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기획자, 네가 가서 뭐해? – NDC 참관기

물론 저렇게 말한 동료는 없다. (3일이나 되는 업무부재를 허락해 준 회사에 감사를) 사실 기획자치곤 개발자 컨퍼런스를 줄기차게 다니는 별종이기도 하고. 개발자 사냥하러(틀려) 개발자 행사에 적극적으로 다니기 시작한게 올해로 4년차에 들어설텐데... 그렇게 한동안 의무감처럼 다니던 행사들이 작년부터는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기획이나 마케팅의 주제는 점차 사라지고, 기술보다는 자사 제품/서비스 홍보의 느낌이 강해지는 내용들속에서 개발자 지인들과 만나서 수다떠는 재미에 컨퍼런스를 찾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NDC는 늘 처음부터 추첨제였기 때문에 2년 연속 불합격했었고 (게임업계 종사자가 아니라서 안뽑아주나바 엉엉)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신청한 NDC2016에 합격통지!!!!를 받아 기쁜 마음에 컨퍼런스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 글은 월간이모 5월호에 싣기위해서 부랴부랴 장문의 글로 작성을 한다. 세션후기와 행사후기를 나눠서 쓰고, 세션후기에는 세션의 내용을 설명하기보다는 세션을 보고 느낀 점 위주로 작성하려고 노력했다. 발표자분들이 공유해주는 슬라이드도 되도록 링크하고, 세션을 스케치한 기사가 있으면 별도로 링크를 걸었다.

1. 행사후기

A.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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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대기가 매우 길었다. 신분증과 명함으로 신분을 증명해야 했기에 조금 더 기다려야 했던 것 같다. 네임태그에는 임시사원증 같은게 하나 들어있어서 모든 세션에 입장할 때 태깅을 해야한다(분실금지!). 조금 일찍 갔어야 했는데, 첫 세션에 30분 정도 늦어서 아쉬움. 9시 50분부터 세션을 들으려면 9시에는 도착해야 하나보다.

B. 야외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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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회사도 있으니, 점심시간에만 게임음악공연을 했다. 기존에 다녔던 컨퍼런스들은 재미없는 제품설명부스만 늘어놓던 것만 보다가 밴드가 있고 노래를 하고 공연을 하는 걸 보면서 ‘이런게 개발자 축제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C. 인디게임

(인디게임 부스는 사진찍는 걸 깜박했다.) 나는 주류게임도 잘 모르고, 인디게임도 잘 모르는 겜알못이라 누가 옆에서 주절주절 해설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그나마 이해하는 편이다. 다행히 그날 처음 만나서 동행하게 된 마조리카(@majorika)님이 게임개발자였고(!) 지금은 1인 개발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해설들 - 누가 만들었고, 개발자는 어디에 살고, 어떤 류의 게임이고...-을 들을 수 있었다. (황송하여라!) 그러고보면 게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탭들도 좋지만, 도슨트처럼 게임의 개발배경이나 기획의도 같은걸 설명해주면 참 좋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D. VR - 오큘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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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큘러스 체험존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본 20분 이상 대기를 해야했다. 첫날에는 쉴만한 세션타임이 없어서 못해보고, 목요일에 되어서야 오큘러스터치를 체험해볼 수 있었다. 내가 체험한건 Room 이라는 게임이었는데, 게임은 알고 있었으나 그날 처음 플레이를 해봤다. 애초에 VR을 목적으로 만든 게임이 아니었고, 기존 게임을 VR로 다시 포팅한 것에 가까워서 3D의 맛을 100% 살리는 게임은 아니었던 것 같다. 방이 Z축으로도 움직였다면 머리가 더 복잡해졌겠지만, XY축으로만 움직이는 걸 보니......몰입감이 쩔었다.(어?) 어쨋든 공간감이란 대단한 것. 아마 좀비게임이라던가 그런건 못할 거 같다. (무서워)

