, 의사결정은 누가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해왔는지, 그리고 이슈가 생겼을 때 어떻게 헤쳐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물어봤다.

각 팀에서 1명정도가 참여하고 있었지만 의사결정을 모두 할 수는 없었다. 각 팀의 기조에도 부합해야 했기에 원팀의 팀장님 의견도 최대한 존중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모든 유관부서가 TF에 참여한게 아니기 때문에, 무수한 미팅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아야했다. 무슨 팀이 이렇게나 많은지.. 아마도 어떤 팀장님의 의견은 묻히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팀의 의견을 조율하기보다 어려웠던 건 ‘지금까지 그런적이 없어요’ ‘그렇게 하면 문제가 생길거 같아요’ ‘컨펌받기 어려울 것 같아요’ 라는 부정적인 의견들을 마주할 때였다. 정면돌파한것도 있고 깨진것도 있고 양보한 것도 있다. 정답이 없는 문제를 풀고 있기에 같은 아젠다로 여러사람과 싸워야 할 때도 있었는데, TF는 누가 편들어줄 사람이 딱히 있지 않기 때문에 단기간에 전투력을 협상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TF기간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이러한 의견조율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준 것은 <익스트림티밍><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라는 책이다. (도서구매무한 복지가 최고시다) <익스트림..>은 정규조직이 아닌 TF의 조직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여러 차원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을 때의 상황에 포커스되어 있다. <최고의 팀..>은 케미가 잘 맞는 팀들의 특징을 분석해 제시하는 책인데, 두 책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가장 큰 특징은 심리적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는 것이었다. 몸 담은 조직에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껴야 도전의식도 생기고 새로운 것도 시도해볼 수 있고 그것이 동료들과 함께 임무를 완수하게끔 하는 동력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 ‘원래 그랬던 것’들이 있을 때 자주 했던말 중 하나는 ‘일단 해보자’ ‘그렇게 해도 괜찮다’ 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새 방식으로 하나씩 정해지고 이렇게 의사결정이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겪으며, 아마도 TF팀원들 사이에서 신뢰가 형성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갈수록 의사소통에도 과감히 혹은 격렬히 의견을 피력하게 되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 대한 안정감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익스트림..>에서는 복잡한 문제를 임시조직이 풀어낼 때 새로운 관점을 갖지 않는다면, 각자의 이해관계만 생각하다가 일이 어그러지기 쉽다는 것도 얘기한다. 그래서 ‘프레임을 버리고 새롭게 생각해보자’ 라는 말도 많이 했었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니 배달의민족과 배민라이더스를 넘나드는 복잡한 문제였고, 그래서 정책/개발/사업/영업까지 각 사이클의 담당자가 모여 팀 빌딩이 되었나싶다. 만약 1인분이 단순한 문제였다면, 원소속에 있으면서도 충분히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겠지만.. 여튼 처음 TF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위 2권의 책은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TF 업무공유하기

워낙 많은 팀이 엮여있고, 상근이라 하더라도 원소속에서 진행하는 운영 업무들을 모두 내려놓는건 어렵다. 정규팀이라면 주간업무보고 같은 것을 써서 직속 조직장(팀장/실장)에만 공유했겠으나, 정말 너무 많은 팀이 엮이니 업무공유하는게 너무 어려웠다. ‘굳이 TF업무를 공유해야하나?’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공유하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블랙박스 상태에 빠질 것 같았다. 무엇보다, 원래 하는 업무나 다른 새로운 프로젝트에 끌려가지 않게 하려면 ‘우리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를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줄라이1호 위클리 다이제스트다. (이건 이미지라서 내용은 다시볼 수 없다)

하지만 궁금하니까 마스킹해서… 하나를 공개해보면

이럴거면 왜 공개한거냐 싶겠지만 항목을 보여준다면..

