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특이한 과목을 들어야만 했다.
'숙명리더십'
이건 뭐 -_- 여튼 여성리더를 양성한다는 비전아래, 1년 내내 그 교양과목을 1,2로 나누어서 무려 4학점이나 들어야 하며, 한학기 내내 발표수업과 한학기 내내 특강으로 이루어지는 좀 심각하게 짜증나는 교양수업이었다.
1학년 1학기때에는, 초반에는 학교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강의하며, 학생 개개인의 목표, 졸업할 때까지의 목표, 졸업하고나서의 비전 등을 꾸준히 토론하고,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 갖고싶은 명함을 만들어오라고 해서 우씨- 하면서 포토샵질을 했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끊임없이 그것을 발전시켜 나가며, 학교의 미래와 비전은 너희다 라는 것을 머리속에 주입시킨다. 그렇게 1학년을 마치고나면, 파릇파릇한 신입생들 마음에는 소위 '숙부심(숙명인 자부심)'이라는게 생겨나있다.
그래서 어디가서 학교욕들으면 열내고, 누가 재학생이라도 학교 욕보이는 짓이라도 했으면 거의 단죄에 가까운 손가락질을 해버리곤 한다. 물론 극단적인 경우지만, 외부나가서 숙대생이면 숙대생답게 행동하라는 그들만의 지침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그 모든 것을 돌이켜보면, 학교가 얼마나 대단한 것을 하고 있는지 알게된 것 같다.
뚜렷한 목표를 두고 회사를 세우고 나니, 어떤 목표는 이루자마자 또 다른 목표를 세워야 했고, 어떤 목표는 이루지 못하자 상실감에 다시 목표를 향해 달려갈 힘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애초부터 비전수립부터 시작했어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어찌되었든간에, 목표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없이 바라보고 뛸 수 있는 비전이 있었어야 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1년만 하고 때려치자 라는 얘기를 듣기는 상당히 어렵다.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지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단 얘기다. 그래서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을 해야하고, 30년을 입에 풀칠하고 살아도 끝까지 살아남을 생각만 하고 즐겁게 일해서 반드시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 같다.
결국 스타트업은 이제 막 운동화 끈을 고쳐매 출발점에 선 레이서다. 그리고 기업은 42.195km 마라톤 구간이다. 목표가 어딘지, 그 방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얻기위해 뛰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중간에 돌뿌리에 넘어져도, 근육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견뎌서라도, 목이 말라 비틀어져가는 갈증에도 그 끝을 향해 갈 수 있는 것같다.
스타트업의 시작과 끝은 비전이어야만 한다.
비전을 세우는 것으로 시작해서, 비전을 이뤄내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
그래서 요즘 '비전'이라는 것과 전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