E. 진행

다른 컨퍼런스에 비해서 굉장히 부드럽게 행사진행이 됐다. 발표자 앞에서 시계가 카운트 되고 있어도, 시간 종료를 계속 알려오기도 했고, 시간에 따라 QnA 를 생략하거나 질문의 개수를 조절하기도 했다. 발표자가 질문리스트를 볼 수 있도록 마이크로 설명해주는 것도 좋았고, 장내를 정리하는 안내방송과 촬영/녹음/학생참관 등의 주의사항등을 매 세션마다 설명해주는 것도 좋았다. 수천명의 참관객들을 스탭들이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란 쉽지 않은데, NDC에서는 그게 느껴졌던 것 같다. NDC서포터즈는 자원봉사자들로 선발하지만, 정말 오랫동안 교육하고 함께 준비했다는 느낌이 들었달까. 우연한 기회에 마지막 세션 후 서포터즈를 모아놓고 공지하는 내용을 조금 듣게 되었는데, 그날의 마케팅 성과 같은 것도 공유해주시더라. (트위터에서 실시간 트렌드에 잡혔다거나 등등)

F. 시설

시설은 딱히 말할 필요는 없을텐데! 워낙 좋았다. (역시 큰회사를 다녀야 흑흑) 강단과 청중의 높이가 동일한 곳은 중간에 슬라이드 대형모니터를 두어서 발표자료 보는데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좌우로 긴 장소의 경우에는 스크린이 3개 (좌 - 중앙 - 우) 가 있어서 역시 슬라이드 보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공간이 크면 발표자의 얼굴도 슬라이드에 함께 쏴주고 있어서 다양한 사이즈의 공간에서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쾌적함을 느꼈다.

G. 느낀점

참가자임에도 불구하고 무료라는게 억울하게 느껴질 정도로 퀄리티가 높았다. 행사기념굿즈나 음료같은 것도 없었고, 앉아서 쉴만한 곳도 마땅치 않았고, 건물을 3개씩 옮겨다녀야해서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었지만... 나눠주는 음료가 없으니 여기저기 놔두고 가는 공병들을 볼일도 없고, 강연장에 음료반입불가를 통제할 명분도 생기고, 쉴만한 곳이 없으니 그냥 세션 들어가서 앉아듣는게 더 나으니 세션참석률도 높인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외부스폰서를 노출해야하는 형형색색의 로고 같은게 따로 없다보니까 NDC의 노란색 브랜딩만 있으니 너무 깔끔하다고나 할까. 행사의 느낌은 100점 만점에 2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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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았다. 본사 앞에 있던 테이블 쉼터에 앉아있으면 왔다갔다 하는 지인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ㅋ


2. 세션후기

이 꼭지에서는 내가 들었던 세션별 후기를 짧게 소개할텐데, 세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 안내와 취재기사들을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NDC는 영상을 공개하므로 나중에 봐도 좋고. 후기에는 각 세션들을 보고 느낀 내용들을 바탕으로 간단하게만 소개하려한다.

1-1) 화성에서 온 개발팀, 금성에서 온 사업팀

사업팀과 개발팀 사이에서의 다른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 모바일게임을 라이브로 3년씩이나 끌고 갈 수 있었던건 사업팀과 개발팀과의 케미였다고 말하는것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던 것 같다. 사업팀이나 개발팀의 실력차가 클 경우엔 어떡하냐는 질문에 발표자분은 어차피 한 배를 탔으니 안고가야할 사람들이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나 서로의 입장차를 존중하라고 답변했다. 입장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서로 ‘쟤는 왜저래’ 하면 평행선이라 서로 발전할 수 없다는 뻔한 얘기에도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다.
- 발표 슬라이드 | 취재기사(디스이즈게임)

1-2) 유저에게 돌직구 제대로 맞기 : 게임 테스트에서 미리 발견하는 유저 경험(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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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많다!) 서비스쪽에서 FGT 를 경험해본 적은 있지만, 게임 테스트에 참여해본 적은 없어서 어떻게 리서치하나 궁금해서 들어봤다. 정말정말정말 다양한 게임방식이 있다고 영상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좋았고. 그 중 하나가 탈것으로 독수리를 지급했을 때 반응이 인상깊었는데, (오 난다 날아!) 발표자분이 ‘유저가 느끼는 감정도 콘텐츠가 줄 수 있는 보상’이라는 이야기가 새로웠던 것 같다.
- 취재기사(디스이즈게임)