  • Summary : 한주 업무요약
  • Decision Making : 임원 및 조직장, TF내에서의 의사결정 사항들을 명시하기 위한 항목이다. 누가 뭐때문에 무엇을 결정함으로 결정자를 태깅하여 명시했다.
  • Policy Wiki : 기획 및 정책서가 완료되면 해당 위키를 링크해서 공유했다. 우형은 기획서를 위키로 작성하는 편이다.
  • Meeting Note : 회의록. 되도록 모든 회의를 기록하고자 노력했고, 그렇게 3개월동안 ‘기록된 회의록’만 100건 정도가 된다. 기록 못한 회의도 꽤 많으니까 훨씬 많은 회의를 했다.
  • Next Week Plan : 차주계획. 어떤 업무들을 해야하는지, 어떤 회의를 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웠다. 아예 회의시간까지 확보해두는 효과도 있었다.

스샷에는 없지만

  • Release : 앱 및 서버 배포에 대한 변경사항들을 명시했다. 담당개발팀에서 자세한 릴리즈메일을 보내주니, 다이제스트에서는 요약만 하면 된다.
  • Operation : 실무 및 운영관련된 이슈들을 나열했다. 특히 전파일정, 마케팅 일정 등을 정리했다.
  • Performance : 오픈 후 성과지표에 대한 내용들을 담았다. 영업이나 매출관련 지표를 담을 때도 있고, 앱 접속자나 클릭률 같은 사용성지표를 담기도 했다.

사실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안보낸다고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없지만 나는 금요일에는 꼭 보내겠다는 강박감과 휴가로 자리를 비워도 다이제스트는 직접 보내야겠다는 나와의 약속이 한몫했다. (사실 TF장으로 한 일이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건 이거 하나뿐..읍)
일단, 이 짓을…아니 다이제스트라는 메일을 보낼 때 TF 업무를 정리하며 몇가지를 느낄 수 있었는데,

  1. 내가 정확히 몰랐던 각 팀의 업무를 파악할 수 있었다. TF원들의 개인 캘린더를 모두 체크하며, 나도 모르게 논의되었던 사항들을 찾기도 했었고, 세부 업무를 진행할 때 논의했던 유관 부서의 실무자가 누구인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2. 직접 참석하지 않은 회의록을 모두 복기하며, 프로젝트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3. 금주 회의록에서 논의된 Action item 을 차주 캘린더에 미리 생성하여 프로젝트를 진척시킬 수 있었다.
  4. 정말 많은 분들이 잘 보고있다고 말씀해주셨지만, 그래도 글로는 100% 전달이 어렵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정말 중요한 일은 꼭 면대면으로 확인하고, 확정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

1인분 프로젝트의 관점에서

TF는 처음 해보면서 안해본 것과 새로 시도해본 것들이 많아 굉장히 만족하지만, 1인분 프로젝트만 놓고 봤을 때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던 것 같다. 절대로 혼자 할 수 없고, 정말 많은 분들이 함께 고생해서인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제까지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사업/영업실이 일하는 것을 지척에서 본 기회는 이번이 처음인데, 개발을 하며 얻어왔던 보람보다 고생하는 걸 보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더 커서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접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어설픈 마감의 제품을 잘 팔아달라고 염치없게 조른 느낌이 있으니까.

배민과 배라 사이에서

입사 전에도 배민과 배라가 다른 걸 어느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이렇게까지 다른 제품이었구나 싶다. 비즈니스로직도 다르고, 시스템도 다르고, 조직의 의사결정 방식도 다르고, 심지어 업주의 성향도 달랐다. 배민사업실 소속에 있으면서도 배민과 배라,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으면서도 양쪽을 만족시켜야 하는 미션들이 가득했다. 하나의 지면에서 두개의 다른 서비스를 마이그레이션 해야하는데, 사용자가 볼때만 마이그레이션 된거고 뒷단은 ㅠㅠㅠㅠ 할말하않… 어쨋든 세부로직 하나하나가 최고조직장의 의사결정을 받아야할 수준이었고, 왜 각 사업부가 그렇게 주장하는지 정말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적도 많았다. 나는 신규입사자이고, 이제까지 비즈니스가 흘러온 길이 서비스마다 다르기에 각각의 역사와 방향성까지 알아야만 비로소 그 주장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백엔드와 프론트 사이에서

1인분 상품은 (먼데이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배민 플랫폼의 대규모 개편이후 처음으로 기획부터 출시까지 완료된 상품이다. 광고시스템이 개편되면 광고상품 찍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건 오산이었고, 새로운 비즈니스 요구사항(=배민 배라를 합쳐서 보여주자)이 생기면서 새롭게 고려해야 되는 부분들이 무수히 쏟아졌던 것이다.

