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글’을 써야하는 이유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늘 글 쓸 거리를 생각하는 편이다. 시간이 남는다거나 우울하다거나 잠이 오지 않는다거나 할 때마다 하나의 글이 만들어지고, 다음 날 정신이 들어 부끄럽다하더라도 쉽사리 내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최근 2-3년 동안 나의 블로그를 만들어 내 글을 쌓기 시작했다.

첫 술에 배부르기 힘들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어디서나 멋진 글을 접할 수 있고, 최고로 아끼는 책 한권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처럼 잘 쓰고 싶은 마음이거나 잘 쓸 자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글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있다. 글이 퍼블리싱되면 물가에 내놓은 자식새끼마냥 피드백이 하나씩 달릴 때마다 조마조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는 대학시절 3년을 보낸 학보사 활동에서 나왔을 것이다. 글이라곤 싸이월드 일기말고는 써본적이 없던 20살 여대생이 신문사에 들어가서 200자도 되지 않는 단신기사를 30번씩 퇴고당하는 생활을 버텨냈다. 세상을 볼 줄 아는 인사이트도 없고, 기자가 되야겠다는 꿈도 없었지만 그냥 끝을 보겠다는 오기로 버텨냈다.

그 때의 습관때문인지, 지금도 블로그 글을 쓸 때에는 수 십 번씩 퇴고를 한다. 퍼블리싱을 시켜놓고도 거의 하루종일 드나들며 글을 곱씹는다. 비문은 없는지, 오타는 없는지,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잘 쓸 자신도 실력도 없기 때문에 계속 고친다. 아무리 고쳐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고치는게 귀찮고 지칠 때 까지 계속 고친다.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 어디있을까. 하지만 완벽한 글을 쓰고싶다는 생각에 한 글자도 쓰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도 사실이다.

스타트업을 한다면 글을 써야한다.

트렌드가 빠르고 네트워킹이 활발한 스타트업계에서 글이 소비되는 속도는 생각 외로 엄청나게 빨랐다. 하나의 글을 올리면 순식간에 수백명이 접속했고, 두고 두고 회자되는 글도 간/혹/쓰여지곤 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나를 처음 만나면 ‘무슨 사업 하시나요’라는 뻔한 질문보다는 ‘글 잘 읽고 있어요’라는 인사를 건네곤 했다.

나는 글을 잘 쓰지 않는다. 여기서의 ’잘’은 Well이고, often이다. 한 달에 2~3개의 글을 꾸역꾸역 쓴다. 더군다나-문장의 맛이라고 해야하나-독서량이 적으니 흡입력있는 미사여구 없이 건조하고 직설적이며, 짜임새 있는 구성이나 묘사같은 건 더더욱 어려워한다. 그래서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는 부담스럽고, 대신 자주 쓰려고 노력한다고 대답하곤 한다.

사실 스타트업에 대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동기는 회사와 자아를 분리하기위해서였다. 회사의 이름으로 내 생각이 담긴 글을 쓴다는 건 훨씬 더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었다. 공식 블로그를 개설했지만, 계속 개발만 하는 와중에 딱히 할말도 없어서 몇 달씩 방치되곤 했다.

그러다가 아예 쓰지 않는것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내 생각은 내 블로그에다라도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바꿨다. 스타트업 삽질기를 써두는 건 단지 지금의 상태가 나중에 잊혀지길 바라지 않았기 때문도 있다. 누군가 보고 나같은 실수를 안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땐 그랬다라고 정확하게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창업을 두 번할지 세 번할지 아무도 모르는 판에, 어차피 한 번 뿐인 에피소드라고 생각하고 글을 썼다.

솔직하게 쓴 글은 정말 바이럴 효과가 확실했다. 스타트업이 이렇다 저렇다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다 글들은 많지만, 경험을 직접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업을 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교과서에 나온 것만 공부했어요, 국영수에 집중하면 되요, 라는 뻔한 이야기보다는 시험을 이렇게까지 망쳐서 이렇게 특단을 내려서, 내 오답노트는 이거다. 라고 이야기하는 게 훨씬 더 와닿았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벤처스퀘어라는 스타트업 미디어에 글을 기고한 영향도 컸다. 시간이 흐를수록 뭘로 먹고사는 회사인지 모르겠지만, 프로버스랩이라는 스타트업이 있다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만약, 제품이 훌륭하고 사업을 잘 하고 있다면, 그걸 만드는 회사는 이런 사람들이 일하더라.라고 사람들이 이야기해줄 것이다.

