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머 엔턴십을 마치며(하)

(상)편이 엔턴십 후기였다면, (하)편은 데모데이 준비과정과 당일 행사모습을 스케치했다.

3.2 부스준비/운영

A. 팜플렛

유닛은 요즘 스타트업치곤 생소한 아이템인지라 우리의 철학을 설명하고싶은 생각이 좀 컸다. 하고 싶었던 공감대와 사연들이 피칭에 들어가면 사족이 되어버린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아예 인쇄물에 구구절절 풀었다. 내용으로는 비즈니스 예절이나 매너등을 ‘기억’과 ‘기록’에 포커스시켜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적어내려갔다. 어딘가에서 조금씩 아이디어를 얻거나 해외 칼럼등을 번역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문장은 직접 썼다.

꿈은 창대하였으나 사실 우리팀엔 디자이너가 없다. 디자인이라고 해봤자 요소요소 해본게 전부여서인지, 하나의 아웃풋을 온전히 해본적이 없기에 백지에서 인쇄소에 넘길 수 있는 상태까지 전부 혼자 한다는 것이 어려웠다. 접는 팜플렛은 감이 안오는데다가, 후가공 비용이 들어가서 엽서 사이즈로 양면으로 만들었다. 레이아웃 아이디어는 behance에서 리서치해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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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몸통, 팔, 손, 다리로 되어 있어 합치면 사람이 된다. ㅋㅋ 완전 야심작이었는데 아무도 몰라줌…

부스 당일날 지인들로부터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는데, 캐릭터 디자인을 직접하지는 않았다. 해외 디자인 리소스 사이트에서 캐릭터 템플릿을 구매했다. 싸이월드 아바타마냥 표정, 옷, 자세, 악세사리 등이 ai 파일로 제공된다. 옷색깔 바꾸고, 자세 바꿔주고 하면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나같이 크리에이티브는 없어도 툴을 다룰줄 아는 사람은 리소스를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비용은 $7.

각 컨셉별로 500매씩(최소주문임), 사이즈는 148×105, 양면 풀컬러, 무광코팅, 비용은 약 21,000원 + 캐릭터 비용 $7 = 약 113,000원쯤

B. 기념품

내가 기념품을 고를 때 기준은 ‘버리지 못하게 하라’였다. 버려지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으니 마케팅의 일종이 될 수 있지만, 버리지 않는 것이 보고 또 보면 각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들고다닐 수 있는 것으로. 생각을 거듭하다 손거울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남자든 여자든 들고 다닐 수 있고, 거울을 보는 동안 다른 사람들에겐 거울 뒷면에 인쇄된 아이콘을 노출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국내에서 손거울을 만들면 개당 1000-1500원이 든다. 그래서 메이드인차이나, 대륙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거울판촉물 이렇게 구글번역기로 돌려서 검색하면 엄청나게 많은 판촉물 사이트들이 나온다.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크기와 상관없이 $0.1-0.2 정도로, 국내 단가의 10% 수준이다.

하지만 좀 알아보니 대부분 해외결제가 안되고, 페이팔도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전 직장 동료였던 중국 마케터에게 물어보니 중국은 해외에서 이체도 거의 안된다고… 좌절하던차에 Aliexpress에 들어가 상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대부분 해외결제를 지원하는 편이어서, 판매자들과 컨택을 하기 시작했다. 중국어로 작성했더니 아예 메일에서 영어로만 쓰라고 해서 커뮤니케이션에선 오히려 어려움이 없었다. 동시에 여러 업체에 컨택해서 가장 말을 빨리 알아듣고, 바로 처리해주는 업체와 딜을 진행했다.

우린 1000개가 필요하고, 여긴 한국이니까 해외배송 해줘야하고, 급하니까 빨리 만들어줘야하고, 결제는 페이팔로 할께. 그리고 관세니 보험이니 이런건 헷갈리니까 니가 계산해서 다 알려줘, 디자인 시안 보여줘, 샘플 보여줘, 무거우니까 내가 알아본 배송업체가 비싸, 너가 아는데로 보내줘 등등.. 거래를 하느라 주고받은 메일이 40통이 넘는다.

