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많은 일들 속에서 한가지 법칙을 발견했달까. 우리가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나를 분리하지 못하는 것에서 발생한다는 것 쯤으로 결론 내리고 글을 쓴다.
사업과 직업의 분리
지금 하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으면(놓을 수 있으면) 사업이고, 할 수 없으면 직업이다
어딘가에서 들었는지 봤는지.. 스타트업을 하는 내내 내가 가슴에 품고 지냈던 말이기도 하다. 나는 이 일을 포기할 수 있을까. 이렇게 고생했고, 이렇게 힘들었고, 이렇게 고민했는데, 고생이 아깝고 억울해서라도 나는 이걸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 새끼같은 서비스들을 어떻게 내 손으로 접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저 말을 듣고나서 계속 곱씹고, 나를 회사와 분리시키고,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사업이라면 나는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세뇌에 세뇌를 시켰다. 뭐, 결론적으로 1년여의 자기최면 끝에 나는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고, 서비스가 망하면 나도 망한 것 같은 자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 같다. 사업이나 서비스는 망할 수 있지만, 나는 망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은 스타트업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한 긍정의 에너지를 갖게 했으며, 고민과 자책의 쇠사슬을 벗어낼 수 있게 되었다.
조직과 개인의 분리
어쩌면 1번과도 일맥상통할 수 있는 내용이다.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크고작은 사건들을 전부 알게 되면서 겪게 되는 괴로움이랄까. 왜 회원들은 사고를 칠까. 왜 저런 회원이 들어와서 말썽을 부릴까. 흘러가는 타임라인 속에 모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사건들을 나는 왜 다 알게되어 괴로운걸까. 내가 커뮤니티고, 커뮤니티가 나인 것과 같은 책임감은 모든 일들이 다 내 잘못같고, 다 내 맘같지 않고,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속상한 마음에 몇날 며칠을 속앓이 했는지 사람들이 알기나 할까. 아 이거 때려쳐버릴까. 그러기엔 너무 아까운 것들임을 또 알기에.
결국은 또 똑같은, 커뮤니티와 나를 분리하는 정신적 작업을 해냈고, 이제는 가시적으로도 나와 커뮤니티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지금은 예전처럼 고여있던 우물이 아니고 많은 물이 흐르게 된 만큼, 그에 대한 힘도 생겼고, 자정작용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거라 믿는다. 물론 계속적으로 밀고 끌어가긴 하겠지만, 운영자나 매니저로서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자세는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
개인과 개인의 분리
굉장히 사적인 이야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 애인과 나의 분리, 부모와 자식간의 분리, 동료와 나와의 분리…관계에서 벌어지는 질투심과 이기심, 부러움과 경외심, 집착과 애정과 증오…
‘너는 내 애인이고, 나는 네 애인이다’ 혹은 ‘너는 나의 부모고, 나는 너의 자식이다’라는 관계에서 상대를 상대방 그 자체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의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생기는 온갖 고민들과 스트레스들. ‘너는 너고, 나는 나다’라는 간단한 이치는 의외로 어려운 명제인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서로 다르니 그건 그것대로 인정하겠다
라고 하는 것이 어렵긴 하다.
자식에 대한 애착이 많은 부모님을 둔 나도 내 일로 엄마가 속상해하면, ‘내가 엄마 자식이긴 하지만, 나는 나고 엄마는 엄마지 않느냐. 그리고 내가 친 사고는 나의 잘못으로 인한것이지 엄마가 잘못키웠다거나 가르치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 아니니, 내 일로 엄마가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면서 내 자식에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또 분리할게 뭐가있지?!
멘탈이 좋다는 얘기를 간혹 듣는데, 첨부터 그럴리는 만무하고… 수많은 일들을 겪으며 상처로 단련된 것일 뿐 이다. 일이 벌어지면, 사건이 터지면, 우선 나 스스로와 그것을 분리해버리는 것. 가장 아끼는 방어기재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