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모임에서 벌써 세번째 99콘을 연다. 이번 주제는 <이력서> 인데, 특별히 서로 첨삭을 할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했다. 너무 많은 참가자가 몰릴 것을 대비해 이력서를 별도로 제출하게 했는데, 지난 행사에 비해 아직 접수가 많이 저조하다. 보통 이럴 땐 어그로를 끄는게 ROI가 좋다.
기획자의 이력서를 공개한다.
이렇게 갑자기?! 사실 디자이너들처럼 포트폴리오로 구성해서 올려보려고 몇 년을 벼뤄봤는데, 정리도 쉽지 않고 그걸 공개하는 각오는 더 어렵더라. 화면기획서도 좀 첨부하고, 성과도 적고 했어야 했는데 포트폴리오로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지원자분들의 서류검토를 종종 하던터라 다른 기획자분들의 포폴을 꽤 봤는데도 불구하고, 내 포폴은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력서 내에 경력란을 자세히 써보...려고 했는데 잘 안써져서 그냥 주요 프로젝트의 이름만 적었다.
가장 최근(인데 벌써 1년 전)에 작성해서 우아한형제들에 지원했던 이력서는 이렇게 생겼었다. 프로젝트 중이라 바빠서 그랬지만 지금보니 엄청 성의없네.......-_-......... (이런말 안좋아하지만 지금 이 글 쓰다가 하다가 현타오지게 옴.....)
문제점 찾기
지금 이 이력서를 보고, 내가 서류검토를 하던 입장에서 평가해본다면
- 요약해서 적어둔 프로젝트가 어떤 프로젝트인지 알 수 없다. 단순 개선인지, 화면기획만 했는지, 몇 명이나 참여한 건지, 기간은 어떤지...
- 프로젝트 참여인력의 구성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았고 진행했는지 알 수 없다.
- 프로젝트의 결과나 성과가 없기 때문에 평가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잘했다는 거야?
- 이 이력서로는 면접관의 질문이 모호해지고 넓어질 수 밖에 없다.
- 관련없는 경력들이나 역량들이 너무 많이 기재되어 있다. 상/중/하는 왜 표시한거지.
- 역량의 범위가 너무 넓다. 비즈니스 기획부터 고객대응까지 1인 스타트업에서만 일한건가. 근데 역량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 대외활동을 너무 많이하는 거 아닌가. 기획자인데 개발자 커뮤니티 활동이 대부분이다.
- 기타 경력에 관심을 끌만한 게 없다.
아하하하..하핳... 경력이 길어서 서류는 합격시켜볼 수 있겠지만, 면접에서 탈탈 털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
공개이력서에서 개선하기
그래서 이번에 정리해본 이력서에는 위에서 도출한 문제점 몇 가지를 수정하고 보완했다. 링크를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으며, 이왕 관심끌기로 작정한 이상 눌러보고 싶게 링크도 길게 만들어서 드디어 투척. http://bit.ly/minieetea-resume
첫 페이지
PC에선 짤릴거라 모바일 화면을 캡쳐해서 올린다. 아래의 소개글에 워커홀릭
이라고 도입부를 시작하기 때문에, 상단 사진도 일하는 걸(삽질하는 이미지)로 넣으려다가 심플하게 Work harder
로 넣었다. 이력서엔 사진을 빼야하지만, 페북이나 링크드인이나 다 프사가 걸려있는 거라 크게 신경 안쓰고 올린다. 이름도 사용하지 않았다. 넷상에선 이름보단 minieetea
가 더 편하다.
1. 자기소개
- 기존 이력서에서 매우 딱딱하게 써져있던 부분들을 이모지를 이용해서 조금 말랑하게 표현했다. 내용도 많이 다듬었다. 문단에 따라 다른 내용을 전달할 수 있도록 적절히 길이도 나누었다. 긴 글을 쓸 때의 습관이지만, 단락의 분량은 비슷하게 해서 시각적 안정감을 주려는 편이다.