1-3) 유저동향분석 시스템 개발 노하우 - 크롤러 코드부터 웹 서비스까지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노하우. 사실 크롤링이란 웹의 정보를 긁어오는 기술이라 그렇게 시스템수준으로 구축할 일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게임의 여러 커뮤니티들 모니터링해야 하는 게임퍼블리셔의 고충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게시물 내용 뿐만 아니라 제목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어서, 제목이 바뀌었을 때는 본문도 바뀌었을 수 있으니 다시 긁어온다는 등의 팁은 너무 일반적이라 생각하기 힘든 포인트를 잡아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웹크롤링이라는 하찮은 업무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일에도 장인정신을 녹아내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 취재기사(디스이즈게임)

1-4) 우리 게임의 진성 유저는 누구인가? - 데이터마이닝을 활용한 진성 유저 지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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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 유저 키워드만 보고 들어갔다가 두들겨맞고 나왔다. 데이터마이닝을 보고 들어갔어야 했는데ㅠㅠ 비교적 쉬운 R이라는 툴일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데이터를 바라보고 인사이트를 얻는 많은 방법들에 대해서 소개했다. 회귀분석이라든가 K means klustering 이라든가... 새로웠던 건, 게임쪽에서도 ‘진성유저’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션을 듣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잔존율이나 결제율높은 유저가 진성유저 아닌가 하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기준을 잡으면 꾸준히 한달에 한번 플레이를 하거나 추가되는 캐릭터만 보거나 등등.. 다양한 소비성향을 가진 유저를 잔존률과 결제율로 한정해버려서 판단이 어려워진다는 얘기가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서비스의 진성유저는 누구인가!
- 취재기사(인벤)

1-5) 즐거움을 강조할 수 있는 인터랙션 디자인 기법 - 인터랙션의 패턴화와 다양화에 대해

가장 재미있고 라이트하게 들었던 세션. 테트리스를 가지고 인터랙션 디자인을 하는 게임기획 이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서비스/앱쪽에서의 인터랙션은 제품 자체의 애니메이션 같은 수준에 머무르는데, 여기서 말하는 인터랙션은 유저와의 피드백, 주고받는 감정들도 인터랙션으로 보고 접근하고 있었다. 세션을 쭉 들으며 느낀건 음. 클래시로얄 잘만들었구나. (...) 아 본론으로 돌아가면, 글보단 영상으로 복습하길 추천하는데,.. 아직 언더테일을 못해봤다.
- 유튜브 영상

1-6) 콘셉트아티스트를 위한 그림을 통한 소통 방법

사실 이 세션은 얻어걸린 세션이다. 게임아트에는 그렇게 관심이 없었던 데다가 좀 쉬자의 상태여서 야외 테이블에서 놀고있다가... 트위터 #ndc_16 해시태그에 ‘발표자 존잘님 존잘님’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는걸 보고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세션에 들어갔다.
같은 단어라도 사람의 머리속에 들어있는 이미지가 다르니, 람보르니기의 시대별 사진을 주고 미래적인 느낌을 골라보게해서 이 사람이 어떤 이미지를 구시대적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해 추측하는 과정이 새로웠다. 보통은 그냥 몇번 더 물어보고, 다시 그려서 주던데... 자기가 아는 이미지에 대해 정확히 설명을 못할 수 있으니 시각적인 반응을 보고 전문가(원화가)가 판단하는 과정이 좋았던 것 같다.
- 유튜브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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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이 끝나니 줄서서 사인을 받더라...(우왕)

1-7) Software Development Manager / 훌륭한 개발팀장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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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해야할 일은 어떤 것인지, 개인별로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어떤 걸 기준으로 삼고 조직을 관리해야 하는지 전반적인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이런 내용들은 개발조직관리 관련된 책만 읽어봐도 충분히 알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대부분의 저자가 외국사람인 해외의 애자일 방법론....등등의 것들이 많아서 그것을 ‘한국형 조직’에 적용하기가 쉽지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세션에서는 그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한국형 팀장(K-manager(....))이 어떤 역할들을 해야 하는지 좀 더 가깝게 알 수 있었달까.
- 취재기사(디스이즈게임)

