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는 어떻게 SQL을 공부할까 – WTM2019 발표후기

어렵다. 다른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발표는 늘 뿌듯함과 보람보다 아쉬움과 미련이 남는다. 이 맛에 자꾸 발표를 하게 되고,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아닐까.

사실 Women Techmakers 행사 참석이 처음이다. 늘 행사 소식을 늦게 접하거나, 일정이 맞지 않아서 신청하지 못했었다가 이번에는 좋은 기회가 닿아 발표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가보는 행사여서, 어떤 사람들이 주로 참석하는지 분위기를 몰라 불안했으나 900명이나 참가 등록을 받는 것을 보고 욕심을 내려놓았다. 모든 청중에게 맞는 주제를 정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참여자 중 10%의 사람들이라도 자극을 줄 수 있다면, 100명이나 되는 거니까.

발표의 시작과 동시에 흥망의 감이 오는데, 이번 발표는 예상대로 흘러가서 조금 더 아쉬웠달까. 데이터분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회사가 많지 않음을 알고, 그 와중에 SQL까지 배우는 기획자는 많지 않음을 당연히 안다. 나 또한 회사 규모가 500명이 넘어가서야 그런 환경을 접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상당수의 분들에게 먼 나라 얘기로 들렸을 것이며, 제목에는 이미 심각한 단어가 있어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보다는 SQL 이야기에 좀 더 포커스 된 모양새로 보였을 것이다. (그걸 깨달았을 때는 자료는 이미 돌이키기 어려웠다고 한다...ㅠㅠ)

잘한 점

최근 2-3년 동안 기획자의 커리어에 관한 발표를 해왔는데, 이번에는 실무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하지만, 이런 내용으로 발표할 바엔 그냥 SQL을 가르치는 게 나을 것 같다. 지식전달보다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를 짜는 게 100배 어렵다.

그래서 평소답지않게 일찍부터 발표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주위 동료들과 지인들에게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계속 피드백을 받았다. 40분이란 시간은 넉넉하지 않으니 너무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너무 얕게 훑을 수도 없었다. 수백장의 장표를 쓰고 지우면서 많은 수정이 있었고, 발표 당일에도 계속 대본을 수정했다.

어쨌든, 40분에 맞춰서 발표를 끝냈다! 이거 엄청 중요하다! 긴장하면 말이 빨라지는 성향이 있어서 발표할 때 계획된 시간보다 훨씬 빨리 끝낼 때가 많은 편이라 어쩔 수 없이 Q&A로 채우곤 했는데 이번에는 35분을 발표하고, 4분의 Q&A시간을 가졌다. 시간관리에 성공한 기분이라 넘 좋다. 또 목소리가 떨리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조금 떨었다.) 다만, 조금 더 발음이 또렷하고, 목소리에 강약이 있었으면 좋겠다. 말은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다. 유튜브 방송을 꾸준히 해볼까. (아냐(하지마))

좋았던 점

나는 이번에도 배웠다.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찾고, 실행해보고, 연습해본 것들이 있었는데 그러면서 또 새로운 것들을 배웠다. 블로그나 발표는 남을 가르치려고 해도 내가 배우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다음에는 어떤 발표를 또 질러볼까. (작작 해)

아쉬운 점

평일에 해야 되는 다른 일들이 많아 행사 전에 리허설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행사장에서도 시간이 부족해서 화면 연결과 슬라이드 전환만 확인했는데, 화면 밝기가 어두웠다는 사실을 발표가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 알게 되었다. 어댑터도 연결되어 있었는데, 화면 밝기는 노트북 설정을 따라가는 것이었는지... 발표 중에 뒤를 돌아봤다가 화면이 어두운 걸 깨닫고 잠깐 당황했는데, 발표 중이라 다른 조작을 시도하지 못하고 그대로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검은 배경에 쓴 글씨들이 있어서 멀리서는 거의 보이지 않았을 것인데...

운영진분들께 물어보니 발표녹화는 하지는 않는다고 해서, 노트북 화면을 녹화한 게 천만다행이다. 집에 와서 다시 보니 내용이 틀린 것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슬라이드를 수정했다. 잘못된 발표 내용과 어두웠던 화면을 보느라 눈 아팠을 분들께 미안한 마음을 가득 담아 A/S 하는 마음으로 유튜브에 발표 영상을 업로드했다.



PS. 공유용으로 공개하는 슬라이드에는 발표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Special Thanks to 페이지를 추가했다.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법을 늘 고민합니다. 일이 되게 하는 것에 간혹 목숨을 겁니다. 지금은 우아한형제들과 함께 일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