- 블로그로 유입시킬 수 있도록 링크를 걸고, 연락채널도 링크했다.
2. 경력
- 회사에서 진행한 주요 프로젝트별로 대해 문제점과 해결책을 간략히 기재했다.
- 각 프로젝트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업무를 했는지도 정리했다. 뼈 빠지게 야근한게 요약하면 한 줄이라 참 슬프다.
3. 보유역량
- 잘못되거나 과장된 내용을 삭제했다. (Jira 환경 무엇? 내가 할 줄아는 건 프로젝트 커스터마이징에 가깝다.)
- 회사에서 안쓰는 툴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했다. (레드마인, 트렐로, 비지오, 깃랩은 뭐하러 썼어?)
- 메인업무가 아닌 항목을 삭제했다. (전략기획이나 사업기획은 하고 있지만 주로 하는게 아니니까)
- 오래된 항목은 삭제했다. 다른 역량도 많다. (고객대응, CS는 1~2년차에 하던거다)
- 기획이랑 상관없는 항목들을 삭제했다. (굿즈디자인이나 출판디자인 같은 쓰잘ㄷ....)
그리고 지난 번에 인사평가 글쓰기 때 발표했던 것처럼, 주로 기획자에게 요구하는 역량과 내가 중요하다/잘한다 생각하는 역량을 계산해서 순서대로 나열했다.
경력 내용이 너무 길어서 여기서부터는 내용을 접어버렸다. 노션 굿굿.
4. 대외활동
- 기획서를 오픈소스처럼 올릴 수가 없으니, 간접적으로 역량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과거의 발표 자료들을 모두 올렸다. 이건 이제껏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 이력서 공개하면서 전부 올렸다. 내용을 검토하고 올린건 아니라서 지금에서야 틀린 내용들이 발견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아카이빙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 창업과 관련된 활동들은 모두 제외시켰다. 성공한 스타트업이 아니었으니, 굳이 창업과 관련된 활동들은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 커뮤니티와 컨퍼런스 참여가 많긴 하지만, 발표한게 더 눈에 띄는 부분일 거라고 생각해 젤 처음으로 올렸다.
5. 교육
- 경력이 긴편에 속하기 시작해서 학력은 제일 아래로 뺐다. (사실 안써도 된다)
- 창업교육 수료 등은 전부 뺐다. 대외활동과 같은 이유로.
교육란은 조졸해서 한 줄 정도 더 추가해보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다. 대학 입학년도가 틀린거 같은데 이미지는 수정하기 귀찮다.
이번에도 못한 것
- 참여인력이나 개발기간 등을 적지 못했다. 기억이 나질 않아...
- 프로젝트의 성과나 결과는 적지 못했다. 기억이 나질 않아...22
역시 이력서는 자주 업데이트를 해야한다. 이게 뭐임. 퇴사할 때 프로젝트 보고서 좀 챙겨서 나올껄 정말 6개월만 지나도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함께 프로젝트했던 분들께 공개추천서를 받아 그것도 올려보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링크드인에 기능이 있지만, 추천서 써주시는 분이 많지 않으니까?
회사에서 받아보는 이력서 중에선 날고 기는 이력서가 참 많던데, 개발자 이력서와 디자이너 포트폴리오에 비해 기획자의 이력서가 공개된 걸 본 기억이 없어서 이렇게 올리는게 어떻게 비춰질지 모르겠다. 기획력 없는 걸로 비춰질 수 있어서, 기획서도 기획해야되는 기획자의 숙명... 그래도 주어진 하루의 시간동안 정리해본다고 했는데 어렵다. 아직은 무섭지만, 어떤 피드백이 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얼마나 연락이 올지(!)도 기대된다. (자, 그럼 이제 블로그 페이지뷰가 얼마나 나오나볼까?)
제3회 99콘 <이력서:지금, 나의 이력서> 는 지금 절찬리에 등록중입니다. 오셔서 함께 이력서 다듬어요! http://bit.ly/99myresu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