백엔드에서 발생하는 이렇게 큰 차이점들을 어떻게 프론트에 일관된 스펙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그 중에 유의미한 개선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주문금액별 배달팁이었던 것 같다. 비록, 플랫폼이 완전히 통합된건 아니지만, 서비스에서 사용자에게 노출되는 팝업, 문구, 배달료 체계 등의 포맷을 맞춘 것만으로도 비약적인 개선이 있지 않았나싶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잘 몰랐던 먼데이프로젝트를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하나의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플랫폼 기획자, 서비스 기획자가 모여 서로의 기획서를 검토해주는 Peer review 시간도 참 좋았다.

일정과 스펙 사이에서

이 1인분의 프로젝트명은 July1인데, 7월 1일에 서비스를 런칭하겠다는 의미로 지은 프로젝트 명이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십수만개의 가게에 한번에 전체 적용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새로운 기능은 사장님들이 직접 설정하셔야 했기에, 복잡한 사용법을 사장님들이 이해하기 어려우실 거라는 점이 정말 영업 직전까지 뜨거운 감자였고, 처음에는 쉬운데 왜 못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실제로 영업팀과 함께 필드에 나가 견학해보니 휴대폰도, 이메일도 낯설어하시는 40~60대 업주 분들이 태반이더라. 아, 정말 버튼 하나도 학습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달까. 그동안은 젋은 연령층을 타겟팅한 서비스만 개발해와서 미쳐 몰랐던 부분이기도 하다. 어디서도 얻지 못했던, B2B 고객의 연령층과 IT 접근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는 기회였던것 같다.

옆으로 조금 이야기가 샌것 같지만, 그래서 기능별로 일정을 크게 나눠서 한달의 여유를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계획을 세웠다. 7월 2일에 기능을 런칭하고, 8월 1일에 기능에 관련된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었다. 사장님들이 충분히 설정하실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했고, 영업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셈이기도 했다. 특히 사장님께 공지가 먼저 나가기 시작하기 때문에, 서비스 릴리즈 일정은 쉽게 바꾸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영업일정까지 모두 고려해 개발일정을 산정했다. 개발일정이 더 필요하여, 조금 부족한 상태로 기능이 출시된 점도 있었기에, 전국오픈을 하지 않고 서울에만 서비스를 출시한 것도 좋은 전략이었다. (전국에 1인분 곧 됩니다. 지방 계시는 분들 조금 기다려주세요.)

완벽과 완성사이에서

위의 3가지 회고를 종합해보면 각각의 정책과 스펙을 두고 완벽과 완성사이에서 끊임없는 저울질이 전부였다. 한번에 완벽한 것을 만들어 처음부터 사람이 뛰어들어가지 않아도 되도록 자동화도 착착 진행되고, 사장님들 불만도 없게 촤르륵 오픈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우리에게 있을 수가 없으니까…

고객의 니즈에 맞춰, 시장의 요구에 맞게, 경쟁상황에 뒤쳐지지 않게, 인생은 타이밍이고 다음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면, 완벽하기보다 완성하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장들 모르게 조용히 해치운 스펙이 얼마나 많은지. 후속과제로 미루거나, 운영개선으로 풀어가거나, 사람이 투입되게 만든 일도 있었다. 빅피처를 잃지않고, 포기할 것은 빠르게 포기한 것. 마치 마당에서 자라는 자잘한 잡초같은 의사결정이었겠지만 그런 가드닝이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도 개발중이었을지도 혹은 프로젝트가 중단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완벽을 추구하다 약속한 일정에 완성하지 않는다면, 그 프로젝트는 실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서비스개발은 너무 짧은 호흡이어도 망하지만, 너무 긴 호흡이어도 망한다고 생각하니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적당한 시점에 배포도 해줘야하고, 사용자 반응도 봐야한다. 완벽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더라도, 완성했다는 뿌듯함이 그 자리를 대신하니까.
어쨋든, 1인분 프로젝트는 사업팀, 개발팀, 영업팀이 한팀으로 일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드의 의견을 기획 초반부터 반영할 수 있었던 기회, 예상 가능한 모든 리스크를 예측하며 함께 헤쳐냈다. 충분히, 잘했다.


