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정치학

정치라는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별로 없다. 정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배워본 적도, 본 적도 없고. 내가 뽑은 정치인들은 정치를 잘하는 것 같지도 않아 사실 대학생 때까지도 정치적 무관심상태였다. 그런 내가 스타트업 정치학이라는 거창한 제목은 단 이유는 사내 정치라는 키워드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은 정리해보고 싶어서다.

스타트업의 장점이나 단점을 언급할 때 ‘정치’라는 키워드는 의외로 자주 등장한다. ‘팀이 몇 명이나 된다고 정치질하냐’라거나 ‘스타트업 주제에 대기업에서 정치질 하던 거 그대로 한다’라거나 ‘저희 정치 같은 거 없고 수평적인 조직입니다’라거나.

사람 3명만 있어도 의견은 2:1로 갈리기 십상이고, 그래서 대표 혹은 의사결정자가 있는 거고, 그렇게 대의민주주의를 가져가는 구조에서 책임과 권한의 위임은 구성원이 ‘조직력’을 가지고 의사를 결정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

그러니 3명의 스타트업이든, 3,000명의 대기업이든 ‘정치’라는 행태는 존재할 수밖에 없고, 제대로 된 정치력은 회사가 나아갈 방향성과 비전, 추진력을 갖게 하기도 한다. 특히 스타트업은 한 사람의 목소리가 크게 들릴 수밖에 없고, 그것이 쉽게 반영되기도, 쉽게 무시되기도 하는 살아있는 조직이기도 하고.

장의 정치

장의 정치는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대의(代議), 즉 뜻을 대신하여 의사를 피력하는 것이고, 장은 구성원들의 보이스를 잘 모아 전달하고, 그 권한으로 조직을 다스리는 데에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말하는 사내 정치는 조직의 안위와 나아감, 조직장으로서 조직원의 다스림, 일이 되게 하고, 더 나아가 조직이 성장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도 제시하는 정치가 아니다. 팀이 아닌 자기만을 위해 세력을 확장하고, 올곧은 소리 하는 사람을 배척하고, 라인을 타고, 상대 진영의 발언권을 빼앗고, 서로의 말을 옮기면서 이간질을 하거나, 특권을 지키기 위해 상대를 찍어누르거나… 우리의 이익이 아니라, 자기의 이익을 위해.

후자의 정치질은 기가 막히게 눈에 띄는데, (물론 정치질인지 모르고 당하는 부류도 있지만) 전자의 정치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조직의 안위를 위해 희생하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정치질한다’라고 보는 경우도 있다.

좀 더 올라가 보면, 정치를 반드시 해야 하는 직책도 있다. 우리가 C 레벨이라 부르는 임원들이다. 그들은 자기 수하의 조직을 지키고 성장시키기 위한 바른 정치를 해야 한다. CEO, CMO, CDO, COO, CFO, CTO, COO, CBO… 각자 전문성을 가진 Role을 대표하는 사람이고, 조직의 대변자여야 하는 C 레벨의 입에서 ‘전 싫어요. 정치 안 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거라면, 그 자리를 내려 놓는 게 낫다.

원의 정치

의사결정자들이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조직원으로서 보이스를 내는 것.
그것이 자칫 선을 넘으면 ‘비선실세’ 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정당하고 상식적인 방법으로 나의 권한을 위임하여 의견을 전달하는 것 또한 올바른 정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 말해야 뭐 바뀌겠어. 까라면 까야지 – 라는 사람들이 모일수록 정치적 무관심은 조직을 병들게 하고, 결국은 아무렇게나 굴려도 되는 사축이 되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다만, 의사전달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건너뛰고, 차 상위권자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건, 상위권자를 무시하는 의도로 읽힐 수 있으니 되도록 지양하는 게 좋겠다.


사람에 따라, 환경에 따라, 조직에 따라 그 기준과 선이 모호하고 위험할 것이기 때문에 일반화 할 수도, 사례를 구체화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일단은. 정치 흉내 내는 정치질은 하지 말자. 어차피 다들 알고 있지만 못 본 척, 못 들은 척할 뿐이지.

다시 물어본다.
당신이 싫어하는 건 정치인가 정치질인가? 그리고 그런 당신이 하는 건 정치인가 정치질인가?

앱 & 서비스 기획자입니다. 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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