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배민 갔어요?(부제:수습 2개월 차에 부쳐)

1월의 첫 번째 월요일에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해 벌써 2월의 마지막 날이다. 중간에 설 명절도 껴있고, 2월은 원래가 짧은지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 3월에는 수습종료 인터뷰를 할 테고, 정직원으로 최종합격해야 하는 절차가 있으니 지금이 아니면 쓰기 어려운 꼭지로 글을 써본다.

언제든지 떠날 생각하기

어느덧 9년 차, 이직은 8번…. 프로이직러지만 자의보단 타의에 의한 이직이 많았기에 고민보다 타이밍이 문제였다. 퇴사는 늘 갑작스러워서 회사를 고른다는 건 사치였고, 포지션이 열려있는 대로 지원하는 대로 합격하는 대로 입사하는 대로 그렇게 물 흘러가듯 이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또 경영악화로 권고사직되니, 월급쟁이 자체에 회의감이 들었다. 맨날 짤리는 회사 열심히 다녀서 뭐하나? 프리를 뛰어봐도 재미없고… 아무 회사나 가야지하고 생각할 때 쯤 김진중(골빈해커) 님의 집요한 이력서 삥뜯기로 인해 결국 야놀자에 입사하게 됐다.

퇴사 결심하기

자잘한 이력으로 5년을 채우고나니, 야놀자에 들어가서면서는 남들이 알만한 포트폴리오를 만들자3년을 다니자 의 두 가지 약속을 했다. 이전에 만들었던 서비스들은 대부분 종료되어서 보여줄 만한 것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객관적 증빙이 어려웠고, 잦은 이직 경험은 조직 부적응자가 아니냐는 질문으로 돌아와 속상했기 때문이었다.

일을 하면서 야놀자앱의 레거시와 애증의 관계가 깊어졌고, 쓸만한 앱이 아니라 쓸 수밖에 없는 앱을 만들어서 퇴사를 해도 욕하면서 켜게 되는 앱을 만들자라는 세 번째 약속을 하게 됐다.

계절이 8번 쯤 바뀌고, 프로젝트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쓸만한 앱이 되어갔고, 포트폴리오가 채워졌고, 드디어 약속의 3년째에 접어들었고! 내가 떠날 날이 다가온다는 느낌이 강력하게 들었다. 얼마나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하여 끊임없이 되물으며 내가 여기에 남고 싶은 4번째 약속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찾을 수 없었다.

애정하는 프로덕트가 있고, 애정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곳이지만, 퇴사를 결심한 이유다.

이직 결심하기

지난 10년을 그냥 걸어왔다고 한다면, 앞으로의 10년은 이번 이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생각했다. 일단 퇴사를 마음먹었으니, 이직할 곳을 찾기로 했다. 대출 받지 마세요. 퇴사해도 놀지도 못하고 이게 사는 건가 구직 사이트는 이용하지 않은 대신 링크드인을 구직상태로 열어둔 채, 평소에 일해보자 제안받았던 곳에는 미팅콜을 보냈다.

사실 기획자는 도메인 지식기반을 흡수하기에 어디서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다른 기획자로 구분된다. 서비스 기획의 앞단은 사용자가 있지만, 그 뒤를 받치는 힘은 전혀 다른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이직하는 회사에서는 나는 어떤 기획자가 될것인가 를 고민했다. 기술을 잘 이해하는? 사용자를 잘 이해하는? 데이터를 잘 이해하는? 사업을 잘 이해하는?

어디를 가나 업무는 서비스 기획일 테니 뭘 기획해도 별 차이 못 느낄 거고, 파격대우는 없을거고, 복지야 뭐 누리기 나름이고…. 강력한 한방이 있는 게 아니라면 관심이 쉽게 가지 않았다.

그래서 HR담당자나 입사를 제안하는 분께는 왜 내가 그 회사에 가야하는지, 그 회사가 왜 좋은지, 내가 입사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나를 어떻게 쓰고 싶은지 방향성에 대해 먼저 물어본 뒤, 그 중에 마음이 끌리는 곳에 지원하기로 했다. 내가 채용 프로세스를 밟고, 회사의 요구사항에 맞추려 노력을 해도 되는 곳인가에 대해서 확신이 들기까지 두 번 세번씩 메일을 주고받고, 티타임을 했던 것 같다. 이후에 정식으로 이력서를 제출하며 이직 프로세스가 시작됐다.

김치국 마시기

내가 최종 지원했던 곳은 2곳, AI 기반으로 서비스를 만드는 네이버(클로바)와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형제들이었다.

그동안 앱 기획을 맡아왔지만, 클로바는 인공지능 엔진을 이용한 서비스를, 우형에서는 업주들이 구매할 수 있는 B2B 광고상품을 만드는 조직에 지원했다. 두 곳의 공통점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다룬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한 방향은 완전 기술 쪽으로 흐르고, 한 방향은 완전 사업 쪽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기술을 이해해 서비스로 녹이는 것과 사업을 이해해 서비스로 녹이는 것은 어떤 도메인에 있던지 서로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기업이냐 스타트업이냐가 아니라, Tech+Tech가 되는 것과 Tech+Biz의 기준으로 지원했던 것이다.

사실, 개발을 이해하는 것도, 사업을 이해하는 것도 둘 다 어려운 일이다. 기술이나 사업이나 앞으로의 10년을 위해 공부하는 데에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을 선택하든 또 다른 고생길이 펼쳐지겠지.

왜 우형인가

결국, 양쪽에서 이것저것 주워 먹기 좋아하는 제네럴리스트로서 어느 쪽 길을 걸을지의 고민의 결론은 결국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쪽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5년 뒤 다시 이직한다고 생각했을 때, 개발을 잘 아는 기획자보다는 개발도 사업도 잘 아는 기획자를 원할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업 관점이 더 필요한 우아한형제들로 마음을 굳혔다.

김치국 다 먹고 입사할 곳을 정해 우형과의 처우협의를 끝내고나니, 네이버는 지원했던 포지션의 채용 중단되었다는 연락과 함께 최종 불합격 결과를 받았다.

타이밍은 늘 중요하지. 인생 참.

덧. 그래서 우형 좋냐고? 정직원통과하면 2편으로 올리겠다.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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