스타트업은 작고 바쁘고 힘들다. 그럴수록 글을 써야한다. 오늘 누굴 만나서 이런 얘기를 들었다식의 일기가 아니라 생각을 담은 글을 써야한다. 페이스북에 오늘의 소회를 적는 것도 좋지만, 흘러가버리는 타임라인에서 오래두고 볼 글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쉽게 버려진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발자라면 글을 써야한다.

기획자나 디자이너도 넓은 범위의 개발자라고 하자. IT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 즉 실무자들은 글을 쓸 일이 거의 없다. 디자인을 하거나 프로토타이핑을 하거나 프로그래밍을 할 뿐이다. 모두의 머리에서 나오고, 경험에서 나오고, 노하우에서 나오는 프로젝트들이기 때문에 결과물이 없다면 그 사람에 대해 평가하기가 어렵다. 결과물이 있더라도 실제로는 어떻게 작업을 해두었는지 까놓고 보여주기가 어렵다. 기획서에는 비즈니스 로직이 담겨있기 마련이고, 프로그램은 회사의 자산이므로 외부에 반출이 금지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경험이나 지식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이다. 개발자는 오픈커뮤니티나 깃헙 등으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지만, 오픈소스활동을 하는 개발자의 비율은 극히 소수다. 하루종일 코딩했는데, 자기개발을 위해 또 코딩을 해야한다는 건… 분명히 가치있는 일이지만, 이 또한 부담스러움에 꾸준히 하기 힘든 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글은 조금 쉽다. (적어도 한국어!)

평소에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들을 블로그에 정리해두면, 나중에 구글링을 했을 때 내 블로그가 첫 화면에 뜨는 경험은 기술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흔한 경험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이겠지. 자기의 노하우로부터 나오는 습관은 무시할 수 없고, 실수나 방식도 똑같이 습관적으로 반복된다. 따라서 꾸준히 정리하여 글을 써두는 일은 훗날 삽질을 반복할 나에게 주는 선물이 되기도 한다.

흔한 경우는 아닐테지만, 블로그를 꾸준히 하면 스카웃제의를 받는 경우도 봤다. 한 두시간의 면접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그 사람의 실력을 오랜시간 축적해온 글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꾸준히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해 더 많은 자료를 찾고, 더 많은 생각을 했다는 증명이 된다. 설명되어 있는 글의 깊이가 깊을수록 독자는 그 사람의 실력도 신뢰하게 된다. 나도 누군가 흥미로운 사람이 나타나면, 그 사람의 블로그나 사이트를 찾아보는 편이다. 그럴 때 넘쳐흐르는 글들을 보고 있으면 이 사람을 꼭 만나보고 싶다 또는 이 사람과 같이 일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자기를 포장하는 일, 면접 자리에서 어필하는 일, 컨퍼런스 등에서 존잘이 되는 일… 멋진 모델핏과 사진작가가 꾸민 근사한 온라인 쇼핑몰이 될 것이냐. 포장없이 꾸준히 써둔 글로서 만져보고 입어볼 수 있는 편집매장이 될 것이냐는 직접 결정할 문제다.


이런 얘기를,
사실 직접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얻은 것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의 메타블로그를 만들고 운영하면서 보고, 느낀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IT사람들이 쉽게 시도하지 않았던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글을 쓰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스킬을 가르치는게 아니라,
글 쓰는 것은 어렵지 않으니 한 번 써보시라 영업하는 자리다.

두 달 동안, 진심을 담아 준비했고,
이제 행사를 하루 앞두고 있다.

‘그래 내 글은 쓰레기였어!’가 아니라, ‘나도 집에 가서 블로그를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앱 & 서비스 기획자입니다. 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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