거울 75mm 개당 $0.15 (150원꼴), 1000개 주문 + EXW(해외배송보험) $50 + 페이팔 수수료0.035% + Fedex 배송료 $110 = 총 비용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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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또 ㅋㅋㅋㅋ 인간의 욕심이 끝이 없는지라 더 고급스럽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포장을 바꿨다. 비닐포장지를 뜯어내고 반투명의 쿠키봉투를 주문해서 실링기로 일일이 눌러줬다. 1000개 작업하는 시간은 한 2-3시간? 어찌보면 노가다인데, 왠지 그러고나니까 뿌리는 느낌이 아니라 선물하는 뿌듯함도 들기도 했다.

쿠키포장지 1000매 36,000원 + 원형 도무송스티커 1000매 14,000원 + 실링기(비닐포장 접착기계) 43,000원 = 총 비용 93,000원

C. 티셔츠

티셔츠를 주문하려고 봤더니 나염인쇄라 인쇄용 판을 만들어야해서 가슴은 6만원, 팔뚝은 3만원이라고 하더라. 원랜 팀원 수에 맞춰 4장만 주문하려고 했는데, 인쇄비가 너무 비싸서 이럴거면 아예 몽땅 뽑자고 생각해서 몽땅 뽑았다. 종종 이벤트 상품으로 걸어도 되고, 선물용으로도 나쁘지않고, 자주 행사할때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통크게 50장 주문; 손이 쓸데없이 크다;;

티를 담을 박스를 생각하다가, 너무 비효율적이고 공간도 그렇고 해서 빼빼로 통을 찾았다. 옷을 돌돌 말아서 넣고보니 힘아리가 없어서 티셔츠가 계속 꾸겨지길래 종이를 잘라서 안에 심지를 만들어 말아넣었다. 힘도 생기고 보기에도 예쁘고, 종이가 있으니 접기도 편해서 정말 좋았다. 행사부스에서도 디스플레이용으로 아주 잘 활용할 수 있었다.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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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주문 330,000원(인쇄비9만원 + 티셔츠 약4000원 + 부가세) + 플라스틱 원형통 지름7.5cmx20cm/100개 38,000원 + 도화지 150원씩 2250원 = 총 370,000원

D.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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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리소스 이용해서 대충 만들었다. 영화포스터 사이즈로해서 2장. 아침에 집에서 나오기 직전에 만든거라 뭐가 없다; 그냥 서비스이름 크게 적고 끝.

코엑스 근처에 있는 Kinkos에서 장당 15,000원.

정신없이 알아보고, 주문하고, 처리 하느라 몰랐는데, 총 900,000원 정도가 들었다. 거울은 60%가 남았고, 인쇄물도 80%가 남았으며 티셔츠도 90%가 남아있다. 전체적인 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전부 산출물이 있는 상태고 남아있는 것도 비율이 높은 편이라 이번 데모데이에 실질적으로 집행한 마케팅 비용은 20만원 정도다. 판촉물이나 인쇄물이나 이런 것들은 대량주문했을때 가격이 떨어지는 특징이 있어서 예산내에서 최대한 주문해놓고 활용할 일을 만드는게 더 좋은 것 같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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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운영은 별 다른게 없다. 준비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거의 8시간 정도를 서있어야 한다. 운동화 편한걸로 신고, 테이블 주위에 몰려있지 말고 사람들에게 몸을 돌려있는게 좋은 것 같다. 뭐 그건 때에따라 장소에 따라 행사 성격에 따라 달라서 운영얘기는 안써도 될 것 같다. 주위가 시끄러운 편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무리할 수 있으니 마실 것 충분히 준비해가고 쯤?

발표와 토론이 진행되는 중간에는 대부분 홀에 들어가있다보니 다른 부스팀들과 수다떨기도 하고, 앉아서 쉴 시간이 있었다. 근데 쉬는시간(스타트업마켓)에는 완전 헬 -_ -; 환기가 되지 않는 좁은 공간이다보니 심하게 더워서, 설명해주는 동안 부채질서비스를 했더니 인기가 더 많았었다는 웃픈 사연이… 다음에 이런 부스를 운영할 기회가 또 있으면 그때는 소형 선풍기를 갖다놓을 생각이다.

