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잡지를 만들까? – 컨텐츠의 수익화를 고민하며

'나름의 출판'을 시작한지 이제 8개월이 되었다. 그동안 7권의 책을 냈다. 매거진의 탈을 쓴 PDF 지만, 엄연한 전자책이다. 지난 이모콘S/S에서 월간이모 출판과정을 발표한 계기로, 지난주말에 수원의 평생학습관에서 특강을 하게 되는 기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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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잡지를 만들까?

지속성있고, 독립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자. 내가 몇년 전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계기는 '하고 싶은걸 맘껏하자'였고, 그 목적은 충분히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결국 찾지 못해 살아남지 못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뼈저리게 배운 그 교훈으로 나는 처음부터 커뮤니티도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개발자 커뮤니티가 가진 고민이겠지만,) 커뮤니티는 리더에 대한 의존성이 강하다. 그래서 리더가 바뀌거나 리더의 열정이 시들해지면 커뮤니티가 좀 더 쉽게 흩어지곤 한다. 대표자 한 명 없어도 커뮤니티가 돌아가려면 돈이 샘솟는 마르지 않는 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구성원들만으로 일이 돌아가고, 내가 다치든 나이가 늙든 노인이 되어 죽더라도 이상한모임 커뮤니티는 평생갔으면 했다. 후대에도 커뮤니티가 철학을 갖고, 그 역사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

스타트업을 접고 회사에 취직한 즈음 본격적으로 커뮤니티의 수익모델을 찾기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굿즈를 만들어 파는 일, 강의를 개설해 코스를 운영해본 일, 쇼핑몰을 만들었던 일, 작은 밋업을 꾸준히 여는 일... 제대로 working하는 수익모델 찾기도 어려운지라 어디 행사같은데에 가서 부스를 운영하거나, 약팔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무슨 사업지원같은데다 paper work 할 시간도 없었다. 정말 독립적인 수익모델을 찾으려고 정말 고민하고 노력했고, 그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컨텐츠를 수익화 하자는 실험

그래도 우리가 가진 컨텐츠는 수익화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수천개의 블로그 글, 겨우 홈페이지 배너만으로는 수익화라고 하기엔 너무 자잘하지 않은가. 예쁘지도 않은 배너광고를 걸어놓고 클릭을 구걸하는 느낌이랄까. 거의 1년 넘게 큐레이팅에 대한 니즈가 계속 언급됐고, 우리 운영진은 결단을 내렸다.

사실 결단이라고 할 것 까지 없다. 그냥 하자고 했고, 그냥 했다. 말 나온김에 행동으로 옮겼다. 그게 작년 12월, 올 1월에 발간한 창간호 때 이야기다. 이제 6개월 남짓, 사실 결과를 놓고 말하자면 괄목할만한 성과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전문 편집자들도 있고, 출판디자이너의 손을 빌리면 좀 더 화려하고 멋지고 그럴 듯한 잡지가 나올 수 있겠지. 종이책으로도 만들어 달라는 얘기는 매 호를 낼 때마다 들리는 피드백이지만, 그 쪽 세계는 아마추어들이 뛰어들기엔 너무 위험하달까. 무엇보다 재고! 재고를 쌓아둘 곳이 없어!

이상한모임 매거진도 이제 1500부 남짓 팔린... 어쩌면 독립출판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꾸준히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큰 위안이 된다. 좀 더 부지런하면 더 빨리, 더 많이 팔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역시 생존의 문제와 부딪히면 불안해하며 논다.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지난 봄의 이모콘 S/S 발표 때도 그렇고, 4월호 100일 회고 때도 그랬고, 이번 특강 때도 그랬고... 무엇보다 정기적으로 나의 비즈니스를 돌아본다는 건 좋은 일이다. 뿌듯함과 함께 미래의 숙제도 함께 주어지는 느낌이다. 아직도 하고싶은 것이 많고, 해야 될 것도 많고, 더 알찬 컨텐츠로 꽉 채워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

글 쓰는 개발자들이 얼마나 많겠느냐만은,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 꾸준히 쓰게하고, 더 자주 쓰게하고, 더 길게 쓰게하는 일. 계속 그렇게 습관을 만들어주고, 그게 그들의 새로운 커리어가 되줄거라 생각한다. 이왕이면 새로운 개발자들도 발굴하고. 그게 이모가 매거진을 만드는 이유다.

덧. 유료로 판매하던 월간이모 매거진 전권(다운로드)을 무료화했다. 이제 앞으로 계속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물론 스토어에서는 유료로 PDF를 살 수 있고, 판매라기보다 후원에 가까운 금액이니 많이 후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법을 늘 고민합니다. 일이 되게 하는 것에 간혹 목숨을 겁니다. 지금은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