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Audible의 유저이탈 방해(?) 전략

영어공부를 좀 해볼까 할겸, 책도 좀 읽을겸 해서 Amazon에서 Lean Startup을 구입했다. 그리고 상품페이지에 깨알같은 글씨로 오디오북 $20.95 or 30daytrial 이라고 써있어서 보니 Audible에서 30일 무료 청취가 가능한 것이었다.

낚였다

체험버전이 다 그렇지만, 30일이 만료되면 자동으로 유료플랜으로 전환된다. 여튼 알면서도 낚여서 오디오북을 다운로드 받았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처럼 트라이얼 기간이 끝나버리는 바람에 강제로 구독시작. 데드라인 5일이나 지나서 깨달았다.

이제 과금은 덜받아야지 하고 해지하려고 Audible 에 접속했다. 해지하려고 보니 크레딧이 남아있으면 유료플랜 해지가 안된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월 $14.95를 지불하면 1달에 1권을 무료로 살 수 있는 크레딧을 주는데, (영어오디오북을 끝까지 듣기가 힘들단말야 ㅠㅠ) 여튼 반강제로 <미친듯이 심플>을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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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해보자

크레딧을 썼으니 해지를 해야겠지.

1. 월정액제에는 혜택이 있어 진짜 해지할거야? 블라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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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금 해지 안하면 3개월동안 50%할인해서 $7에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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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모아둔 크레딧이 아깝지 않아? 일년에 $9 어때? 이것도 싫어? (징징)

(오해가 있을 것 같아 조금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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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맘에 안들거나 도움이 필요한거야? 연락해줭 (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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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낚일 뻔 했다

탈퇴절차가 굉장히 복잡한편이다. 탈퇴에 강력한 의지가 없는이상 5단계에 걸쳐있는(위에서 생략한 단계도 있음) 절차에서 계속 할인을 제시하기 때문에 해지하는데 한참을 고민했다. 내가 오디오북을 100% 이해할 수만 있는 능력자였다면, 아마 해지 2단계에서 콜!했을 것 같다.

유료플랜을 보면,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해지할때 제시했던 상품은 원래 없는 상품이다.
총 6개의 유료플랜을 준비해놓고, 사이트에서는 상위플랜 4개를 노출시키며 사용자가 이탈할때. 특히 월 1권 구매가 부담스러운 라이트한 유저를 위해 하위플랜 2개를 노출하는 전략. 정말 꼼꼼하게 설계되어 있다. 이런건 '쿠폰 줄께. 한달만 더 써봐'라고 한 번 말하고 끝나버리는 국내전략과는 근본부터 다른 것이다.

쓰지도 않을거라 생각해도 파격할인 앞에 당당할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 정말 왠만한 영어권 사용자들은 아무리 오디오북을 안들어도 연간 $9라도 유지하는데서 멈출 것 같다. 유저가 이탈을 시도할 때 알려져있지 않았던 혜택을 주면서 다시 락인시키는 서비스 디자인.

이런 혜택과 꼼꼼한 설계에 감동받았던 기억때문에라도 오디오북을 찾는 사용자들이 있다면 적극 추천해줄 것 같다. 그리고 영어공부 좀 더 해서 다시 유료모델을 구독할 것 같다. 트라이얼이 끝나버리면서 얼떨결에 $15 정도를 날렸지만, 이건 정말 굉장히 도움이 됐다. 수업료라고 생각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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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탈퇴하고 나왔더니 메인배너가 "다시 돌아와(징징)"다. 쿨하지 않게 왜이래! 할 수 있겠지만, 이건 센스다.


업데이트.

해지할 때 더 좋은 혜택을 준다고 이해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 조금 더 살펴보고 덧붙여 봄.

  • 기본상품 : 매월 크레딧1개 무료. $14
  • 해지상품1 : 3개월간 월 $7. 매월 크레딧1개 무료. 기존 미사용 크레딧이 몇개든 최대 6개까지만 보존
  • 해지상품2 : 1년동안 $9. 주는 크레딧은 없음. 끝나기전까지 미사용크레딧을 쓸 수 있음

난 이 상품들이 사용자에게 혜택을 더 주는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안하는 상품레벨이 낮아지는 만큼, 혜택레벨도 낮아지는걸로 보인다. 그렇게 이해한게 아니면 이글을 쓰지도 않았을 듯...? 당장 해지하기위해 필요하지도 않는 크레딧을 써야하는것이 원정책이다. 이 방법으로 유저상태를 유지하게하고, 미사용 크레딧을 기간을 두고 여유있게 쓸 수 있도록 배려한거라고 생각함. 그리고 사용자들이 마음이 바뀌면 다시 원래 상품을 이용하게 되겠지.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법을 늘 고민합니다. 일이 되게 하는 것에 간혹 목숨을 겁니다. 지금은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