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가만히 있으세요.

내 직업이 기획자다보니 다른 사람의, 다른 회사의 서비스에 대해서 평할 때가 있다. 대부분은 단순한 후기정도지만, 가끔은 비판을 하기도 하고, 정말 가끔은 비난을 하기도 한다. 별 생각없는 상태에서 쉬이 내뱉은 말에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라는 식의 피드백을 받을 때면 가끔은 수긍하면서도 또 가끔은 화가날 때가 있다. 상황에 따라 가만히 있어야 될 타이밍에 내가 나댔을 수도 있지만,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 타이밍일 수 있고, 가만히 있는게 좋지만 말하는게 더 좋을 때가 있으니까.

내가 그 분야에 빠삭한 권위자라서 촌철살인의 글과 말로 정확히 비판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그들의 속사정이나 필드의 상태를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판할 때도 있기 마련이다.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비판은 나도 흔한 사용자 중 한명으로 느낀점을 이야기할 때도 있고 약간의 기획자의 성향이 묻어나는 말투로 이야기할 때도 생긴다.

다른 서비스를 비판하는 기획자는 실력이 있는 기획자일까 실력없는 기획자일까. 서비스 기획자라고 해서 모든 분야에 대해 다 알아야 할까. 반대로 모든 분야를 몰라야 되는 걸까. 잘 알고, 잘 하는 분야가 따로 있기 마련이고, 잘 모르지만 어느정도 주워들은 가락이 있는 분야도 있기 마련이다. 전혀 모르는 분야가 있는건 당연하고.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기획자의 말투로 이야기 했다고 해서 그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잘 알지도 못한채 다른 서비스를 비판했다고, 그래서 (그걸 잘 모르는) 네가 만드는 서비스도 별로일거라고 판단하는 건 어디서부터 틀어진 논리인지도 집어내지 못하겠다.

IT서비스를 만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특징 중에 하나일거라 감히 추측하건대, 남을 비판하는 것을 거의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동종업계인데다 똑같은 혹은 유사한 기술로 비슷한 서비스들을 만들기 때문이며, 나 또한 그 비판을 들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말을 조심하고 아끼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평하는 것과 하는것은 다르다고.
영화평론가가 영화감독의 자질이 있을까? 영화감독이라고 영화평론을 할 수 있을까? 배우라고 감독이 될 수 있을까? 감독이라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할 수 있을까?

잘모르면 시키는대로 하세요. 라던지 잘모르면 가만히 있어요. 라는 말을 들을 때는 아무런 발전이 없다. 잘모르면 물어보세요. 잘모르면 이런걸 한번 찾아보는게 어때요. 라는 말이 훨씬 발전적이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모른다고 이야기 할 수 있고, 몰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왜 형성되지 않는 것인지. 모르는 애가 막 떠들고 있으면 잡아다가 가르키면 될일을, 혹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면 될일을,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 얘기는 권위주의 혹은 꼰대 그 이하 그 이상도 아니라고 생각된다.

글을 마치며, 나도 꼰대질이란 걸 해보자.

모르는 것에 입닥치고 있는 사람손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은 산으로 갈 확률이 훨씬 높고, 좋은 제품이 나올리 없다고. 기획자나, 개발자나, 디자이너나 모두 다… 서로 다른 역량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항상 얘기하고 맞춰가고 더 고민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사람들이다. 팀내에서도 마찬가지만, 팀밖에서도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이 멈추어져선 안된다. 조용히 있어서 나아질 게 하나도 없는 직군들이니까.

덧. 꽤 오래된 이 생각이 바뀌는 사건이 생기면, 꼭 다시 글을 쓰겠다.


~~노파심에~~ 업데이트.

잘 모르는 사람도 비판을 계속해야 된다. 비판받는 입장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비판하는 포인트가 있을거고, 그게 일반적인 사용자들이 바라봤을 때 느낌일 확률이 높으니까. 그걸 받아들이고 개선해나가는게 받아들이는 사람(기획자)의 몫이다. 물론 내가 만드는 내 제품도 마찬가지다. 누구의 비판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얼마든지 받아들이겠음.

앱 & 서비스 기획자입니다. 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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