3.3 발표

사실 발표 전날, 현재 참여하고 있는 다른 프로그램(글로벌K스타트업)에서 멘토단과 다른 팀들을 모아놓고 Peer review를 했다. 멘토단의견이 한결같이 너무 구구절절하고 하고싶은 말이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해서, 사족을 전부 걷어내고 컨셉전달만 하기로 결정했다. 자료 만들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큰 무대에 서는 기회인만큼 엉터리로 발표하고 내려오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1페이지 빼고 전부 바꿨다. 미친척 하고, 데모데이 당일 자정부터 작업을 시작해 새벽 7시까지 꼬박 발표자료를 만들었다. 방금 바꾼 장표로 연습할 시간이 없는 건 당연하고..

당일 리허설이라고 해서 발표를 연습하는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순서를 맞춰보고 스텝을 맞춰보는 정도였다. 착각한 내가 잘못한거다.

실제 발표도 마지막 순서여서 한참을 기다렸다 올라가야했다. 이미 부스운영으로 다리가 너무 많이 풀려서 힘이 다 빠져있는 상태로 피칭을 하려니 체력적으로 집중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48시간을 꼴딱새고, 아침/점심을 굶고, 5시간 정도 서서 부스 운영하고 올라간 무대에서 얼마나 기운이 없던지, 다리가 후들거려서 몇번 휘청거리느라 자리를 옮기기도 했고, 목소리의 페이스도 잃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건, 떨리긴 해도 (엔턴십 최종발표때보단 덜 떨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쯤은 내가 인지하고 전달할 수 있었다. 시나리오 생각안날때 던지는 애드립이 튀어나오지도 않았고, 내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순서에 맞게 빠트리지 않고 잘 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만족했다. 발표연습을 거의 못해서 부스에서 사람들 붙잡고 아이템 설명해주는 것을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입을 풀어준 것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너무 피곤해서 잠깐이라도 자려고 했었는데, 만약 설명을 포기하고 컨디션을 택했다면 무대위에서도 멘트가 엉망이 되지 않았을까. 데모데이를 하게되면 이런저런 준비로 바쁘지만 체력안배를 잘 하고, 평소에 연습을 충분히 해두었다면 정말 떨지않고도 발표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발표 직후가 쉬는시간이어서 지인들이 부스로 와서, 온라인으로, 메세지로, 페북으로 피드백을 엄청 보냈다. 중간에 목소리가 떨리긴 했는데, 그래도 잘하셨다는 말은 ‘님 많이 떨었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겠지만, 몇달 전부터 아이템에 대해서 들어오셨던 분들은 그 전보다 확실히 정리되었다, 전달이 잘 되었다, 아이디어가 정말 좋게 보였다라는 피드백을 주셔서 너무 뿌듯했다. 새벽에 피티자료를 다시 만든 게 신의 한 수 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을 정도로.

4. 아듀.

부스 운영을 하며 EBS에서 두번의 인터뷰를 해갔다. 뭐라고 말했는지 잘 기억은 나질 않지만, ‘스타트업에게 엔턴십이란?’이란 질문에 ‘모범답안’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사업에 정답이 있지도 않고, 정답이 될 수도 없지만, 무언가를 가이드 해줄 수 있고 힌트를 줄 수 있는 모범답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다.

엔턴십을 하면서 큰 경험을 했다는 자신감으로 다른 무대에도 도전해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이 밑도 끝도 없는 엔턴십 후기를 마치고자 한다. 사실 이렇게 큰 무대에 또 설 수 있게 되는 날이 올까 싶기도 하다. 이런 기회가 다른 곳에서도 또 생길 수 있지만, 첫 경험인만큼 시행착오도 많아서 잊지 못할 것 같다.

내년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가득한 팀들을 볼 수 있길 바라며, 아듀 엔턴십:D

앱 & 서비스 기획자입니다. 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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