TF가 해산하고 (프롤로그 – 2019.09.26)

그나저나 4월 2일은 수습기간이었다. 수습해제도 되기 전인 신규입사자에게 TF를 맡긴 이유가 궁금하다…(@부사장님?!) 야놀자에서 기획을 조율할 땐 고작해야 10개 팀 수준이었는데, 우형에서는 30개가 넘는 팀과 숨도 못쉴만큼 치밀하게 코웍하면서, 특히 영업과 사업과 기획과 개발을 넘나드는 회의는 컨텍스트 스위칭이 엄청난 비용을 요구했다. 30분 단위로 스택홀더가 바뀌는데, 충분히 대화하여 결론을 이끌어 낼려면 각 부서의 업무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했다. 덕분에 짧고 굵게 일해서, 회사업무에 빠르게 적응하기는 했는데 한것 같긴 한데 뭔가 당한 느낌은 기분탓이겠지? (-_ –

업무상 두 달, 공식적으로 한달이 지났지만, ‘다시는 TF 안할거야’라는 마음과 ‘아, 차라리 TF가 낫다’라는 마음이 동시에 드는 순간들이 지금도 있다. 쉼없이 휘몰아치던 서비스기획과는 다르게 상품기획은 호흡이 훨씬 길다. 서비스기획이 화면기획부터 서비스 출시까지 철인삼종경기라면, 상품기획은 사업기획부터 법무검토, 서비스 기획과 개발, 출시 후 영업과 업셀링까지 완전 마라톤경기다. 심지어 필드를 직접 뛰는 선수는 아니면서도, 각 구간별로 잘 전달되는지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정보의 라우터역할을 하기도 하면서 마라톤경기 전반을 함께 뛰는 페이스메이커 같은 역할이 훨씬 큰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기획하고, 긴 시간동안 개발하고, 긴 시간동안 쉬어본 건 처음이다. (예전에 일할 땐 기획1이 끝나면, 디자인1과 기획2를 시작했고, 개발1과 디자인2가 시작되면 기획3을 했었다.) TF 종료의 후련함과 이제는 더이상 할일이 없다는, 오너십을 둘 제품이 없어졌다는 무기력함이 공존한 상태로 꽤 오랜 번아웃 시기를 보냈다. 혼자 동굴에 들어가 하루종일 서비스의 지표도 추출해보고, 주문이나 광고성과 같은 사업지표 등을 추출하며 재가 되어버린 멘탈을 위로하며 지냈다. 나의 영혼의 단짝, 제플린.. SQL..

한달이 더 지난 지금, 이 TF경험은 내 업무성향을 정밀검진한 것 아니었을까. 항상 팀장이나 리더를 해보고 싶었는데, 해보니 역시 사원이 최고라거나. 아이디어를 발산하는 사업기획보다 주어진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분석해 서비스개발로 수렴시키는 성향이라거나, 공유할건 하는데 안하는건 또 안한다는 외고집의 성향마저도.

어느덧 우형에서 일한지, 배민의 일원이 된지 9개월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사업기획이나 상품기획이 내가 가고싶은 길이 맞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그래도 TF해산이랑 상관없이 여전히 나를 찾는 사람이 있고(?) 후속과제도 있고(??) 아직 열지못한 전국 영업도 신경쓰이고(???) 다른 TF에서 또 다른 이슈를 가져오고… #항상너의곁에TF #끝날때까지_끝난게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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