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와치를 이야기하다

긱하거나 너드하거나 얼리어답터거나. 전부 나에겐 해당사항에 없는 단어들일거다. 새로운 기기에 열광하긴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오오! 한 후 2-3일이면 금방 까먹는다. 무언가의 스펙을 외우거나, 역사를 외우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애플의 라이브쇼(ㅋ)는 나에게 특별한 이벤트다. 일주일 내내 TV를 안봐도 유일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같은.

오늘 새벽, 애플은 One more thing을 들고나왔다. 애플와치. 새벽의 분위기와는 다르게 아침에 접한 타임라인은 온통 난리였다. 스펙이 어쩌니, 패션이 어쩌니, 디자인이 어쩌니 하는 글들은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건가 생각해야될 정도로 분위기가 제각각이었다. 사람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고.

IT소식이나 관련된 평론?을 쓰지 않는 이유는 잘 몰라서이기도 한데, 이번 와치는 내 나름의 감상을 써두는게 좋을 것 같아서 글을 쓴다.

디자인/패션

어렸을 때도 작고 얇은 사각형 패션시계를 만원주고 여러개를 사서 그때 그때 바꿔차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시계라는게 자주 풀기도 하지만, 가죽이니 접착력이니 하는 것들이 부족하면 잘 고장나기도 해서 한 번씩은 수리를 맡겨야했던 기억도 난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와치는 그런 사용자의 경험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시대에 시계를 시계로 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냥 팔찌같은 악세사리지. 지금도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Fitbit을 착용하고 있지만, 이걸로 만보계로 활용하고 있지도 않다. 충전만 되어 있는채, 습관적으로 차고 다니고, 가끔 몸이 피곤하거나 컨디션 조절을 해야할 때가 되면 가끔 켜서 보는 정도로 쓰고 있으니까. 그리고 Fitbit Force에는 시계기능이 있지만, 이걸로 시간을 확인하는 일은 또 거의 없다. 핸드폰을 꺼낼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나 배터리가 없을 때 확인하는 정도로, 시간 확인의 빈도는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

하지만 Fitbit같은 밴드들은 끈 교체도 쉽지 않고, 그 디자인도 구린편이라서 머리묶는 고무밴드처럼 보일 때도 가끔 있다. 정장을 입거나 할 땐 뺄 수 밖에 없는 디자인. 애플와치는 본체 색깔이 다르고, 사이즈가 다르고, 스트랩도 다르다. 애플와치 자체 제품만으로도 34종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고 나와있는데, 서드파티 업체들에서 애플규격에 맞는 스트랩을 출시하기 시작하면 그 시장이 어마하게 커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패션의 생리를 정확히 이해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사각의 디자인은 사람들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둥근 디자인보다 각진 디자인을 좋아한다. PT를 작성하더라도, 원안에 넣을 수 있는 텍스트의 양은 한계가 있다. 깍여나가는만큼, 그리고 원에 닿지 않도록 두는 여백만큼 텍스트 표시는 그만큼 제한된다. 아이콘을 노티해주는 정도로 디자인한게 아니라, 아이폰을 서포트 하는 녀석으로 디자인한 만큼 사각디자인은 적절했다고 본다. 만약 모토360 처럼 원형으로 출시됐다면 오히려 실망했을지도.

실용성/파급력

과했다. 선택과 집중에 실패한 느낌이 든다. 굳이 메세지를 보내거나 사진을 불러와 보거나 하는 기능은 필요없었을 것 같다. 메세지 같은 경우도 ‘지금 몇개가 쌓여있으니까 확인해’정도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제약’의 아이콘인 애플이 왜 거의 동일한 것에 준하는 경험을 주려고 했는지 잘 이해가 안간다고나 할까. 구동할 수 있는 앱이 많아질 수록 배터리문제는 분명히 심화된다.

적당하다. iWatch가 시계로 나온다면, 그리고 NFC가 들어가서 결제까지 진행된다면 좋을 것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정확히 적중했으며, 애플페이까지 등장하는 바람에 그 실용성은 더 커질 것 같다. 신용카드를 한달에 한번씩 잃어버리는 나같은 사람에게 팔에 차고다니는 지갑이라니! 정말 지갑이 얇아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시계를 잃어버리겠지. 안봐도 비디오.)

모자랐다. 센서, 센서가 부족하다! 폰에 넣지 못했던 센서들을 다 넣어줄 거라 기대했었다. 온도, 습도, 소리감지 등등 정말 다양한 센서들이 들어갈 수 있을거라 예상했다. 조용한 곳에 들어갔을 때, 핸드폰을 무음이나 진동으로 바꿔준다거나…등등. 솔직히 기대보다 너무 적게들어갔다. 쟤네들을 다 넣으려면 앞으로 3세대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아서 아쉽다.

유효성

애플와치 안 팔린다고 예측하는 기사는 다 틀렸다. (심지어 베타니까)혁신은 없어도 된다. 이미 시계만들거라고 몇년전부터 밑밥 깔아뒀던 애플이었고, 삼성에서도 계속 기어같은 기계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애플과 애플이 아닌것들과의 차이는 ‘팬덤’에 있을 거다. 악플보다 무서운게 무플이라는 말이 괜한게 아니다. 삼성은 저렴하게 끼워팔기를 해도 팔리지 않는 졸작에 불과했다. 하지만 애플은 애플이라서 사는 사람이 있다. 아이팟도 그랬고, 아이폰도 그랬고, 아이패드도 그랬다.

사람들이 사용하고, 사용자 환경을 바꾸거나 새롭게 만들어가고, 그들의 피드백이나 반응들은 다음 세대의 와치를 결정한다. 하지만 기어는? 없다.

지금 와치를 사진 않더라도, 언젠가는 사게 될 디바이스다. 애플은 사용자가 쓰는 더러운 방을 싹 치워주고, 예쁜 화분 하나를 갖다주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20년을 사용한 윈도우 환경에서 벗어나 애플환경으로 넘어온지 고작 2년이다. 그런데 나는 이 환경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자신들이 어떤 디바이스를 만들어냈는지조차 모르는 삼성같은 기업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용자의 환경을 균일하게 만드는 것. 맥과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하나되는 경험. 그리고 무엇을 경험하든 그것이 ‘애플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애플와치는 그 경험을 더 ‘개인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ps. 근데 비싸긴 하다. 지금부터 매달 5만원씩 모으기 시작하면 정발할 때 살 수 있지 않을까?

앱 & 서비스 기획자입니다. 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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