2-1) 돌죽을 끓입시다: 창의적 개발팀을 위한 왓 스튜디오의 업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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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도대체! 나는 왜 계속 지각을 하는 것인가! (판교 너무 멀다!) 앞부분의 약 40%정도는 듣지 못했지만, 잉여력과 창의성을 보장하고 그것이 사용자들에게도 전파되는 뒷부분 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내용이었다. 세미나가 끝나고나서야 공유된 슬라이드로 앞부분을 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되기까지의 실패담이 있어서 감동이 2배가 되었다고 해야될까. 성공사례만 말하는게 아니라, 이렇게 자유로운 조직을 관리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갖게 되기까지의 디렉터로서의 성장과정과 고민들을 볼 수 있었다.
- 발표 슬라이드

2-2) 실시간 트렌딩 키워드 뽑아내기 - 우리 유저들은 부먹일까 찍먹일까?

이 세션은 첫째날 들은 유저동향분석 시스템 개발 노하우와 연계되는 세션이다. 크롤링된 게시물들 사이에서 어떻게 키워드를 분석해내는지, 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 자연어처리) 의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는 세션이었다. 보면서 느낀건 한국어는 정말 어렵고,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역시 국영수를 잘해야... (먼산)

2-3) 도탑류 RPG 게임에서 구글애널리틱스를 활용하여 기획자 혼자 게임 분석하기

‘도탑류’라는 장르가 뭔지 몰라서(한숨) 찾아봤다. 도탑전기에서 유래된 게임 진행 방식 중에 하나인데, 횡스크롤 AOS....아 모르니까 설명을 못하겠다. 여튼, 게임을 오픈하기 전에 GA를 통해 레벨밸런싱을 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세션이었다. 자동전투를 켜놓고 퇴근하고 출근하기를 반복하고, 밤새 잡힌 밸런싱 로그들을 바탕으로 레벨링을 조정하는 자세한 팁이었는데. 밤새 500판쯤 플레이했었는데, 200판 이후로 게임의 플레이타임이 늘어져 데이터가 희석되어버려서 데이터를 버려야했고, 대신 게임의 문제점은 파악할 수 있었다는 시행착오의 사연에 눈물이...
- 취재기사(디스이즈게임)

2-4) Pathfinder :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게임 디자인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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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쪽에서의 디자인 조직이라면 비쥬얼디자인이 아니라 게임기획 조직이라는 개념이 탑재되기 시작했기때문에 꼭 찾아들어가봐야겠단 생각을 했다. 들어오고 보니 오전에 들었던 돌죽을 끓입시다의 왓스튜디오였다.(이 팀은 팀 전체가 발표준비만 한건가!)
돌죽은 메인디렉터의 발표였다면, 패스파인더는 메인디렉터와 실무자 사이를 잇는 중간관리자로서의 이야기였다. 실무자들이 계속해서 돌죽을 끓일 수 있게 TF로 조직하고, 잉여를 권장하는 조직문화 사이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드리프트’와 ‘밥상뒤엎기’ '실드'의 역할이었다. 드리프트는 영화 퍼시픽림에서 나오는 개념인데, 서로의 정신을 싱크하는 과정을 말한다. 디렉터와 미들디렉터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야 실무단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밥상뒤엎기는 디렉터를 말을 따르게 하는 것, 실드는 디렉터가 실무자의 말을 따르게 하는 것을 말하는데 중간관리자로서 상황에 따라 다른 포지셔닝을 취해야 한다는 것도 인상이 깊었지만, 각각의 조직원들이 각자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잘 이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슬라이드를 보면, T자형 인재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아이(I)형과 일(-)자형인재의 특성과 성향의 보완를 위해 2명씩 짝으로 조직해나가는 전략은 게임조직이 아니더라도 적용이 가능해 많은 참고가 되었던 것 같다.
- 취재기사(인벤)

