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왔을때 준비하는 것은 늦다

괜히 자극적인 타이틀을 달아본다. 그래야 트래픽이…

1.

글로벌K스타트업. 작년말에 처음 이러한 대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올해는 지원을 해보리라 생각했었다. 4개월의 인큐베이팅(교육, 네트워킹..) 후 + 1차심사에서 15개팀을 걸러 + 2차심사에서 5개 팀을 해외진출팀으로 선정한다. 1,2차 점수를 합산해 최종 7개팀에게는 시상을한다.

568개 서류중에 통과한 본선 40개팀에서 살아남은 16개팀의 결선. 그 날이 오늘이었다. 결선의 7분간의 영어피칭과 8분간의 Q&A는 공포의 15분이었다. 버벅일 것을 감안하고 A4용지 1장 가득의 분량, 보고 읽었을 때 3분 정도의 스크립트를 정말 2-3일간 외웠다. 완벽하게 외웠다고 생각했지만, 발표라는 것 자체가 또 자신감을 표출하는 자리다보니 영어울렁증때문에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렇게 스스로를 압박하다보니 제대로 발표를 못했다. 결국 1/2은 컨닝해가며 읽어야 했지만, 컨닝하며 읽을망정 자신감있게 했으면 그나마 타협했을지도.

일주일 내내 불안해하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는 생각했지만, 솔직히 마음에 들지는 않아 한참을 우울해 했다. 지원동기 자체가 결선에 진출해보자였으니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상태였지만,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욕심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2.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언어로서의 영어를 잘 못한다.(시험은 적당히 본다;) 주위에 유창한 친구들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라서인지 모르겠지만,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다는 것과 아무리해도 유창하기는 글렀다라는 생각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영어의 벽은 나에게 꽤나 높았다.

영어의 벽이라기보단 성격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다이어트를 해도 빨리 살이 빠지지 않아 금새 포기하고, 운동을 해도 체력이 붙지않아 그만두고 마는 그런 영어. 시험공부를 6개월씩해도 원하는 고득점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그러니 언어로서의 영어는 더욱 어렵다 느껴진 것 같다.

3.

스타트업을 하면서 매일 자신의 한계에 대해 깨닫게 된다. 능력의 한계, 인내의 한계, 체력의 한계, 두뇌의 한계, 인맥의 한계, 자본의 한계, 시간의 한계… 스타트업 하는 것 자체는 사실 한계가 아니다. 한계는 해보는데까지 해보고 벽에 부딪혔을 때 느낄 수 있는. 어림짐작으로 ‘이정도하면 내 한계일 것 같아’가 아니라 ‘이렇게까지했는데, 여기가 한계인가’하는 순간을 느끼는…

그렇다고 해서 영어가 내 한계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한계에 부딪힐 때까지 영어를 공부해보질 않았다. 일주일에 단어 한개를 외우지 않고, 영자 기사는 훑어보기정도며, 듣기나 말하기는 몇년째 진심을 담아 해본적이 없다. 대학에 다닐때도 신입생 영어를 4학년 때 계절학기로 수강했을 정도로 미룰수 있을 때까지 영어공부를 피해다녔다. 나는 단지 영어를 준비하지 않았을 뿐이고, 그래서 영어를 못하는 건 현재의 상태일 뿐이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못한다고 말하는 건 부끄럽지 않다. 다만 스타트업을 하는 1년 반이 넘는 시간동안 (필요할때가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준비를 제대로 하지않은건 부끄럽다. 글로벌 서비스를 지향하지만, 프로덕트만으로 승부할 수 있을거라 강하게 믿고 우직하게 달려온 탓일까.

4.

3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 대회의 결선에 올라와 쟁쟁한 팀들과 함께 심사를 받을 수 있을만큼 아이디어가 성장했지만, 내 영어는 15분의 시간동안 아이컨택을 하며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언젠가 올 이날을 위해 1년반 전부터 준비했었다면 나는 이 기회를 더욱 강한 힘으로 잡아볼 수 있지 않았을까.

기회를 잡는 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을 때다.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다음 기회가 올 때까지 준비하면 되고, 잡게 된다면, 더 큰 기회가 왔을때 제대로 잡기위해 또 준비하면 된다.

물론, 지금도 글로벌 서비스를 한다고 영어를 필수로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건 여전하다. 아무리 언어를 공부해도 문화의 차이가 있고, 환경의 차이가 있으니 현지서비스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리트로 작용하고, 할 수 없다는 것이 핸디캡으로 작용하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가능성의 폭을 넓힐 수 있다면, 그 또한 해야할 일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실패의 경험은 때론 강한 동기가 된다. 지난 1년 반과 앞으로의 1년 반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 믿는다. 자신을 다듬어가며 스스로를 증명하는 일, Prove us, Provus.

앱 & 서비스 기획자입니다. 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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