2-5) Analytics 101: 한번 배우면 3대가 써먹는 마케팅 분석 이론

Analytics 101은 이상한모임의 온라인컨퍼런스, 이모콘에서도 발표해주셨던 내용이라서 발표자분과 인사할 겸 참석한 세션이었다. 덕분에 같은 내용이더라도 온라인으로 듣는 컨퍼런스와 오프라인의 컨퍼런스의 차이점에 대해서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온라인은 just 내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고, 오프라인은 참석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느 포인트에서 집중이 되고, 도움이 되고,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지 느껴서 좋았다. 역시 컨퍼런스는 이런 맛에 참여하는 거지...
- 취재기사(디스이즈게임)

3-1) <드래곤네스트>여러명의 작가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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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동안 진행된 시나리오 작업에 많은 작가들이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노하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시나리오 작가는 1-2명일거란 생각만 했었는데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이야기를 쓰는 것. 소설은 한명이 집대성하고, 드라마도 메인작가와 서브작가들이 만들어가지만 게임시나리오는 ‘회사의 업무’이니, 히스토리 관리도 필요하고, 프로세스도 필요하고, 전체의 세계관이 이어질 수 있도록 엄청난 회의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스타일의 작가들끼리 서로의 스타일을 존중하면서도 전체의 틀을 유지할 수있도록... 팀원들끼리 Peer review를 하고, 피드백이라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프로세스에 집어넣어 QA시에 후작업의 비용을 낮추고 시나리오의 퀄도 높일 수 있었다는 얘기는 비단 시나리오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닐 것 같다.
- 취재기사(디스이즈게임)

3-2) 모드 개발 사례 연구 - 너를 믿는 너를 믿어! 네가 믿는 유저를 믿어!

‘모드’가 뭘까! 도대체 감이 안와서 들어가지 않으려다가 딱히 들을 수 있는 세션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에 찾아들어간 세션이다. 사용자들의 취향과 디렉터와의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한 기획자의 고뇌가 녹아있다고 할까. 몇 차레 모드를 추가해나가는 사례로 이렇게 게임이 고도화 되어가는구나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취재기사(디스이즈게임)

4) 놓쳐서 아쉬운 세션

  •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3년차 게임 디자이너의 자존감 찾기
  • 슬라이드. 주니어라면 꼭 한번 보길 추천.
  • 카툰999 포스트모템 : 1인 개발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피드백의 힘
  • 슬라이드. 베타테스터와 피드백의 관계를 개발자 입장에서 분석한 내용이 좋다.
  • <야생의 땅: 듀랑고> 서버 아키텍처 Vol. 2
  • 슬라이드가 미쳤다. 370페이지라니. 그보다 그림..아니 게임처럼 설명한 아키텍쳐에 이해가 쏙쏙. 개발의 ㄱ도 모르는 나도 흥미롭게 슬라이드를 끝까지 볼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 팀은 발표준비만 한건가!222
  • <스매싱 더 배틀> 1년간의 개발 일지
  • 슬라이드. 1인개발자로서의 고충이... ㅠㅠ 트위터로도 팔로잉을 하고있지만, 정말 대단하신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3. NDC 후기

하나. 좋은 것을 말하자면 배우러 오기보단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모였고,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발표 전후로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는 사람들, 발표 후에 꽃다발을 안겨주는 사람들, 줄서서 행사안내 뒷장의 여백에 발표자 사인을 받는 사람들. 나쁜 것도 말하자면, QnA도 발표의 일부인데 (사실 준비해온 발표보다 즉흥적인 QnA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스스럼없이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모습들은 역시나 보기에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본인이 안듣는 걸 떠나서 소란스러움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거니까. 물론 수백명의 사람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켜준 세션도 있었다.

둘.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는 다양성 DIVERSITY 다. 그래서 그런지 개발이 아니라 시나리오, 디자인, 사운드, 아트,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세션을 준비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세션을 들으면 들을 수록 ‘우리는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일을 해요. 그래서 서로를 존중해요. 어떻게 존중하냐면요...’라는 메세지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물론, 개발자들은 프로그래밍을 주제로 하는 세션이 줄어들어 깊이가 부족해졌다는 얘기도 하더라. 하지만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된 것은 아닐까.

셋. 사실, 일반 IT업계의 기획자로 일하면 ‘개발도 모르면서 무슨 기획을 해’ ’외국엔 기획자 없대’ ‘기획 없어도 개발할 수 있어’ ‘쉬운거잖아요. 며칠이면 기획서 나오죠?’ ‘전 기획자랑 일안해요’ 등등의 말을 서슴없이 하는 개발자들과 함께 일해야해서 자존감을 깍아나가며 감정노동을 하는 일이 많다. 나도 그런 한 명이고, 그런 얘길 들을 때마다 ‘지는 얼마나 코딩을 잘해서 기획을 무시하지’ ‘기획을 할 수는 있겠지. 제대로는 못하겠지만’ ‘기획자해서 너같은 개발자랑 일해봐라’ 이런 욱하는 마음도 드는 것도 사실이다. 멘탈이 강한 편이라 스스로도 치료를 하는 편이지만 자존감이 잃어버릴 때도 있는데, 기획자도 동료로 생각하고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함께 노력하는 모습들. 빨리가려면 혼자가고, 멀리가려면 함께가라는 말이 슬라이드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이번 NDC는 그동안의 상처를 힐링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돌아가면 지저분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넷. 이쪽 바닥은 '프로그래밍하는 사람이 개발자'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을 개발하는 기획자도 개발자'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그런 인식은 서로를 존중해줄 수 있는 분위기는 만들어주는 최소한의 안정장치라고나 할까. 어쨋든 내가 하고싶은 말은, 그래서 다른 컨퍼런스들이 재미가 없다. 서비스 분야에서 기업, 민간이 주최하는 개발자 컨퍼런스 중에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참여할 수 있는 컨퍼런스는 없다. 간혹 개발자 컨퍼런스에 껴있던 한 두개의 세션마저도 거의 멸종수준이라서 개발자와 비개발자의 벽은 높아져가고, 선례를 볼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고립된 기획과 고립된 디자인 조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개발자는 기획자와 디자이너를 이해할 기회가 없으니 그나마의 사회성마저 더 결여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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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이건 다른 이야기지만 얼마 전, 운이 좋게도 듀랑고 베타테스터로 선정되어서 베타테스터로서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자연스러운 그래픽과 애니매이션과 사운드의 디테일에서 놀라고, 공룡이 튀어나와서 너무 놀라고, 튜토리얼이 너무 길어서 또 놀라고 (...) 처음엔 너무 많은 일을 해야되는 게임에 재미를 못느끼고 튜토리얼 깨는데 2-3일은 걸린 것 같은데, 게임이 아니라 어느 다른 지구에 있는 느낌을 받기 시작하면서 잠자기전에 나무캐고 풀뜯고 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새 끝나버린 베타가 아쉬워 지금도 앱을 지우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왓스튜디오의 발표는 컨퍼런스의 흔한 영웅담이 아니라 그런 미친 게임을 만들어내는 팀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해야할까. 슬라이드를 챙겨볼 시간이 마땅치 않다면 왓스튜디오의 슬라이드만 챙겨봐도 본전은 뽑을 거라고 감히 추천한다. 그리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다른 세션들을 챙겨봐도 될것 같다. 물론 좋은 팀이기 때문에 그런 곳에 나오는 것일 수도 있고, 참가자들이 세션장을 나오며 ‘너무 비현실적인데?’하는 이야기들을 주워들어서 일반적인 사례들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지우기 어려웠다.

다섯. 트위터를 열심히 하자. #ndc_16 해시태그는 혼자 온 나에게 실시간 네비게이션의 역할을 했다.(#ndc 는 외국의 개발자 컨퍼런스다. 그래서 숫자를 붙여야...)

여섯. 행사가 끝나고 느낀건데, 트위터와 페북에 온갖 발표자료들이 올라왔다. 심지어 예전부터 친구였어..ㄷㄷ 그래서 SNS 인맥들은 평소에 친하게 지내둬야 발표장가서 아는척도 하고 사인도 받고 할텐데. 너무 아쉬웠다. 지금부터 넥슨러들을 모아서 타임라인을 관리하다가 내년엔 발표자용 초대장을...(어?)

끝. 3일간의 NDC를 끝내고선 넥슨의 채용공고 페이지를 들어가본 걸로 모든 후기를 한 줄로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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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이 포스트에 사용한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법을 늘 고민합니다. 일이 되게 하는 것에 간혹 목숨을 겁니다. 지금은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